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여행이고 일상은 일상이다
그런 날이 있다. 어깨로 떨어지는 햇살이 따뜻하고 뺨을 어루만지는 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날. 나를 둘러싼 모든 요소가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적당한 때. 그런 날은 이상하게 휴가가 아닌 근무하는 날이다. 학생에게 방학이 존재하듯 직장인은 휴가가 있다. 방학에 비해 기간은 짧지만 휴가는 방학처럼 그 맛이 달콤하다. 공식적으로 일상에 쉼표를 찍을 수 있는 휴가는 항상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지 여행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고 빈번하게 듣는다. 그런데 우리는 “왜 여행을 가고 싶을까?”
직장인은 피곤이라는 단어와 제법 잘 어울린다. 여행을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이유도 스트레스를 주는 물리적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뜻일 것이다. 마음과 몸에 피로가 쌓여 있기에 이를 빼내야 한다. 그래서 여행은 업무로 쌓인 독소를 뽑아내는 소독제이다.
반면 스트레스가 아닌 지루함에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제와 똑같은 쳇바퀴 같은 하루를 보내며 내가 다람쥐인가 아니면 사람인가 헷갈려 한다. 지루하면 내 안의 감각을 사용하는데 인색 해진다. 그래서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새로운 무언가를 갈망한다. 이 경우에 여행은 늘어진 심신에 활력을 불어넣는 비타민같은 영양제이다.
그렇다면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보는 건 어떨까? 이른 아침 비행기를 타기위해 새벽에 눈을 떠도 결코 졸리지 않는다. 하루 종일 명소와 맛집을 방문하기위해 평소보다 더 많은 발걸음을 재촉하지만 눈빛은 초롱초롱했고 활기 넘친다. 여행이 주는 설렘이 있기에 피곤함도 피해간다. 영원할 것 같던 여행도 결국 엔딩으로 향한다. 대단원의 막을 내린 휴가를 뒤로하고 일상으로 복귀한다. 주말에 충분히 늦잠을 청해도 피곤하다.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보려 하지만 철저하게 일상은 일상이고 여행은 여행이다.
일상은 여행일 수 없다. 출퇴근길에서 새로움을 느끼려 하지만 무척 쉽지 않다. 지난주에 거닐던 여행지의 풍경 하고는 객관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일상과 여행의 다름을 인정하기로 했다. 오히려 타지에서 스트레스를 남김없이 빼내고 신선함을 가득 채우기로 한다. 뺄셈과 덧셈으로 나만의 여행 이야기를 꼼꼼하게 만들고 다시 마주하는 일상에 여행으로 얻은 힘을 사이좋게 나눠보려 한다.
그러면 일상이 조금은 여행처럼 다가올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