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 있을 대, 책임감 있을 표
오~ 대표님이네~? 대표님~!!!
내가 제일 싫어하는 뉘앙스의 문장이다. 이걸 보는 사람들은 대표가 아닌 나 그 자체로 봐주길.
좋든 싫든 간에 공동대표가 되었다.
4월에 투자 제안을 받고 투자사로부터 대표 구조를 공동 대표로 하라는 제안을 받았다. 레드님이 서비스 제공의 총괄을 담당하고, 나보고 회사의 내부 사정을 잘 관리하라는 차원에서였을 거다.
6월에 법인을 세우고, 7월에 투자가 진행되었다. 그 과정에서 은행, 외부 행사, 타 스타트업을 방문할 일이 많았다. 그때마다 대표님이란 호칭이 매우 듣기 어색했다.
그냥 난 이제 막 스타트업 씬에 입문한 스린이인데, 그리고 나보다 업력이 훨씬 뛰어나고 시리즈 A, B 투자를 받으신 정말 찐 대표님들도 계신데 내가 이런 호칭을 들어도 되는 건가 너무 낯부끄러웠다.
누군가는 부럽다거나, 어린 나이에 대표님이란 소리도 듣네~? 라며 정말 축하해 주는 건지, 놀리는 건지 알 수 없지만, 계속 듣다 보니 거북해지는 건 사실이다.
1. 내가 아직 그런 소리를 들을 만한 능력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다른 팀원들은 데이터 관리면 관리/서비스 제공/개발 등 본인의 업무가 딱 정해져 있다. 그런데 나는 사실 마케팅/영업도 거의 처음 해보고, 서류, 재정 등 운영에 대한 것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디자이너, 개발, 데이터 관리 등 배워가야 할 것이 훨씬 많은데 그냥 대표라는 소리를 들으면 불편한 기분이 든다. 내가 너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2. 대표면 이러면 안 돼요.
우리는 2주마다 투자사의 엑셀러레이팅(조언&피드백)을 받는 시간이 있다. 이전 회사에서는 아무래도 조직이 크고,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해서 '애매하게 말하는' 버릇이 생겼었다. 예를 들어 '~한 것 같아요.', '~인 것 같은데요?', '~인 것으로 보입니다.', '확실하진 않지만 ~일 것으로 판단됩니다.' 등.
그래서 투자사 피드백 시간에 이런 말투로 말했다가 한 번 혼난 적이 있었다. 현황에 대해서 제일 잘 알아야 하는 대표가 이런 애매한 말을 쓰면 안 된다고. 그때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 맞지. 이젠 내가 다 책임져야지. 우리 팀원들, 그리고 우리를 믿고 따라주는 멘토님들, 그리고 우리 서비스를 좋아해 주시는 고객 분들.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먼저 확실해지고 단단해져야겠다고 느꼈다.
그리고 피드백을 들을 때 투자사 대표님이 이렇게 말씀 주실 때가 있었다. "음... 이런 식으로 가다간 좋은 그림이 안 나올 것 같아요.." 물론 그 대표님은 우리가 잘 되길 바라고, 좀 더 다양하고 빠른 액션을 취하라는 취지에서 주신 말씀일 거다. 그 말을 듣는 사람은 우리 모든 팀원이었는데, 괜히 내 어깨는 2배로 무거워졌다.
내가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까...
무언가라도 플러스 알파로 행동을 해야 할 텐데...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이런 생각들이 나를 짓눌렀고 힘든 적도 많았다. 그러면서 동시에 투자를 받은 팀이 총 5개 팀이 있는데 우리 팀은 빼고 다른 팀은 다 단독대표라는 것이 떠올랐다. 공동대표인 나도 책임감이 막중한데,,, 다른 팀 단독 대표들은 얼마나 힘들까.
3. 해답은 하루 24시간을 48시간처럼 사는 것
여러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많이 만나며 정말 기억에 남는 분이 계신다. 바로 비즈니스 캔버스의 김우진 대표님이시다. 무언가 목표가 생기면 집요하리 만큼 파고드는 분, 집에 3일에 한번 들어가신다는 분 (확실하진 않지만 직원 분이 이렇게 말하는 걸 들었다.), 한국 포브스에 올라가신 분!
여기 회사는 대표님 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 분들도 밤낮없이 엄청 열심히 일하시더라. 그 이유를 직원분들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우리 대표님을 보면 잠은 주무시는 건가 싶어요. 정말 열심히 한다는 말을 뛰어넘어서 진짜로 본인을 갈아서 열심히 하세요. 그런 대표님을 보다 보니 저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는 여기에 답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다른 사람들한테 열심히 하자라고 하는 것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내가 죽을 듯이 해야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다른 팀원들이 저렇게 스스로 동기부여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나의 역할이구나 싶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힘들어도 일이 재밌다는 것.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겪으면서 나도 점점 스타트업 신생아에서 스타트업 유아기까지는 왔지 않았을까 싶다.
열심히라는 단어가 기준이 없어 애매모호하긴 하지만
자타공인 누구나 인정하는
'열심히 일하는 대표'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