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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항 Apr 01. 2021

적응력과 여행의 상관관계

2021년 3월 31일

나는 인간관계에 관해서는 예민한 편이라 사람 표정을 보고 상황을  캐치하며 눈치가 빨라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금방 알아챈다. 하지만 다른 방면에선 둔한 편이라 아무데서나  먹고  자고 적응을 잘한다. 힘든 일이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금방 잊히고 조금 불편해도 그냥 불편한 채로 아무렇지 않게 산다. 사실 생각이 많아 하루 종일 이것저것 생각한 머리를  이상 사용하고 싶지 않아 그냥 적응  버리는  같다. ‘여기 화장실은 수압이 약하고 이상한 냄새가 라며 불평하기보단 다른 생각들을 하며 머리를 사용하는 편이다. 이런 마인드가 여행할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여동생이랑 라오스 여행했을 , 히치하이킹으로 화물트럭을 탔던 적이 있었다. 원래 목적지는 라오스의 다른 지역이었지만 아저씨가 중국 가는 길이라는 말에 아저씨 차를 타고 같이 중국을 가기로 했다. 그러면서 덤프트럭에서 일주일간 지내게 되었는데, 숙소도 없이 트럭에서 먹고 둘이 껴안고 자면서도 서로 한마디 불평도 하지 않았었다. 어떻게 보면 화장실을  가니 물도 제대로  마시고 배고플  밥도  먹고 이불도 없이 자는 불편한 상황이었지만 우리는 이것 또한 아무나 못하는 경험이라 여겼다.

인도 한 여름은 도로가 녹을 정도로 덥다. 바라나시라는 지역에 여름 한 달을 무더위 속에서 보냈다. 전기가 귀한 인도는 에어컨이 있는 곳이 드물고 그런 곳이 있어도 비싸서 가지 않았다. 안 그래도 위생이 깨끗하지 못한 인도인데 50도가 웃도는 곳에선 무엇을 먹어도 배탈이 났고, 더위를 식히려 아픈 배를 부여잡고 찬물을 마셔야 했다. 에어컨이 있다는 식당까지 30분을 땀 흘리며 걸어가 밥을 먹고 다시 걸어 돌아오는 길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그래도 오랜만에 차가운 바람 쐐서 좋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었다.

필리핀에 갔을 땐 산속에 대나무로 지어진 숙소에 있어서 가방만 열면 개미떼가 가득했고 밤엔 춥고 낮엔 덥고 비도 많이 와서 꿉꿉했다. 그러면서도 바로 앞이 바다라 수영하고 싶을 때 수영하고 방이 불편하면 밖에 해먹에 누우면 되니 그것마저 좋다고 생각했었다.

적응력은 능력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라 생각한다. 능력은 타고나야 하지만 마음가짐은 바꿀 수 있다. 상황을 탓하기 전에 한 번만 더 생각해보자. 내가 불평하고 있을 때 무엇을 잃고 있는지. 다시는 오지 않을 귀한 경험과 시간인데 부정적인 생각으로 낭비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조그마한 생각 차이로 지금의 경험이 다른 사람들은 절대 하지 못할 나만의 여행 해프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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