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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 마운틴, 모든 문의 열쇠

 Rocky Mountain High

by 혜아 Feb 1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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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본 적도 없는 곳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게 하는 음악이 있다. 존 덴버의 Rocky Mountain High.
1972년 9월 발표된 덴버의 여섯 번째 스튜디오 음반이다. 존 덴버와 마이크 테일러가 함께 작사, 작곡하였고 2007년 콜로라도주 제2의 주가로 선포되기도 했던 곡이다. 이 곡은 덴버가 콜로라도주 로키 산맥의 아름다움에 영감을 받아 자연과 삶에 대한 경이로움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가사를 가만히 들어보면 로키 마운틴이 그에게 단순한 장소가 아니었다는 것이 느껴진다.


He left yesterday behind him,

You might say he was born again.

과거를 뒤에 두고, 다시 태어났다고 말할 정도니까.


캐나다 로키를 여행하기 전에 이 노래를 찾아서 여러 번 다시 들었다. 왠지 모르게 덴버의 목소리가 더 차분하고 평화롭게 느껴지는 곡. 그곳이 얼마나 아름답길래 이런 곡이 탄생할 수 있는 거야?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 노래는 콜로라도에 있는 로키를 말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비슷하지 않을까.


로키 산맥(Rocky Mountain)은 북아메리카 서부에 있는 산맥이다.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 미국의 뉴멕시코주까지 남북으로 4,500km에 걸쳐 뻗어있는데, 캐나다 밴프 국립공원에 이렇게 거대한 로키 산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그 전망대는 '설퍼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의 정상에 있고, 설퍼(Sulphur)는 영어로 유황이라는 뜻이다.
1884년 설퍼산 아래쪽에서 유황 온천이 발견되면서 명명된 이름이다. 그 후 온천 주변으로 호텔이 문을 열었고 영국 귀족들이 이곳으로 휴가를 오면서 밴프가 관광지로 명성을 얻게 되었다.


이 설퍼산은 곤돌라를 타면 단 8분 만에 해발 2,281m까지 올라갈 수 있다.
오늘은 그 정상으로 올라가는 날입니다.


밴프 국립공원에서 만난 모든 직원들은 '포레스트 그린'이라고 불리는 짙은 청록색의 점퍼를 입고 있었다.

채도가 낮은 초록색을 말할 때 보통 '딥그린'이라는 표현에 익숙했는데, '포레스트 그린'은 처음 들어본 단어였다. 숲을 나타내는 초록색을 말할 때, 이런 표현을 쓰는구나. 여행을 가면 이렇게 작은 표현 하나하나가 새롭게 다가온다.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을 보면 침엽수가 올곧게 뻗어있는 울창한 숲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들도 꼭 아름다운 자연의 일부분인 느낌이 들정도로.


그 와중에 미소 띤 얼굴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 힘차게 곤돌라를 밀어주고 당겨오는 다정한 그들의 표정은, 내게 자연의 모습만큼이나 깊은 인상으로 남아있다. 기분의 알고리즘이 '좋음'에 맞춰진 사람들. 일을 할 때 어떤 사소한 부분이라도 정성스럽게 대하려고 하는, 그런 모습을 보면 언제나 닮고 싶다.


설퍼산 정상까지 가는 8분. 곤돌라의 높이가 조금씩 높아질수록 경이롭게 펼쳐진 로키 산맥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어느새 고상한 침엽수는 발아래로 내려와 있고, 날씨가 구름 한 점 없이 맑아서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바위 산맥의 결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정상에 도착하자, 로키 산맥이 360도로 우릴 감싸고 있었다.

존 덴버의 노래 가사 중에 딱 이 부분이 떠올랐다.


"You might say he found a key for every door"
당신은 그가 모든 문의 열쇠를 찾았다고 말할지도 몰라요.  


덴버는 로키에서 모든 문의 열쇠를 찾았던 걸까? 그에게 로키 산맥은 자연, 그 이상의 의미였을 거라고 확신했다. 사실 로키 산맥은 누구에게나 그런 장소가 될 것 같다. 단순히 장관이군! 하고 돌아서면 잊히는 풍경이 될 리는 없을 테니.  




바다는 파도가 내리쳐서 흘러왔다가 다시 밀물처럼 빠지는 흐름의 느낌이 있다면 산은 절대 움직이지 않고 단단하게 땅에 버티고 서있잖아요. 바람에 흔들리지도 않고요. 설퍼산 전망대에 올라서면 어딜 봐도 로키 산맥이 존재하고 있어요. 높은 봉우리가 바위로 되어있어서 훨씬 더 강해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은 위압감으로 인간을 억누르는 게 아니라 되려 용기를 주는 느낌이에요. 우리가 한계라고 생각했던 것들의 벽을 허물어준다거나, 길이 막혔을 때 옆에 나있는 더 좋은 길을 발견하게 해주기도 하고요.

끝없는 산맥이 체현하고 있는 가치에 마음을 던지고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힘을 얻게 되는 곳.


이 장관을 단 8분 만에 올라와서 보는, 이런 사치를 누려도 괜찮은 걸까요?


그리고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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