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는
손 끝 마디에도 느껴질 정도의 찬란한 햇살이 가득한
한낮의 열정이었고
또 어느 누구에게는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먹먹한 장대비만 쏟아지는
한 밤의 두려움이었다.
여름이 되어서야 선명하게 피는 것은
나팔꽃이었기 때문이었으니
한 여름에 맞춰 피지 못했다고 한들
슬퍼하지 말자
7월의 여름에 피었던 그는
노란색이 계곡물과 잘 어울리는 원추리였기 때문이고
8월의 여름을 웅장하게 버텨낸 그는
해를 가지고 싶어 했던 해바라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각쉬취, 구절초, 한란, 국화, 코스모스,,
여름을 피우지 못하였던 것은
너의 때가 아직 오지 않았을 뿐이었던 것이다.
자책 말고,
주저 말고,
슬퍼하지 말기를
손 끝을 살짝 들어 올려 보자
선선한 바람이
가을의 소식을 가지고 오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