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가이드북: 여행하는 예술가의 리스본
리스본은 유럽 전체에서도 치안이 좋은 편에 속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 여행을 가도 괜찮을까?' 하는 질문에는, '예, 충분히 혼자 여행을 다녀올 수 있습니다.'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전 세계 어느 곳을 여행하더라도 무조건 안전한 곳은 없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할 필요도 있습니다. 제 아무리 치안이 안전한 지역을 여행한다 하더라도, 낯선 이방인에게 '완벽하게 안전한 여행지'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동안 간혹 여러분에게 접근해서는 뭔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위협적으로 내뱉고는 도망치는 얼간이들을 마주칠 때가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것은 포르투갈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 경우에는 그 얼간이들에게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혹시라도 여러분을 따라오거나 근처에 계속 얼쩡거린다거나 하면, 얼른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는 눈이 많은 곳에서는 아무 말도 못하는 한심한 자가 한적한 곳에서 외국인에게 그러는 걸 보고 있노라면, 어느 나라의 어떤 문화권이라 하더라도 얼간이는 반드시 존재하는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에게는 다행스럽게도 리스본의 시민들은 다른 유럽 지역과 비교해보아도 준법 정신이 매우 높은 편입니다. 특히 한국과 크게 대조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자동차 운전자들의 운전 방식과 매너입니다. 리스본에는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가 많습니다. 따라서 차도를 건널 때는 항상 좌우를 잘 살피면서 건너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보다 훨씬 안전하게 건널 수 있습니다. 사람이 길을 건너기 위해 횡단보도 가장자리에 멈춰선 것을 보면, 도로 위의 모든 자동차들이 일제히 멈춰 서기 때문입니다. 차가 사람보다 항상 먼저 지나가는 한국과는 다르게 말입니다.
사실 한국도 도로교통법(제27조 1항)에 의하면,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의 경우 사람이 먼저 지나갈 수 있도록 주행중인 모든 자동차가 멈추는 것이 옳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실제로 이 규칙이 지켜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반면 리스본의 경우에는 여러분이 차도를 건너가기 위해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앞에 멈춰서는 순간, 여러분들은 수많은 자동차나 트램(노면전차)들이 여러분의 안전한 보행을 위해 일제히 멈춰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여러분이 차도를 건널 생각이 없지만, 길을 찾기 위해 지도를 보거나 주변을 둘러보려고 잠깐 횡단보도 앞에 멈춰선 경우라 하더라도 말이죠.
그러므로 만약 여러분이 여러분을 위해 멈춰선 자동차 앞을 지나쳐 횡단보도를 건너게 된다면, 자동차 운전석에 있는 리스본 시민들에게 가볍게 따봉을 날려주면서 고맙다는 제스처를 보내주세요. 아니면 그저 고개를 까딱하는 정도의 목례나, 손을 잠깐 들었다 내리는 정도의 제스처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참고로 한국처럼 자동차 앞 유리에 일명 '썬팅'이라고도 부르는 검은 코팅을 짙게 하는 것도 전 세계의 대부분 국가들에서 불법입니다. 그리고 이 점은 포르투갈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여러분은 운전석에 앉은 리스본 시민들과 멀리서도 얼마든지 눈을 마주치고 서로 미소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리스본은 밤 풍경도 매우 아름답습니다. 카페테리아나 세르베자리아(Cervejaria, 맥주집), 아늑한 바(Bar) 등에서는 가벼운 음식과 맥주를 앞에 두고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볼 수 있으며,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훌륭한 저녁식사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시아두(Chiado)를 포함하는 바이후 알투(Bairro Alto) 일대에는,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모여 뜨거운 열정으로 밤을 불태우는 클럽들도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야심한 밤에 혼자 또는 소수가 돌아다니는 것은 어쩌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유럽은 한국과는 다르게 시내 곳곳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유럽의 어떤 곳을 여행하더라도 여러분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24시간 지켜보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설사 감시카메라가 있다 하더라도 늦은 밤에는 범죄 등의 불미스러운 일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특히 우리는 이방인입니다. 그러므로 인적이 끊긴 깊은 밤에 바깥을 돌아다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유념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것은 세계 어느 곳을 여행하더라도 명심해야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인들도 야심한 밤에는 혼자서는 좀처럼 돌아다니지 않습니다.
그리고 만약 여러분이 관광객들로 온통 북적거리는 전망대에 있거나, 아니면 사람들로 미어터질 것 같은 '타임아웃 마켓' 같은 곳을 구경하면서 식사를 하려고 하거나, 또는 여행자들로 꽉 찬 노란색 28번 트램 안에 서있어야 한다면, 여러분은 정말로 반드시 소매치기를 주의해야 합니다. 이렇게 소매치기를 주의해야 하는 것은 전 세계의 대부분의 관광명소에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주의사항이기도 합니다. 마치 한국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소매치기는 현금 사용이 보편적이었던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흔한 일상적 풍경이었습니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앞 광장이나 베네치아의 리알토 다리 위에서 넋을 놓고 있다가는 순식간에 주머니나 가방을 털려버리고 마는 것처럼 말이죠.
등 뒤로 메는 백팩(Backpack)에는 현금이나 지갑, 여권을 비롯한 귀중품을 넣지 말아야 합니다. 어느 순간 백팩 입구가 열린 채 그 안의 귀중품이 사라져있는 것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허리 아래로 늘어지는 크로스백이나 헐렁한 외투주머니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처럼 데님(청바지) 뒷주머니에 스마트폰을 꽂고 다니거나, 카페의 야외 좌석에 앉아있을 때 테이블 위에 무방비하게 스마트폰이나 지갑, 신용카드 등을 올려놓는 것도 정말 위험합니다.
호텔이나 공항, 기차역 매표소, 은행 등에서 직원이 아닌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여권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 여러분은 결코 여권을 꺼내 그에게 보여줄 필요가 없습니다. 만약 길거리에서 여러분에게 접근해서는 자신이 설문조사를 하는 학생이라거나, 또는 자신이 사복 경찰이라거나 하면서 여권을 건네 달라고 하는 낯선 사람이 있다면, 이 때도 결코 여권을 보여주거나 건네주지 말아야 합니다. 그들은 여러분의 여권을 볼모로 삼고는, 돌려받고 싶다면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사기꾼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은, 이제 리스본을 여행하는 동안에는 현금을 많이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2020년 이전까지만 해도 리스본에서는 크레디트카드(신용카드나 체크카드)보다는 현금을 취급하는 상점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 때 당시에는 한 달을 머무는 동안에 필요한 유로화를 한꺼번에 가지고 있으면 너무 큰 액수라서 위험하기 때문에, 머무는 중간마다 필요한 만큼 일정 금액을 인출해야만 했습니다. 덕분에 수수료가 적은 ATM을 찾는 것도, 그리고 ATM에서 돈은 인출하면서 혹시나 발생할 수도 있는 날치기 범죄를 조심하느라 신경 쓰는 것도 정말 큰일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Covid19의 영향으로, 이제는 리스본에서도 시내 거의 대부분의 상점에서 비자(Visa), 또는 마스터(Master) 등의 크레디트카드를 취급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작은 상점의 경우에는 여전히 현금만 사용할 수 있는 곳도 남아있기는 합니다만, 어쨌든 카드 사용에 익숙한 한국의 여행자들에게는 리스본의 이러한 변화는 정말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참고로 최근 많이 사용하는 트래블월렛 카드로 인출하려고 할 때 위의 사진에 있는 빨간색 Santander ATM을 이용하면 수수료 무료이니 참고하세요. 리스본 공항을 비롯해서 시내 곳곳에서 Santander ATM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