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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전부인 부모는 그 자체로 이미 좋은 부모이다

by 온유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은 무엇 일 까는 부모라면 한 번쯤은 고민해 봄직한 주제일 것이다.


나도 한땐 고민을 참 많이 했었다. 유명강사의 부모교육도 들어보고 육아전문가가 하는 이야기들을 참고하며 무엇이 맞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첫째가 4살 초 무렵까지, 나는 아이에게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었고 찡그리는 표정을 하지 않으려 애썼다. 공감해 주고 이해해 주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아이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고 싶지 않았다. 늘 이해해 주고 미소 짓는 부모이고 싶었다.


그러나 아이가 미운 네 살에 접어들며 자기 고집이 생기는 나이가 되자, 육아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보는 계기가 있었다.


처음에는 전처럼 아이를 공감하고 이해해주며 내 감정은 누르고 참았다. 그러다 보니 하루는 너무 참아 눈물이 터져 버린 적이 있다. 이때도 아이에게는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아 부엌에 숨어서 울었다. 그 모습을 아이도 남편도 보고 말았다.



그날의 하루를 마무리하고는 남편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요즘 육아가 너무 힘들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공감도 이해도 못해주는 나는 좋은 부모가 아닌 것 같다고.


남편은 나에게 너무 참지 말라고 했다. 꼭 아이를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는 것만이 좋은 부모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너무 뭔가를 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화가 나면 화를 내는 모습 또한, 육아가 힘든 엄마의 모습조차도 아이에게는 경험이자 배우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조금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다음부터 아이에게 자연스러운 모습들을 보여주려고 했다. 체력적으로 힘든 날은 엄마가 힘드니 잠시 기다려 주고 도와줄 수 있겠냐고,


그리고 아이도 너무 감정적인 날에. 아이에게 조차 화가 나 너무도 감정적인 나로 변해버린 날에는 엄마도 화가 나니 너와 내가 마음이 좀 풀린 뒤 잠시 뒤에 대화하자고. 그렇게 자연스러운 육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남편의 말처럼 아이도 그 뒤로 더 자연스럽게 사람에 대해 배웠던 것 같다. 내가 애쓰지 않아도 이미 아이는 잘 성장하고 있었다.


조금 더 자란 아이는 그리고 아이와 함께 자란 나는, 이제는 더 함께 성장하기 위해 또 다른 고민들을 가지고 오늘을 살아간다.


그중에 완벽하지 못하고 부족한 엄마의 모습도 분명히 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내가 육아서적대로 혹은 누군가 옳다고 말하는 육아 공식대로 하지 않아도 내가 엄마이기 때문에 아이는 이미 나를 '엄마'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애쓰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어느 브런치 작가님의 글을 최근 봤다. 그중 아이들과 좋은 부모에 대한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은 부모가 애쓰지 않아도 부모이기 때문에 곁에 있는 것만으로 좋아한다. 나와 어쩌면 닮은 생각들이 일부분 담겨 있어 정독하며 읽었던 기억이 있다.




결국엔 모든 부모들은 비슷한 생각들을 공유하며 고민한다.

하지만 또 결국엔 부모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 이전에 나 역시 자녀였기 때문에 알아차리게 된다.


아이에게는 부모가 세상이고 우주이고 전부임을.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그저 엄마이자 아빠인 것으로 충분히 좋은 부모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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