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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환 Oct 17. 2021

겨울바람 냄새

일상 [日常]


겨울바람 냄새


겨울이 갑작스럽게 다가왔다.

찬바람이 훤히 드러난 목덜미를

얄밉게 핥으며 지나간다.


찬바람에 대비하지 못한 옷차림에

몸이 한껏 움츠러들었다.

그리웠던 이 바람.


매년 이 바람을 기다린다.

겨울의 바람에는 나만 아는 냄새가 있다.

차갑고 비린 냄새.

얄궂지만 나는 이 비린내가 좋다.


겨울 냄새가 공기에 가득 찼다.

그날 새벽이 떠오른다.

시들어 빠진 덩굴을 휘감은 등나무에

가로등 그림자가 길게 드리우던 날.


눈물 흘리기 싫어서 악착같이 참았던

그 새벽에 홀로 숨을 크게, 아주 크게 들이마셨다.

폐를 감싸는 찬 공기가 머리까지 들어와

골이 울리고 얼굴을 방황하던 눈물이 비렸다.


'이 냄새를 기억하자.

지금의 마음을 그리워하자.

매년 겨울바람을 깊게, 아주 깊게 들이마시자.'


멈춰 서서 바람이 몸에 가득 차도록 숨을 들이마셨다.

이 차가운 다짐 내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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