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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각 Oct 24. 2021

사회초년생의 다짐

신입사원에서 신입이란 글자가 사라졌다

신입사원에게 자기소개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면접에서의 1분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취업을 준비하던 시간보다 회사의 문턱을 넘고 나니 스스로를 소개할 기회가 많아졌다. 지원동기와 강점, 회사에서 이뤄가고 싶은 목표를 담아낸 거창함에서 이름과 나이 사는 곳 정도의 간소한 인사로 자기소개를 이어갔다.


입사 초기 매주 월요일 아침 간단한 발표시간이 있었다. 미리 순서를 정한 발표자가 업무관련 소식이나 사회이슈를 전달하는 시간이었다. 때마침 우리 팀의 한 분이 발표자였는데 조회시간에 나를 소개하려고 하니 간단한 인사말정도 준비하라고 귀띔해주었다. 2개월의 연수기간을 끝내고 지원부서로 배치 받은 지 일주일이 지난 뒤였다. 아침조회가 다가오자 직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발표자가 서있는 층 중앙으로 시선을 던졌다. 발표를 맡은 팀원은 예정대로 나를 불렀다. 긴장하고 있음을 애써 감추며 시선이 모이는 곳에서 나는 다음과 같이 자기소개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하반기 공채로 들어왔습니다. 지금은 신입사원입니다. 하지만 훗날 ‘신입’이란 글자를 ‘유능한’이란 단어로 바꿀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간단히 소개를 마쳤고 신입을 환영한다는 의미의 담백한 박수소리가 뒤를 이었다.


그날의 기억은 생생했고 그날의 소개는 선명했다.


아주 짧은 찰나였지만 자기소개를 마무리했을 때 다음과 같은 질문이 불쑥 머릿속에 올라왔다. 1년, 아니면 그보다 많은 시간이 지났을 때 내가 이 회사에 있을까? 혹은 아까 소개한 내용처럼 유능하게 일을 잘 수행하고 있을까? 당시에도 1년이란 시간은 갓 입사한 신입사원에게 너무 먼 미래의 일이었다. 여러가지 상념을 물리치며 서둘러 자리로 돌아갔다. 


선배가 주문한 새 노트북을 펼쳤다. 전원버튼을 누르자 비 개인 뒤에 맑은 하늘처럼 파란색이 가득한 기본 바탕화면이 보였다. 인수인계라는 장마와 업무적응이라는 태풍이 수차례 지나가니 구름한점 없던 푸른 창은 수많은 폴더와 문서파일로 가득했다. 키보드에 Enter 라는 글자는 반 정도 지워졌고 의자바퀴는 갈수록 삐걱거렸다. 쌓여가는 연차와 함께 텅 비어 있던 책상은 출퇴근의 손 때가 곳곳에 묻어난다.


시간의 가운데를 걸어갈 때는 시간의 속도를 모른다. 돌이켜봐야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고 생각한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 평소에 출근하는 가로수길을 돌아봤다. 걸어온 길을 눈으로 세어보니 회사에서 일곱 번째 봄을 맞이했다. 


신입사원에서 신입이란 글자가 사라졌다. 


사원은 이제 대리다. 7년의 시간만큼 나는 성장했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사라진 글자가 만들어 둔 빈칸에 나는 무엇을 채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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