안정 배분 이론
경제적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리라
경세제민에서 유래한 경제란 본래 소통이었습니다. 어려움은 무엇이고, 괴로움이 어떤 것인지 물어보고 살펴야만 해결하고 나아갈 수 있습니다. 경기침체와 위기 속에서도 세상과 끊임없이 소통하던 노벨 경제학자가 말하는 경제적 진리는 풀리지 않는 의문에 대한 해답이었습니다. 앓는 소리조차 내기 어렵고 어두운 앞날에 한숨만 쉬던 청년도 경제적 진리로 하나, 둘 자유를 얻고 있습니다.
각자 지닌 삶의 무게로 힘드신 청년 여러분, 겨울이 지나가고 봄은 다가옵니다. 본 연재가 그대의 삶과 투자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건투를 빕니다.
청년이란 이름의 이란성쌍생아인 우리를 부르는 말이 전부터 여럿 있었습니다. 4대 보험을 제외하면 88만 원을 받는다고 해서 88만 원 세대로 불렸고 청년 실업 증가로 이십 대 태반이 백수라는 표현에 이태백으로 불렸습니다. 요즘은 연애와 결혼 그리고 출생을 포기한 세대라고 해서 3포 세대라 불립니다. 연애를 하지 않고 연애를 하더라도 결혼하지 않죠. 그리고 결혼을 하더라도 출생을 포기합니다. 이런 상황에 취업과 내 집 마련을 포기하면 5포 세대라 불립니다. 그리고 7포 세대, 9포 세대를 넘어 마지막으로 꿈과 희망이 없어 삶까지 비관하면 10포 세대 혹은 완포 세대가 됩니다. 삶은 살아지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라지만 매일 무언가 이별하고 포기하는 우리는 고개 숙인 채 앞을 내다보기조차 어렵습니다.
우리나라는 OECD에서 유일하게 초저출생 국가로 분류되었습니다. 국가 인구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출생률에서 한참 부족한 상황인데요.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장려 정책이 제정되고는 있으나 실효성은 없어 보입니다. 이유는 기업경영을 생각하면 쉽습니다. 어느 기업도 영업이익 증대를 목적으로 사업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 매출 증가를 목표로 정하죠. 그래서 출생 장려보다 청년 결혼을 먼저 독려해야 하며, 그보다는 연애를 고무해야 합니다.
오늘날 청년에게는 연애는 포기해야 할 만한 일이 되었습니다. 왜 이렇게 어려울까요. 몇 가지 유추를 해보면 먼저 시장이 가지는 정보의 불완전성 때문이겠죠. 혹은 사회 진출이 늦어져서일지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높아지는 이혼율일지 모르겠네요. 우리나라는 OECD 이혼율 9위를 차지했는데요. 사유로 20~30대 41%는 성격차이, 38%는 경제사정으로 조사된 반면 40~50대 43%는 외도, 36% 경제사정이었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마지막 연애를 보다 신중하게 선택하느라 연애를 유예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서로 한 번에 알아보는 상황은 현실에 없겠죠. 그럼에도 연애 시장을 어떻게 매칭 하면 좋을까란 안정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로이드 섀플리는 게임 이론을 연구했고 아래와 같이 안정 배분 이론을 만들었습니다.
하나, 여성은 자기가 선호하는 남성 후보를 적어 제출합니다.
둘, 남성은 최애 한 분만을 선택합니다. 단, 후보에 없는 남성은 선택할 기회가 없습니다.
셋, 매칭 된 커플을 제외하고 여성과 남성은 다시 위의 과정을 반복합니다.
연애 시장에서 5명의 청년이 있습니다. 인기가 많은 남자 대한, 보통인 민국, 매력이 조금 낮은 만세가 있습니다. 그리고 인기 많은 여자 우리, 보통 나라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5명의 청년을 어떤 식으로 매칭 하면 가장 안정적인 연애 시장이 될까요. 경우 수가 여럿 있지만 먼저 인기 있는 사람끼리 (대한, 우리), (민국, 나라)가 매칭 되는 방법이 있고, 두 번째로는 무작위로 (대한, 나라), (민국, 우리) 등으로 매칭이 가능합니다. 그밖에 여러 방법론이 있을 수 있겠죠. 결론은 전자가 가장 이상적인 배분입니다. 커플의 불륜 확률을 최소화하기 때문이죠. 대한과 보통이 매칭 되면 대한이 우리에게 한눈을 팔 수 있고 만세, 우리가 교제하면 우리가 대한이나 민국을 힐끔거려 사회에 불필요한 낭비가 발생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 만족할 커플을 계속 매칭 하면 모두 만족할만한 배분을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게임 이론은 시장의 효율을 이기적인 경제 주체 간 서로 대립 관계에서 비롯되는 사실을 무너트리고 상호 의존적인 협력관계로 만들어질 수 있음을 증명합니다. 다른 누군가로 사랑받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나로서 미움받는 것이 낫듯, 우리 서로 조금은 마음을 표현하고 또 조금은 다가가 봅시다.
다음 21회는 "장 티롤, 오늘날 결혼을 말하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