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팀
저는 이 팀이 다른 아이템을 한다고 해도 투자를 했을 겁니다.
- 팀 스파르타 황순영 이사님
스타트업에서는 "팀"과 "행동력"이 제일 중요하다고 한다. 근데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할까. 아는 게 없어서 막무가내로 직진했던 것이 플러스 요인이 된 것 같다.
빨리 만들어서 빨리 시장에 내놓고, 고객의 반응을 살피고, 빨리 시장의 뺨을 맞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잘 버틸 수 있을 만한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
지금 전업으로 창업한 지 몇 개월이 지났지만 위 2가지는 불변의 진리인 것 같다.
1. 팀 빌딩
부트캠프에서 처음 만나서 3일(?)만에 팀을 이뤘다. 창업 부트캠프의 저녁 모임에 매일 참여했다.
여기는 일단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으니 자연스러운 '네트워킹' 효과가 생긴다.
처음 네트워킹 데이를 했을 땐 쟁쟁한 사람들이 많았다. 대기업 개발자, 기획자, 이미 창업을 해본 사람, 아니면 지금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 몇 번 EXIT을 해본 사람, 정부 지원 창업 이벤트에서 지원도 받아본 사람, 아니면 적어도 사이드 프로젝트를 했거나/하고 있는 사람 등... 나 같이 그냥 보통 대학 나와서 평범하게 살고 평범하게 직장 생활해 온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기가 푹 죽었다.
그래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지!
같이 얘기해보고 싶은 사람과 '커피챗'을 하며 나와 잘 맞을 사람인지 알아갔다.
커피챗을 계속하던 중 내가 운동/건강에 관심이 있다는 걸 알아챈 분이 말씀 주셨다. "그럼 레드님이랑 한 번 얘기해 보세요~! 트레이너 출신에 운동 쪽으로 뭘 하고 싶어 하시는 것 같던데!" 그래서 득달 같이 메신저를 드리고 늦은 저녁에 얘기를 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론 그 분과 3 Primary Colors라는 팀을 만들게 됐다.
2. 자기소개 & 각자가 사업을 하고 싶은 이유 공유하기
- 레드
레드분은 전에 트레이너 일을 했다. 처음에는 대한민국 최고 헬스 트레이너가 되어 사람들을 많이 돕고 싶다는 비전을 품었으나, 헬스 업계 특성상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PT 비용이 비싼데 지속적으로 재구매를 유도해야 한다는 점, 그래서 고객한테 일부러 다 알려주지 않고 재구매를 영업해야 한다는 점, 한 사람 당 맡는 고객이 너무 많아 제대로 된 관리를 해줄 수 없다는 점 등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부의 추월차선'이라는 책을 읽고 관점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한다. 최고의 헬스 트레이너가 되겠다는 꿈에서, 사업체를 세우고 헬스 업계의 한계를 넘어서 많은 사람들을 돕겠다는 목표가 생긴 것이다. 이 꿈이 생긴 뒤로 바로 노코딩 툴도 독학으로 공부하고, 앱개발 관련 강의도 배워 실제 앱도 출시해보았다고 한다. 실제로도 엄청난 아이디어맨이고 스타트업에서 제일 중요한 빠른 실천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 블루
나다. 난 내가 엄청 적극적이고 행동도 빠르고 한 줄 알았는데 이 둘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의 이야기는 이미 브런치와 이전 글에서 많이 다뤘으므로 간략하게 얘기하겠다.
내가 운동에 관심이 가게 된 이유는 운동으로부터 에너지를 많이 얻었기 때문이다. 나는 발레를 만 6년, 7년째 하고 있다. 만약 발레가 없었다면 진작에 화병으로 죽었을지도 모른다. 회사에서 받는 모든 스트레스를 운동을 통해 풀었기 때문이다. 기분이 안 좋은 상태로 퇴근을 했다가 발레를 하고 오면 땀 내면서 개운하게 운동했다는 느낌이 좋았고, '굳이 화내도 되지 않을 상황이었는데 왜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았을까'라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다. 건강 쪽이면 내가 진정성 있게 사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이 좋은 느낌을 다른 사람들에게 퍼뜨리고 싶었다.
- 그린
그린이는 이전 회사에서 데이터 정리를 많이 해서 그런지 데이터 관리 능력이 무척 뛰어나다. 우리도 지금 이용자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중간에 그만둔 사람, 그만뒀다가 재등록한 사람, 계속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을 기록하는 등 스프레드 시트를 통해 정리를 잘해주고 있어 트래픽을 바로 알 수 있게 해 준다. 우리 팀의 알파고이다. 논리를 사용해 어떤 로직 짜는 일을 굉장히 즐겨한다.
나랑 레드님은 성향이 너무 다르다. 성격도 확고해서 가끔 트러블이 생겼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린님은 MBTI도 모든 게 다 중간일만큼 어느 하나 치우친 게 없다. 그래서 레드님에게도 공감이 가능하고, 내 얘기도 이해를 잘해준다. 만약 팀에 나랑 레드님만 있었다면 서로 답답해해서 팀이 진즉에 망하지 않았을까 싶다. 팀의 조화를 잘 이뤄주는 그린님께 감사할 뿐이다.
우리 팀의 가장 좋은 점이 뭐냐면 서로의 성격적 측면에서 보완이 잘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3명의 공통점이 있다. 일단 맘먹은 게 있다면 앞뒤 재지 않고 달렸다는 것이다. 본인의 삶과 커리어에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게 잘 맞아서 너무 좋았다. 그래서 세 명이서 만나면 대화가 정말 잘 통한다. 내 주변 사람들한테 창업 관련해서 얘기하면 다들 이해하지 못하고 부정적으로 말한 적도 많았다.
난 그냥 안정적인 직장이 좋아~ 이러면서 말이다. 물론 그들이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각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관이 다르니까 의견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안정과는 거리가 먼 사람인 건 확실하다. 다행히 우리 팀도 그런 것 같고.
어떻게 보면 지금 초보 3명이 만나 가지고 우당탕탕 이리저리로 튀고 있다. 하지만 처음은 다 완벽하지 않듯이 서로에게 잘 융화되어 하루하루 앞으로 잘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