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람 냄새
겨울이 갑작스럽게 다가왔다.
찬바람이 훤히 드러난 목덜미를
얄밉게 핥으며 지나간다.
찬바람에 대비하지 못한 옷차림에
몸이 한껏 움츠러들었다.
그리웠던 이 바람.
매년 이 바람을 기다린다.
겨울의 바람에는 나만 아는 냄새가 있다.
차갑고 비린 냄새.
얄궂지만 나는 이 비린내가 좋다.
겨울 냄새가 공기에 가득 찼다.
그날 새벽이 떠오른다.
시들어 빠진 덩굴을 휘감은 등나무에
가로등 그림자가 길게 드리우던 날.
눈물 흘리기 싫어서 악착같이 참았던
그 새벽에 홀로 숨을 크게, 아주 크게 들이마셨다.
폐를 감싸는 찬 공기가 머리까지 들어와
골이 울리고 얼굴을 방황하던 눈물이 비렸다.
'이 냄새를 기억하자.
지금의 마음을 그리워하자.
매년 겨울바람을 깊게, 아주 깊게 들이마시자.'
멈춰 서서 바람이 몸에 가득 차도록 숨을 들이마셨다.
이 차가운 다짐을 내년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