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실행력
빨리 시장의 뺨을 맞을 준비를 하라
-팀 스파르타 이범규 대표님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3명이서 모였으니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를 정해야 했다.
아이템은 레드님의 리드 하에 정해졌다.
1. 헬스장에 가면 자기가 스스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자!
사람들이 그렇게 비싼 돈을 주고 PT를 하면서 왜 PT가 끝나면 운동법을 다 까먹는 걸까?
왜 다시 PT에 재등록하게 되는 걸까?
그리고 왜 요요를 맞는 걸까?
이게 주 의문이었다. 생각해 보니 내 주변에서도 PT를 배운 사람들은 '바디 프로필'이라는 목적이 분명했다. 그래서 3개월, 4개월 기간을 잡아놓고 바짝 몸만들기에 돌입한다. 그러나 위의 목적을 달성하면 한 동안 운동을 아예 놔버린다. 운동이 정말 자신의 건강한 삶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인스타에 '나 이렇게 멋진 몸 만들었어!'를 자랑함에 그치는 것이랄까.
그리고 한 달 뒤에 만나면 PT를 받기 직전 보다 살이 더 쪄가지고 돌아온다. 그렇게 한량처럼 지내다가 '아 나 살 다시 너무 쪘어. 다시 헬스 다녀야지'하는데, 이전에 트레이너에게 의존하여 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본인이 스스로 운동 루틴을 못 짠다거나, 혹은 짤 줄 알아도 제한된 운동만 하는 경우, 그리고 올바른 자세법을 까먹고 몸이 다쳐서 아예 헬스에 학을 떼는 경우 등으로 대부분 이어지는 것 같았다.
레드님의 말을 들어보면 트레이너도 어쨌든 비싼 PT 재등록률을 높이는 것이 실적이기 때문에 일부러 기간이 끝나갈 때쯤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운동 업계에 있는 모든 강사분들이 다 그렇듯이, 한 명당 담당하는 인원이 너무 많아 세심하게 봐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감정 노동도 엄청나다고 한다.
2. 랜딩페이지부터 제작 > 영업 및 마케팅 > 수업 > 고객 피드백받기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짧은 시간 내에 운동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그게 바로 스완('스스로 운동을 완료하다')이다.
어떤 아이템을 할 지에 대한 물음 다음에는 '어떻게 스스로 운동을 할 수 있게 알려주지?'가 의문이었다. 이에 대해 머리를 싸매고 있던 중, 창업 부트캠프 운영진 분께서 기수제를 제안해 주셨다.
기가 막힌 생각이라 판단했고 바로 스완 1기 준비를 시작했다.
우리 팀은 실행이 정말 빨랐다. 나도 내 주변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실행력이 있..다고 인정받는 편이었지만 정말 이 사람들은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속도가 빨랐다. 당시 난 직장인이어서 출근 때 "오늘 랜딩페이지 만들 거야~"라고 하길래, '아 그러면 뭐 며칠은 걸리겠지?' 했는데 퇴근하자마자 랜딩페이지 초안이 완성되었다.
처음 받았을 때는 나와 그린이가 생각한 스케치와 달라서 좀 당황했지만, 우리 내부적으로 정해놓은 런칭일이 있었기 때문에 그 페이지를 쓸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영업 및 마케팅도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창업 커뮤니티나 인스타에 광고를 올렸다. 그리고 한 주에 각 채널에서 1명씩, 총 2명이 등록했다. 그때는 이렇게 적은 수의 인원이라는 게 적잖이 실망스러웠지만, 지금 보니 영업마케팅에 그만큼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수업이 이뤄졌다.
어떻게 보면 호불호가 강했을 것 같다. 짧은 시간에 많은 운동법을 배워야 했기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졌을 수도 있다. 왼쪽 여성분 같은 경우는 매우 만족해하셨다. 인스타그램에 우리가 부탁드리지도 않았는데 먼저 후기를 써주셨다ㅠ 정말 너무 감사했다.
그렇게 2주 간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우리는 스완을 접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3. 여러 가지 한계점
1) 공간의 제약
우리는 IT 창업을 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언제 어디서든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스완은 헬스장을 대관해야 했고, 그러면 어느 특정 지역으로 고객이 와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긍정회로를 돌려 전국적으로 프랜차이즈화 시켰다고 해도, 기존의 헬스장과 무엇이 다른 건가 싶기도 했다. 기존 헬스 업계의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시작한 거였는데 그런 사업을 또 하고 있는 것 같았다.
2) 인원 한정
또한 확장이 가능하려면 많은 사람이 한 번에 이용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스완 서비스는 한 수업 당 5명 제한을 두었다. 그러면 수업이 질적으론 괜찮을지 몰라도 시간 대비 효용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또한 이것도 어떻게 확장이 잘 된다고 해도 중간 코치들을 고용해야 할 텐데 그러면 인건비 문제도 닥치고, 트레이너들이 지금 본인들의 영업장에서 일할테지 굳이 스완으로 올 이유가 없었다.
3) 재구매 문제
사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지속적으로 구매가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스스로 운동을 자립시켜서 보낸다는 우리 서비스의 특성상 고객이 스완을 재등록한다는 것 자체가 운동 자립을 못했다는 의미가 된다. 지금 다시 과거를 회상하며 글을 적으니 정말 이상한 서비스였단 생각이 다시 든다.
4) 운동보다는 식단에 대한 문의가 대부분
스완을 사용해 주시는 분들이 레드님과 상담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상담을 거의 30분~1시간 정도 하시는 것 같았는데 그 대부분이 식단 문의였다고 한다.
"그래서 운동 후에는 뭘 어떻게 먹어야 해요?"
"닭고야는 너무 먹기 힘든데 대체 식품이나 식단이 없을까요?"
등등...
사실 마지막의 이 질문이 우리가 식단 서비스로 바꿀 수 있게 됐던 계기가 되었다.
그때는 스완을 버릴 생각은 없었고, 나중에 다시 여력이 된다면 다시 해보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온라인 서비스나 홈트레이닝 사업을 하지 않는 이상 스완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생각은 든다.
지금은 운동과 식단을 다 알려주는 온라인 맞춤 PT 서비스인 아르마딜로를 운영하고 있다.
보통 주변에 "사업을 한다"라고 하면 "어떤 아이템으로 하는데?"라고 제일 먼저 묻는다.
하지만 우리가 첫 아이템을 2주 만에 접은 것을 봤듯이 중요한 것은 아이템이 아니다.
창업을 희망하고 있는 분들!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아이템 중 90%는 시장이 원하지 않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생각한 것을 빨리 만들어 시장의 반응을 보는 것,
그리고 고객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빨리 피벗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을 같이 이겨내 갈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우리 팀은 그 흔한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한 명도 없었지만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느껴지면 배워서라도 해내려는 열정이 엄청나다.
그 진심이 다른 이들에게도 느껴져서 그런가, 개발이 필요할 때 개발자 팀원이 충원되었고
디자이너가 필요했을 때 행운처럼 좋은 디자이너 분이 와주셔서 이쁜 랜딩 페이지를 제작할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프로덕트를 열정적으로 만들어 갈 팀과
미친 실행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