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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각 Oct 24. 2021

퇴근 후의 시간도 밀도있게

열심히 일한 당신 무작정 떠나지말자

알람 소리로 아침을 시작한다. 스마트폰은 5분 간격으로 나를 흔들어 깨운다. 자리에서 일어나 공복에 물 한잔을 채운다. 쏟아지는 잠은 찬물로 세수를 해도 지워지지 않는다. 아직도 영혼은 이불 속을 파고들지만 몸은 이미 인파 가득한 타인의 피로속을 파고들고 있다. 각자의 통근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도착한 곳은 회사다. 살면서 일등을 해본 기억은 희미하지만 회사에서 일을 하는 사실만큼은 생생하다.


일은 담당자의 생김새처럼 다양한 모양새를 갖춘다. 일을 처리하는데 필요한 역량과 난이도에 따라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나와 옆자리에 있는 동료가 하는 일은 분명 다르지만 결국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이는 지속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근본적인 목적과 그 뜻을 같이한다. 내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피곤한 몸을 이끌고 회사로 향하는 것처럼 회사 또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정성과 위험성을 끊임없이 검토하며 사업을 전개한다.


회사는 목표를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주간보고, 월간보고, 분기보고 등의 척도를 사용하며 회사의 살림살이가 잘 꾸려지고 있는지 체크한다. 인생의 반나절을 회사에서 보내기에 TO DO LIST를 자발적으로 만들어가며 에너지를 쏟는다. 하지만 이는 반은 바람직하지만 반은 아쉬움이 큰 일이다. 왜냐하면 열심히 일을 하고 급여를 받는 직장인은 많다. 반면 퇴근 후 집안살림을 회사일처럼 밀도 있게 들여다보는 사람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회사일을 집안까지 들고 오라는 소리가 아니다. 일터에서 배운 경험들 중 일부의 경험을 퇴근 후 삶에도 현명하게 적용해보자는 의미다.


직장인은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고 월급을 받는다. 급여통장에 찍힌 숫자를 확인하면 아쉬움이 풍선처럼 부풀어오른다. 급여의 두께는 물가 앞에서 인쇄용지처럼 얇고 급여의 무게는 집값 앞에서 퇴근길 공기처럼 가볍기만 하다. 아쉬움도 잠시 퇴근을 하면 일단 쉬고 싶다는 생각이 온몸을 스치는데 이내 치킨과 맥주가 뱃속을 스쳐 지나간다. 어 하다 보니 주말이고 모처럼 부족했던 잠을 느긋하게 청해본다. 원래 주말은 2일뿐이라 평일보다 짧은데도 불구하고 주말은 짧다고 욕하면서 다시 스마트폰에 이끌려 월요일을 시작한다.


급여가 아쉽다고 심신이 지쳤다고 풍선껌만 불어서는 답이 없다. 단물과 바람은 금세 빠지기 마련이니까. 급여의 부족함과 회사일로 받은 피로감을 극복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나는 회사에서 업무를 수행하며 배운 경험을 퇴근 후 삶에도 적용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대리 1년차일때, 메모기술을 다루는 강연을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들었다. 강의는 메모를 활용하여 시간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법을 다뤘다. 강사의 직장경험이 눈에 띄었는데 직원들에게 메모하는 법을 강조하는 기업이었다. 강연자는 메모하는 법을 근무시간에만 사용하지 않고 퇴근 후 자신의 삶에도 적극적으로 적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국 그는 자신의 경험을 자산화 시켰고 본인의 사업체를 만들 수 있었다. 지금도 현업에서 활동하고 계신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사소해 보여도 괜찮다. 경험의 씨앗을 지금부터 모은 자만이 훗날 급여의 아쉬움을 풍족함으로 대체할 과실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몸과 마음이 피곤하겠지만 시간이 지나 일을 하고 싶어도 퇴사를 해야 하는 시점에 오히려 생동감 넘치는 일상을 만들어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하는 일을 조금은 색다른 관점으로 바라보자.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애정을 쏟아보자.


카드회사 광고는 말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고 인생을 즐기라고

(자사 카드를 사용하길 권장하며).


우리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열심히 일한 아들 회사에서 배운 거 집에서도 써먹으라고.

(경험의 씨앗을 모으는 수고가 당장 힘들겠지만 훗날 큰 힘이 되어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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