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예술가의 리스본
한국의 여행자인 우리들이 기억해야 할 기본적인 예절이 있습니다. 사실 이것은 포르투갈 뿐만 아니라 유럽 다른 지역에서도, 아니 그보다도 전 세계 어디에서든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바로 '인사'입니다.
예를 들어, 만약 여러분이 길을 걷다가, 또는 사람들로 붐비는 관광지에서 다른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히는 등의 가벼운 신체적 접촉이 일어났을 때를 생각해봅시다. 만약 그런 일이 생겼다면, 여러분은 반드시 그 사람과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아야 합니다. 굳이 뭔가를 말하지 않더라도, 가벼운 손짓이나 목례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소한 서로 눈을 마주치고 눈을 찡긋 하는 정도의 제스처라도 주고 받아야 합니다.
굳이 이 사실을 언급하는 이유는, 한국의 경우에는 심지어 발을 밟거나 강하게 밀치게 되더라도 그냥 모른 척 하거나 아무 말 없이 지나가 버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사실 정말 매우 무례한 행동입니다. '너 따위는 내 눈에 보이지도 않는 하찮은 존재일 뿐이야.'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차 강조하지만, 일상생활에서뿐만 아니라 특히 여행지에서 타인과 인사말을 주고받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중요한 예절입니다. 따라서 슈퍼마켓의 점원, 기차역의 매표소, 공항의 카운터 등 여러분이 리스본을 여행하는 도중 누군가와 대화를 시작할 때라면, 항상 가장 먼저 '인사말'을 주고받아야 합니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주고받는 기본적인 인사말은 '올라(Olá)'입니다. 그리고 헤어질 때의 인사말은 '차우(Tchau)'나 '아데우스(Adeus)'입니다. '아데우스'가 좀 더 격식 있는 표현이기 때문에, 만약 상대방이 연세가 좀 많은 어르신이라면 '아데우스'라고 인사하는 편이 더 좋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추가적인 인사말이 있습니다. 만약 대략 오후 한두 시 이전이라면 '봉 디아(Bom dia)', 그 이후의 오후나 저녁이라면 '보아 따르즈(Boa tarde)'라고 인사하면 됩니다. 그리고 밤 인사인 '보아 노이츠(Boa noite)'도 있습니다. 아마도 여러분이 리스본을 여행하는 동안에는 대체로 앞의 두 개 인사말을 많이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추가적 인사말은 헤어질 때도 덧붙여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만났을 때 '올라, 봉 디아.'라고 인사했다면, 헤어질 때는 '오브리가두, 차우, 봉 디아.'라고 인사하면서 헤어지는 것이죠.
그나저나 포르투갈 사람들은 인접해있는 스페인 사람들과는 다르게, 대체로 목소리를 좀 작게 내는 편입니다. 그래서 만약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지나갈 수 있도록 잠깐 길을 비켜 달라고 이야기할 때도, 그 사람은 여러분에게만 간신히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꽁 리쎈싸(Com licença)'라고 말할 뿐입니다. 이 말은 '실례합니다.'라는 뜻입니다. 여러분도 '실례합니다, 잠깐 지나갈게요~!' 하는 의미로 이 말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사과할 일이 생겼다면 곧바로 사과의 말을 전해야만 합니다. 이 경우에는 '데스쿨페/지스쿨페(Desculpe)'라고 말하면 됩니다. 이 말은 '미안해요.'라는 뜻입니다. 마찬가지로 고마움을 표시해야 할 때는 '오브리가두(남성)/ 오브리가다(여성)'라고 말을 하면 됩니다.
아니면 혹시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땐 '꼬레이아 두 술(Coreia do Sul)'이라고 하거나, 아니면 그냥 영어로 '사우스 코리아'라고 대답하면 됩니다.
물론 그 어떤 상황이라 하더라도 여러분이 포르투갈어를 몰라도 괜찮습니다. 대충 '익스큐즈 미'나 '쏘리', '땡큐', '헬프 미 플리즈'처럼 쉬운 영어로 말해도, 다들 찰떡같이 알아듣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상대방이 영어를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는, 지나가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기웃거리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2020년 우리가 포르투갈 북부에 있는 브라가(Braga)를 잠시 방문했을 때 기차역에서 티켓을 구매하려고 거금 20유로 지폐를 무인발매기에 넣었는데 기계가 우리 돈을 날름 삼켜버리고는 먹통이 되어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당황한 우리는 매표소 직원에게 짧은 영어 실력과 표정 몸짓 모두 동원해 우리의 사정을 설명해서 도움을 요청한 다음, 담당자가 올 때까지 그 자리에서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외국인인 우리가 곤란한 표정으로 머뭇거리며 기다리는 모습을 보고는, "도움이 필요해?"라거나 "통역이 필요해?"라며 우리에게 말을 거는 사람들이 계속 나타나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마다 우리는 이미 도움을 요청하고 기다리는 중이니 괜찮다고 고맙다고 대답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 밖에도 식당에서 식사할 때 냅킨은 무릎에 두는 것이 좋다거나,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손을 들고 큰 소리로 직원을 부르지 말고 가급적이면 작은 제스처나 눈짓으로 부르거나 아니면 차분하게 기다리는 것이 좋다는 등의 자잘한 에티켓들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리스본의 많은 사람들은 여행자인 여러분이 낯선 문화와 언어 속에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행동하고자 한다는 점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냥 웃는 얼굴로 인사를 먼저 건네보세요.
"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