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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믹스커피 May 25. 2022

눈을 보고 말해요

글감 주제 : 마스크 

‘오늘부터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얼마나 기다렸던 뉴스였는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다시 오긴 오는구나. 벌써 2년이나 지났다니. 그동안 우리는 마스크가 불편하다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익숙해진 현실에 조금 씁쓸함과 아쉬움이 섞인다.      

“너무 답답해”

“지금 저한테 하시는 말씀이었나요?”

코로나19로 반강제로 2년 여간 쓰고 있던 마스크로, 누구한테 하는 말인지 몰라서 되묻기도 하는 일들이 많았다. 이런 낯선 모습들이 불편하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다른 모습을 만나게 되기도 한 것 같다.


 비즈니스 미팅이 많았던 자리는 눈을 마주치고 말하기보다는, 대부분 화면이나 페이퍼를 보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마스크를 쓰고 나서는 화면과 페이퍼만 보고 말을 하기에는 누가 누구한테 하는 말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그 전 보다 듣는 사람의 눈을 더 많이 쳐다보게 되었다. 내가 저 사람의 눈을 이렇게 본 적이 있었나. 쌍꺼풀이 한쪽만 있었는지, 왼쪽 눈썹의 산이 오른쪽 눈썹보다 조금 더 높았는지 같은 자잘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하는 것을 많이 부끄러워하는 사람이었다. 쑥스러움이 많은 성격이기도 했고, 어릴 적부터 이야기를 하면서도 공상에 자주 빠지는 버릇 때문인지, 이야기에 맞는 표정으로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꽤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마스크의 일상에 어떻게 보면 조금 안도감을 느끼기도 했었다. 오히려 표정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그 사람의 눈이 담고 있는 이야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래서 눈을 보고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한 쑥스러움보다 즐거움을 더 많이 느낄 수 있게 된 것 같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기에, 눈을 더 자주 보고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처럼 또 조금씩 우리의 세상은 달라져가고 그것에 맞춰지겠지. 그래도 마스크를 쓰면서도 만나고 싶어 하는 누군가가 있고, 마스크로 가려져 있지만 그 안의 얼굴을 더 많이 보고 만지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더 많이 알게 된 지난 2년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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