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일어나, 지금 안 일어나면 밥 못 먹고 가"
이제 초등학교 입학한 첫째 아이와, 새로운 유치원으로 가게 되는 둘째 아이와 아침잠 전쟁이다. 꼭 주말에는 새벽같이 일어나서 노는 아이들인데, 왜 평일에는 일어나지 못해서 이러는 것인지.
부랴부랴 계란프라이를 부쳐보고, 밥 대신 빵이 먹고 싶다는 첫째 왕님께서 주문하신 크로와상에 딸기잼을 발라본다. 아직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빵을 우걱우걱 맛없게 씹는 걸 보면서, 목 막힌다고 우유라도 같이 먹으라고 빨대 꽂아서 8살 아이 입에다가 넣어준다. 한 숟갈이라도 먹여서 보내려고 애를 쓰다 보니, 나의 어릴 적 모습이 생각나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게 엄마가 말한 나의 업보인가.
어릴 적 나는 유난히 잠이 많은 아이였다. 엄밀히 말하면 저녁잠은 없고, 아침잠이 많은 아이였다. 늦게 자니까 늦게 일어날 수밖에 없지. 그런데 밤에는 정말 하고 싶은 게 많아진다. 밤에는 문제지도 다 풀 수 있을 것 같고, 그림도 다 그릴 수 있을 것 같고, 책도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럴 것 같은 마음으로 하다 보면 어느 순간 12시가 되어가고, 그렇게 늦은 잠이 들었으니 아침에는 일어나기가 힘들 수밖에.
그렇게 아침에도 못 일어나고 있으면, 엄마가 오셔서 조물조물 다리부터 주물러 준다. 그 기분이 좋아서 가만히 누워있는다. 그러면 아빠는 거실에서 클래식 음악을 크게 틀어놓는다. 클래식과 큰 연관은 없지만 늘 갈망하는 것 중에 하나이기에, 아빠의 로망은 아침에 클래식 음악을 크게 틀어 놓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클래식 음악이라고 한 들 기상나팔 소리로 밖에 여겨지지 않을 뿐이다.
그렇게 눈 비비고 일어나서 먹을 수 있는 입 짧은 나의 아침은 누룽지였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따뜻하고 구수한 냄새는 아침잠을 깨우기에는 충분히 편안한 존재였다.
"엄마, 내가 나중에 성공하면 어떤 음식을 좋아하냐고 하면 누룽지라고 할 거야"
라는 우스갯소리를 엄마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아직 성공하지를 않아서 그걸 말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지만 지금도 나의 최고의 아침 음식은 누룽지이다. 하지만 내가 엄마가 되고 나니 그 누룽지가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것이 아니었다. 딱 일어나서 먹었을 때의 적당한 온도와 농도가 되려면 말이다. 아침잠을 뒤척이며 일어났다가 누웠다가 하는 그 로딩의 순간에도 엄마는 그 적당한 온도와 농도를 맞추려고 물을 붓고 끓이고, 찬물을 붓고를 몇 번을 반복했을 거라는 것을 이제 내가 엄마가 되니 조금 알게 되었다. 그조차도 힘들어서 빵과 계란 프라이도 허덕이고 있는 나를 보고 엄마는 안타까움 반, 고소함 반이라고 했다.
아침밥이라는 건 그런 건가보다. 학교 가있는 동안, 떨어져 있는 동안의 안녕을 위해 챙겨주는 든든한 지지와 응원 같은 것. 그래서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고 가면 마음이 편안하고 그 하루가 든든하지 않을까 하는 것 .
아침밥을 챙겨주던 엄마와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던 아빠의 마음이 학부형이 되어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내일은 클래식 음악으로 아이들을 깨워줘야지. 헤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