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글 : 차와 커피
‘너는 뭐 마실 거야?’
‘음, 오늘은 뭐 마시지.’
차와 커피 가리는 것이 없이 마시는 것이라면 다 좋아하는 나로서는 커피숍에서 메뉴 고르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그 집의 메뉴판을 쭉 다 훑고 나서 ‘이걸 마시고 싶다’라는 영감이 찌릿하게 오는 그 짜릿함을 즐긴다.
어떻게 보면 본능에 충실한 몇 아닌 시간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인지 이때만 되면 회색빛 가득한 빌딩 숲의 카페에서도 메뉴를 고를 때면, 먹잇감을 찾고 사냥을 위해 달리는 야생의 쟈칼이 된 기분이다. 이렇게 메뉴를 고를 때에는 보통 그 카페에서 주로 밀고 있는 광고판에 현혹되기도 하고, 조금 특색 있고 그 집에서만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시키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운명처럼 만난 메뉴라고 생각해서 확신을 가지고 말을 했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들이 자주 시키는 메뉴가 아니라서 준비가 안 되어 있어서 거절당할 때도 종종 있다. 그럴 때에는 마치 나의 사냥감을 향해 돌진하면서 이미 반 정도 배가 부를 정도로 먹이의 포만감을 느끼고 있다가, 눈앞에서 사냥감을 허무하게 놓친 고개 숙인 쟈칼이 된 것 같다. 그렇게 쟈칼은 터덜이며 주문한다.
‘그럼 어쩔 수 없죠.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