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경험하려다 투자 받아버리기
예...? 저희 팀에... 투자를요...?
캐시플로우를 만들려고 엄청 노력했다. 이전 글에서 보았듯이 무슨 NFT 투자, 부동산 투자, 캐시플로우 게임 활동 등... 열심히 뭔가를 계속하고 있었지만, 내가 정말 존경하는 부자 선배님들의 책도 많이 읽어보니 결론은 창업이었다.
나의 일을 한다는 것.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여느 때처럼 회사에 있었다.
내가 원하지도 않은 남의 일을 하면서 마치 부품 취급 당하는 듯한 대우는 익숙해졌나 보다. 네가 아니어도 언제든 다른 사람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으나, 윗분들은 그걸 애써 부정하고 싶으신 건지 그럼에도 회사에 충성을 다 하라고 했다. 가스라이팅 제대로 당했네 나?
회사에서 창업을 검색하던 중 직장인 창업 부트캠프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일단 결제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커리큘럼을 봤다.
솔직히 별로 기대감이 없었다. '좋은 경험 쌓는다고 생각하자.', '창업을 사이드 프로젝트 식으로 하면서 한 사이클 돌려보자!'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2023년 1월 초에 창업 부트캠프를 하기 시작했는데 거기서 만난 사람들은 달랐다.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명확했고, 자기는 뭘 잘하고 싫어하고 좋아하고 못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다들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회사에서 "골프 잘 쳐~ 그래야 승진 잘 돼. 쭉 임원까지 가야지~"라는 말을 듣다가, 퇴근 후에는 "저랑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계시네요! 저랑 같이 창업 팀을 꾸려볼래요? 전 당신이랑 얘기해보고 싶어요!" 이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까 전혀 다른 퇴근 전후 삶에 혼란이 많이 오기도 했다. 그래서 2023년 초엔 이런 현실의 간극에 너무 힘들어서 회사에서 숨도 쉬기 힘들었다.
쨌든 내가 원하는 삶은 퇴근 후의 삶이었다. 그나마 내가 운동을 6년 간 꾸준히 해왔고 건강에도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지난 2년 간 나 스스로를 다 잡으면서 나 혼자만의 욕심보다는 대의를 위해서 일을 하는 게 더 장기적으로 보면 보람찬 삶이라고 (내가 좋아하는 롤모델 분들이) 그랬다!
여기서 여차저차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좋은 팀을 꾸리게 됐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면서 내가 기여한 바는 굉장히 미미했다. 그렇지만 이런 나랑 같이 팀을 해주고 이끌어준 것에 너무 감사했다ㅠ
부트캠프가 1월부터 4월까지 3개월 동안 진행되는 거라 4월 중순쯤에 최종 발표를 하고 기수가 종료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부트캠프 운영진께서 최종 발표 하루 전에 우리 팀보고 볼 수 있냐고 연락이 왔다. (나는 눈치 못 챘지만 다른 팀원은 눈치챘다고 함ㅎ) 우리 팀이 그간 3개월 동안 진행한 과정을 보며 투자를 하고 싶다는 거였다. 나랑 다른 분이 공동 대표를 하고, (비록 단기간이지만) 사무실도 제공이 되고, 개발/마케팅/기획/디자이너/엑셀러레이터 등 인력 지원도 조금은 가능했다. 대신 대표가 전업이 가능한 상태여야 한다고 했는데, 이런 조건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창업은 부업으로 할 수 없는 거니까.
이 말을 듣자마자 일단 내가 들은 게 제대로 들은 게 맞는 건지 의심부터 했다. 그리고 또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그다음에 기뻤다! ㅋㅋㅋㅋㅋ 우리 팀원들끼리 너무 행복하다고 정말 하루종일 얘기했던 것 같다. 내가 투자를 받았구나. 아니 우리가 투자를 받았구나 우린 정말 바보멍청이고 한참 부족한 사람들인데... 팀원들한테 다시 한번 너무 고마웠고, 나를 구렁텅이에서 구해준 것 같아서 정말 정말 감사했다. 그리고 이후에 내 개인 재정 정리를 하고 주변 사람들한테 말하고 퇴사 절차를 밟았다.
단순히 퇴사를 해서, 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어서 기쁜 것만은 아니었다. 창업은 상향 한도가 없듯이 하향 한도가 없는 것도 알고 있다. 나는 그 어떤 불행이 와도 어떻게든 견디고 이겨내보려 하지만, 그 고통의 깊이가 어느 정도일지는 지금 나는 모를 거다.
다만 확실한 건 내가 회사에 속해서 아무 영혼 없는 회색분자로 사는 것, 결국은 은퇴를 하게 될 텐데 그동안 각종 정치질을 견뎌내야 하는 것 등은 정말 싫다는 것이다. 내가 힘없는 존재라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도 싫고 내 인생의 주인공은 정말로 내가 되고 싶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결국 내가 선택한 길이고 내가 어떻게든 책임질 것이다.
그리고 빚이 10억이 있든, 20억, 30억, 50억이 생기든 난 어떻게든 다시 일어날 것이다. 유튜브로 그때 또 나의 롤모델들의 영상을 챙겨봐야지. 그리고 우리 엄마가 힘들 때 해준 말, "지금 조금 슬퍼하고 다시 오뚝이처럼 일어나면 돼"라는 말을 가슴 깊이 새겨 살아야지.
그리고 내가 힘든 회사 생활을 하며 운동을 통해 기분 전환을 하고,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먹으며 행복을 느꼈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힘써야지. 우리 서비스를 이용해 본 고객이 남겨주신 좋은 후기를 보며 가슴이 벅찼던 것. 그때를 꼭 잊지 말아야지.
그리고 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고 한 없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 사람들을 더 좋아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 말을 좀 더 이쁘게 해 보는 것, 너무 계획에 맞춰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 등 내가 가지고 있는 약점들을 평소에 조금이라도 고쳐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창업을 하고 있는 지금은
매 순간이 힘들고 피곤하지만
마음만은 정말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