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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환 Oct 24. 2021

바다 위 쪽지

일상 [日常]


바다 위 쪽지


나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떨쳐 보낼 때
유리병에 나의 고민을 적은 쪽지를 넣어
드넓은 바다로 던져버리는 상상을 주로 한다.
그래서 나의 바다엔
수많은 유리병들이 둥둥 떠다닌다.

그 유리병들은 너무 멀리 가서 사라지기도 하고
다시 돌아와 백사장에 박혀있기도 하다.
다시 돌아온 유리병들의 쪽지를
미련스럽게 꾸역꾸역 다시 펼쳐본다.

돌아온 쪽지의 무게는 계속 변한다.
지금의 나에게 콧웃음 칠만큼 가벼워지기도
예전보다 더 무거워져서 아무리 바다로 던지고 또 던져도 멀리 나아가지 못하기도 한다.

던지고 돌아오는 것반복되다 보면
병들은 점점 문드러지고
쪽지들은 점점 헤져 날카로움이 사라진다.


모서리가 뭉뚝해진 병들은 져도 손이 아프지 않고

쪽지의 글자들은 어도 무감해다.

이것들의 무게도 전부 가워 진다.

그런데 이것들은 여전히
나의 몸을 날카롭게 찌다.
그건 나에게 의문을 들게 다.
둥글어질수록 깊숙하게 아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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