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가이드북: 여행하는 예술가의 리스본
Bom Dia! Lisboa.
리스본(Lisbon)은 포르투갈의 수도(首都)입니다. 그리고 포르투갈(Portugal)은 이베리아 반도의 서쪽 끝에 있는 나라입니다. 지중해의 입구에 해당하는 이베리아 반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스페인의 서쪽 바닷가에, 북쪽에서 남쪽으로 길쭉하게 생긴 모양으로 붙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유라시아 대륙만 놓고 본다면, 리스본과 서울은 서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두 개의 수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 있어서 리스본은 다소 낯선 도시이며 머나먼 여행지이기도 합니다.
리스본은 기원전 1200년 경에 처음 세워진 도시이며, 유럽 전체에서도 가장 오래된 수도 중 하나입니다. 리스본보다 더 오래 된 유럽 내의 수도는 오직 아테네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도시의 이름인 '리스본'은 영어식 표현이고, 포르투갈어로는 '리스보아(Lisboa)'라는 이름을 사용합니다. 그러므로 만약 리스본에 방문했을 때 여러분이 현지인들에게 '리스보아'라는 이름을 사용한다면, 여러분은 분명 리스본 사람들이 크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어떤 외국인이 우리에게 '쎄오울'이 아니라 '서울'이라고 말할 때, 우리가 놀랍도록 기쁜 것처럼 말이죠.
포르투갈은 한국과 비슷한 위도에 있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유라시아 대륙 동쪽 끝에 있는 한국이 여름과 겨울 사이의 날씨 차이가 크게 나는 반면, 대륙 서쪽 끝에 있는 포르투갈은 대서양과 지중해의 영향으로 일 년 내내 대체로 온화한 기후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대서양으로부터 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에, 여러분이 리스본에 가게 되면 언제나 매우 맑은 공기를 숨쉴 수 있고 깨끗한 하늘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스모그나 미세먼지 같은 단어는 리스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말입니다.
또 포르투갈은 유럽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농업, 축산업, 어업 국가입니다. 그리고 포르투갈에서 가장 큰 도시인 리스본은, 도시의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굽이쳐 흐르는 '떼주 강(Rio Tejo)'이 드넓은 대서양과 만나는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래서 리스본은 언제나 신선한 농산물과 축산물, 해산물이 풍부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도시 내의 어떤 레스토랑(Restaurante)을 방문하더라도 좋은 음식을 만날 수 있습니다. 또한 대형 슈퍼마켓이든 동네 식료품점이든 언제나 훌륭한 식재료를 구할 수 있기도 합니다.
여행자에게는 다행스럽게도 리스본의 물가는 싼 편입니다. 포르투갈의 물가 자체가 유럽 전체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낮기 때문입니다. 물론 2020년 이후 최근 몇 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리스본의 부동산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는 바람에, 근래 들어 숙박비를 비롯한 전반적인 여행 경비가 비싸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유럽 내 다른 국가나 도시들과 비교해 본다면, 리스본은 여전히 예산 측면에서 정말 매력적인 여행지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리스본만의 가장 인상적인 특징 중 하나는 바로 '길'입니다. 포르투갈어로 '칼싸다(Calçada)'라고 부르는 보행도로가, 마치 모자이크처럼 수많은 작은 석회암 조각을 박아 놓은 형태로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고대 로마 시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 이 포르투갈의 전통적인 보행도로 형식은 오직 사람의 힘으로만 만들어지고 유지됩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리스본을 여행하는 동안, 간혹 길이 끊기면서 보행도로를 만들거나 보수하기 위해 돌을 깨서 바닥에 배열하는 작업 현장을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포르투갈의 칼싸다는 포르투갈 전역에서 볼 수 있지만, 리스본은 특히 그 전통을 더욱 강력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자동차가 다니는 차도는 이제는 시멘트가 섞인 회색 돌을 박아 넣지만, 사람들이 다니는 보행도로는 오늘날에도 흰색 계통의 석회암을 주로 사용하며, 광장이나 주요 도로에는 검은색 현무암으로 다양한 무늬를 구성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리스본을 여행하는 내내 신발을 통해 느껴지는 울퉁불퉁한 길바닥의 촉감과 칼싸다의 모자이크 이미지의 시각은 이 도시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한 감각입니다.
리스본을 여행하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역사적 사실이 몇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1755년 11월 1일 발생했던 '리스본 대지진'입니다. 이 지진은 18세기 당시 유럽 전체에서도 가장 독실한 가톨릭 국가였던 포르투갈 왕국의 수도를 말 그대로 한 순간에 폐허로 만들어버린 끔찍한 재앙이었습니다. 리스본 앞바다에서 발생한 강력한 지진으로 인해 리스본 대부분의 건물들이 붕괴와 화재로 인한 타격을 입은 상태에서 무시무시한 해일까지 도시를 휩쓸어버렸던 것입니다. 특히 기독교에서 모든 성인들을 추모하는 11월 1일에 지진이 발생했다는 점이 더 치명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성인의 덕과 신의 은총에 감사하기 위해 모든 성당들이 촛대에 불을 밝혀둔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가장 모순적인 사실은, 뱃사람들을 상대하는 포주와 창녀들의 홍등가였던 알파마(Alfama) 빈민가 지역만 끔찍한 재난으로부터 아무 피해도 입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독실한 신자들이 천벌과도 같은 대재앙으로 인하여 큰 피해를 입는 동안, 오히려 신의 가르침에 위배되는 사람들만이 무사했던 것입니다. 이 사건은 전 유럽을 지배하던 교황청의 권위가 점차 약해지고, 그 반작용으로 근대의 시작을 열었던 계몽주의가 점점 큰 힘을 얻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리스본 대지진과 같은 큰 사건에도 불구하고 포르투갈은 지금도 독실한 가톨릭 국가라는 점입니다. 이것은 여러분이 리스본을 여행하는 동안 언제라도 매우 오래된 크고 작은 수도원이나 성당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역사적으로 매우 유명한 몇몇 성당들은 관광객들에게 입장료를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성당은 문을 연 동안에는 언제든 무료로 방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성당 내부에서 우리는 중세 유럽의 다양한 종교적 예술 작품들을 만나거나 엄숙하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여행 전 알아두면 좋을 세 번째 역사적 사실은 20세기 초반부터 중반에 걸쳐 포르투갈을 지배했던 '독재자'와 '카네이션 혁명'입니다. 경제학 교수 출신이었던 '안토니우 살라자르(António de Oliveira Salazar)'는 20세기 초 쿠데타로 집권했던 군부정권 치하의 재무장관이었습니다. 이후 군사정권이 무너지고 살라자르가 권력을 잡으면서, 포르투갈에는 파시즘 독재가 지속되었습니다. 살라자르 정권이 1974년 4월 25일 발생했던 '카네이션 혁명'을 통해 무너진 후에야, 포르투갈은 비로소 지금의 건강한 민주주의 국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당시 혁명을 주도했던 초급 장교들을 비롯한 젊은 군인들에게 시민들이 연대의 의미로 카네이션을 선물했고, 군인들이 총구에 카네이션을 꽂아 시민들의 지지에 응답한 데서 '카네이션 혁명'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습니다.
마치 한국인들이 군부독재정권 치하를 경험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살라자르 정권의 통치 아래에서 포르투갈의 국민들도 국가의 엄중한 감시와 극심한 탄압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한국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민주화 운동을 통해 민주주의를 이뤄낸 것처럼, 포르투갈도 초급 장교들을 비롯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저항과 혁명으로 독재정권을 무너트리고 민주주의를 성취해냈습니다. 리스본에서 테주강을 건너 세투발로 향하는 중요한 다리에 '4월 25일(25 de Abril)'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지금도 '자유의 날(Dia da Liberdade)'인 4월 25일이 되면, 리스본 시내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