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스트랫퍼드 (1)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스트랫퍼드(Stratford)'라는 곳이 있다. 5월부터 10월까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극 축제인 스트랫퍼드 페스티벌이 (Stratford Shakespaear Festival)이 열리는데, 이 기간이 되면 북미권의 많은 셰익스피어 팬들이 그의 작품을 주제로 한 연극을 보러 이 작은 도시에 모여든다. 도시 이름인 스트랫퍼드도 셰익스피어가 태어난 영국의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본(Stratford upon Avon)'에서 가져왔다.
토론토에서 무작정 버스를 타고 이 도시에 처음 도착했던 것이 6년 전이다. 왕복 버스 시간을 빼면 머물렀던 시간은 고작 5~6시간. 반나절도 안 되는 그 시간 동안 나는 많은 것을 경험했다. 작은 도시의 오래된 책방에도 가보고 동네 카페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시켜놓고 하릴없이 혼자서 시간을 보냈다.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전에는 이 동네에서 가장 인기 좋은 젤라또를 먹어봤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미소를 주고받고 작은 동네를 느리게 휘젓고 다니며 하잘것없는 것에 관심을 두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지금까지 언제나 머릿속을 떠다니며 하루의 기분값을 긍정적으로 조율해 준다.
더 빨리, 더 많이, 최대한 최대한.. 의 맥락 없는 의무감에서 빠져나왔을 때 우리는 그 도시를 더 사랑할 수 있다. 기억에 남는 것이 더 많아질 수 있다. 여기저기 바쁘게 서성이는 건 어쩌면 추억보다 아쉬움만 남겨줄지 모른다.
토론토에서 출발하는 직통 버스를 타고 6년 전의 똑같은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시간은 정오.
오랜만에 본 그 도시는 하나도 변한 게 없다. 작은 도시의 거대하고 아름다운 시청 건물,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띤 지나다니는 사람들, 예전에 갔었던 동네의 오래된 책방도 그대로였다. 책방이 아직 건재하게 남아있는 모습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때 찍어둔 사진과 비교해 보니 약간의 내부 디테일만 바뀌었을 뿐, 모두 똑같았다.
우리는 바로 도시를 걷기 시작했다. 작은 레스토랑, 카페 그리고 귀여운 상점들이 전부인 도시 중심부. 그리고 연극을 볼 수 있는 극장 몇 개. 길을 잃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아주 단순하고 소박한 도시의 거리.
가끔 생경한 곳에서 편안함을 느낄 때가 있다. 흔히 말해 치안이 안정되어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 편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그런 심리적 안정감은 대부분 그 도시의 사람들이 여행자를 대하는 태도로부터 시작된다. 그들은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고 금방 우리 도시를 떠나갈 그 사람들을 매일 보는 단골손님과 다르게 대하지 않는다.
선의와 친절, 환대는 이 도시 안에 섬세하고 깊게 새겨진 문양과도 같다. 여행자로서 받은 친절은 다시 다른 여행자, 혹은 또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사소하고 작은 친절이 겹겹이 쌓인 여행자의 시간이 일상 속으로 고스란히 스며든다. 여행은 삶을 드라마틱하게 바꿔주지 않는다. 여길 가면 인생이 변할 것 같고 거길 가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것 같은 느낌은 어딘가에 떠다니는 환상일 뿐이다.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자신의 길을 걸어보면 알 수 있다. 그러니까 하잘것없는 것에 가는 관심을 그대로 내버려두는 용기를 가질 때, 어떤 여행은 내면을 적절히 조정해주기도 한다. 우리가 원하던 방향을 찾게 도와줄 수도 있고 어쩌면 필요 없는 것인데도 주렁주렁 달고 다녔던 생각이나 습관을 버리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어디든 떠밀려 다녀서는 환상만 쫒기 바쁠 뿐 진짜 내 것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여행이 주는 선물을 받을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하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