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 표현 부족한 무식상 남편에게 닥친 일
"에구 이런 게으른 아들을 누가 데리고 갈지."
시어머니는 미래의 며느리가 될 나를 걱정하셨다.
"너의 정체를 알면 며느리가 속상할 텐데..."
어린 시절 남편이 어머니한테 게으르다는 소리를 몇 번 들었단다.
역시 어머니는 선견지명 있으신 분이다.
'어머니, 아들이 정말 주말에 꼼-짝을 안 해요.'
침대와 한 몸이 되는 남편의 주말 일상을 한번 들여다보자. 토요일 아침 느지막이 9시쯤에 눈을 뜬다. 일어나자마자 다른 곳으로 나가지 않고 침대에 그대도 누운 채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시청한다. 오후 12시쯤 아내의 호출 소리를 듣기 전까지. 신데렐라는 밤 12시 무도회가 끝났다는 시계 종소리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야 하듯이, '자기야, 점심 먹어.'라는 낮 12시 아내의 목소리는 그를 침대 밖 식탁으로 인도한다.
차려진 밥과 반찬을 맛있게 먹은 후에 후식으로 커피를 주문한다. 아내가 커피를 대령하면 이야기보따리가 풀리기 시작한다. 한 주 동안 나에게 발견된 허물을 지적해 주고 꾸짖어준다. 몸에는 좋지만 쓴 약을 계속 먹으니 알사탕이 먹고 싶어진다. 날씨도 좋은데 소화도 시킬 겸 산책을 가자고 분위기를 전환해 본다. 다행히 동네 숲으로 따라나선다. 숲 속을 걸으면서도 남편의 충고 같은 잔소리는 계속된다. 몸은 게으르지만 입은 부지런하다고 항변하듯.
오후 산책을 다녀와서 이제는 거실 소파에 누웠다. 리모컨을 이리저리 조작하더니 영화 한 편을 골랐다. 재미나게 영화 감상을 하고 나니 벌써 저녁 먹을 시간. 차려준 저녁을 맛있게 먹고 버스 종점 찾아가듯이 다시 침대로 돌아갔다. 누워서 팟빵도 듣고 유튜브도 보다가 밤 12시가 넘어 잠에 들었다. 나는 허리가 아파서라도 침대에 계속 누워있기가 쉽지가 않은데 정말 대단한 남편. 허리 디스크가 있는데 중력을 이기지 못하는 이런 습관이 한몫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일요일 아침이 밝았지만 변함없이 침대와 일체형을 시현 중이다. 그때 나는 작은방에서 블로그 포스팅을 작업을 하는 중이었는데, 나의 예상을 깨고 11시쯤에 침대에서 분리되어 거실로 뚜벅뚜벅 걸어 나오는 거 아닌가?
'아니 이럴 수가 점심 먹을 시간이 안되었는데 벌써 일어나다니 이건 기적이야!'
소파에 있는 리모컨을 들어 채널을 검색하더니 잠시 후 익숙한 소리가 들린다.
"다음으로 입장하는 선수는, 한국 출신, 전적 15승 0패, KO 15번, '코리아 좀비' 정창성 선수입니다! 그의 공격적인 파이팅 스타일을 기대해 주세요!"
UFC 격투기 시합을 보는 거 아닌가.
아 그럼 그렇지, "하하하 하하하"
순간,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남편이 쪼르르 작은방에 와서 나에게 말을 건다.
"왜 웃는 거야?"
난 대답하지 않았지만 남편이 답한다.
"일어나자마자 격투기 보니까 빈정거리면서 웃은 거지?"
'와, 촉은 겁나게 좋은 남자이다. 독심술을 하는 건지?'
기가 막히게 나의 생각을 스캔해 버렸다.
그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바로 UFC 격투기 경기를 라이브로 시청할 때. 이 순간을 위해 중력을 이겨내고 침대 밖으로 나왔다. 점심은 격투기 시합을 보면서 먹겠단다. 그래서 텔레비전 앞에 작은 상을 펴고 밥을 차려줬다. 노름꾼이 샌드위치 먹으면서 포커를 치듯이 남편도 격투기 방송을 보면서 점심을 먹는다. 격투기 보는 동안 그의 눈빛이 반짝반짝 살아있다. 매주 일요일 격투기 경기 시청하는 게 유일한 취미생활이자 낙.
3시간 지나 UFC 라이브 방송은 끝났다. 이제는 텔레비전을 끄고 집을 탈출할 시간이 다가왔다. 다음 주 먹을거리 장 보러 외출해야 한다. 2시간 정도 쇼핑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장바구니 뒷정리를 하고 후다닥 저녁밥을 차렸다. 저녁을 먹고 나서 피곤하다고 침대에 누워 다시 혼연일체가 되었다. 낮에 봤던 UFC 경기 결과 분석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나는 저녁식사 후에 총각김치를 만들고 있다. 제철 총각무가 괜찮아 보여서 한단 구입했는데 씻고 다듬고 절이고 물기 빼서 양념 버무려서 김치를 담가야 하기에. 김치를 다 담그고 설거지까지 마치고 나도 이제 잠잘 시간이다. 주말이면 남편 뒤치다꺼리하다가 시간이 몽땅 흘러가버린다.
일하는 남편들이 주말에 쉬는 거야 당연하다. 하지만 무식상 사주 남편은 쉬는 게 아니라 그냥 게으른 거 같다. 무식상 남편은 출근할 때와 잘 때가 제일 사랑스럽다. 무식상 사주란 식신과 상관 즉 식상이 없다는 뜻이다. 즉, 손발을 움직이는 행위나 말로 표현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무식상은 손발이 없는 것과 비슷하다.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으로 확인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으로만 판단하려는 성향이 있다. 여자는 무식상 사주라도 결혼하고 자식 낳으면 없던 식상이 기운이 생겨나지만 남자는 그렇지 않다.
인터넷에 떠도는 무식상 사주 특성을 가져오면 대략 이러하다.
행동력, 기술력 부족.
말주변 표현력 부족.
애정 표현 부족.
요령 부족.
누가 대신해 주길 바란다.
누워서 심부름 시킨다.
챙겨줘야 하는 사람.
마음이 급하고 일머리가 부족하다.
일에 순서를 잘 모른다.
여기서 크게 세 가지가 공감된다. 첫 번째, 누워서 심부름 시킨다. 침대에서 누워서 나한테 커피 가져와라, 물 가져와라, 배가 출출하니 간식 가져와라, 먹다 남은 과일 씨앗 버려라, 커튼 닫아라, 불 꺼라 등 내가 딱 움직일 타이밍을 맞혀서 기가 막히게 잘 시킨다.
잠자기 전에 배고픈 남편이 말을 건다.
"배가 출출한데. 꿀을 좀 먹을까?"
"그래? 그럼 꿀물 마셔."
"네가 태워줘야 먹지. 말귀를 못 알아먹네."
"내가 꿀물 태우라고?"
"꿀을 좀 먹을까 이 말은, 꿀물 태워서 가져와라, 이 뜻인 거야."
두 번째, 챙겨줘야 하는 사람이다. 식상이 없으니 본인이 직접 뭔가 실행을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하나부터 열까지 옆에서 챙겨주기를 원한다. '이거 좀 도와줘.' 순진한 아이 같은 눈빛으로 상대방의 식상 행위를 유도한다. 그러면 하는 게 어설프고 답답해서 또는 짠하기도 하여 챙겨줄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손 많이 타는 스타일이다. 남편인데 아들을 하나 더 키우는 느낌 아닐까.
세 번째, 애정 표현 부족하다. 나는 고맙다, 좋아한다, 사랑한다, 멋있다, 대단하다 이런 표현을 자주 하는 편인데 남편은 딱히 나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거의 안 한다. 신혼 때에는 속상해서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맨정신으로 이야기를 못해서 먼저 술 한 잔 같이 하자고 운을 뗀다. 그렇게 술집에서 술 한 병 마시고 나서 기분이 좀 업 되면 그제야 조심스럽게 서운했던 이야기를 꺼냈던 기억이 난다.
남자는 사랑을 주고 여자는 그 사랑을 수용하면서 연인으로 맺어진다. 보통 우리가 상상하는 연애는 이런 모양새이다. 사주로 연결해 보면 남자는 식상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여자는 인성으로 사랑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남편은 무식상이니 사랑 표현에 미숙하고 나는 무인성 사주이니 사랑을 받을 줄 모른다. 거꾸로 말하면 나는 사랑을 주는 여자이고 남편은 사랑을 받는 남자인 셈이다.
'난 은근히 괜찮은 여자인데 왜 남자들은 나를 못 알아볼까?'
'남자들은 착한 마음을 안 보고 그저 이쁜 여자만 찾는 건지.'
'어휴, 그냥 외모로 판단해서 여자를 사귀려고 하다니 너무 한심해.'
젊은 시절 나의 속마음은 이러했다.
어느 날, 잘 잡히지도 않는 소개팅 날짜가 잡혔다. 옷장을 뒤져봐도 특별히 입고 갈 옷도 없다.
'에이 대충 입어, 겉모습이 중요한 게 아니니까.'
소개팅 남자 현빈 씨와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현빈 씨, 사람은 외모보다 마음이 중요하죠? 제가 성격이 좋아요. 흐흐흐."
나의 최고 장점 성격을 강조한다. 사주 공부하기 전까지, 갱년기 겪기 전까지 스스로 성격이 좋다고 착각하며 살아왔다.
"현빈 씨 상대방 진면목을 보려면 한 번 만나고 어떻게 알겠어요? 우리 삼세판 일단 세 번은 만나요."
상대방 얼굴을 보니 이거 뭔 또라이를 만났나 싶은 표정이다. 하지만 그걸 알리 없는 나는 계속 들이댄다.
"저랑 세 번은 만나면서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봐요. 그러니 애프터 신청하세요. 알았죠?"
이렇게 나만의 일방적 어필 시간으로 또 소개팅 하나를 부숴버렸다.
한 번도 애프터 신청을 받아본 적 없었는데 신기하게도 남편은 달랐다. 30대 초반쯤 어떤 허무함이 밀려오면서 고민이 휘몰아쳤다. 왜 태어났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 어디로 가는지? 왜 내 마음이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지? 이런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그때 뒤늦게 내가 연애 무지렁이였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탐색을 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책 두 권을 읽었다.
첫 번째는 내 성격을 파악하는데 아주 큰 도움을 준 '에니어그램의 지혜'. 이 책에서 파악한 나의 에니어그램 유형은 7번이었다.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서 즐거움을 추구하는 성향, 내면에 억눌린 두려움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계속 쾌락을 좇아가는 삶. 에니어그램은 명쾌하게 나를 설명해 줬다. 그전까지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나의 성격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무의식적으로 꽁꽁 숨겨두고 싶었던 나의 어두운 마음 한구석을 적나라하게 까발려 주었다. 바람이 부는 날, 발가벗은 몸으로 절벽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다른 한 권은 연애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커다란 도움을 받은 '화성남자 금성여자의 사랑의 완성'. 이 책으로 여태까지 몰랐던 남자와 여자의 연애 세상이 이런 것이구나 새로움을 발견했다. 죽었던 연애 세포를 살려보려고 노력했다. 책과 함께 나를 탐색한 결과 나와 어울리는 남자에 대한 방향이 잡혔다. 전에는 카리스마 있는 똑똑하고 잘난 남자를 이상형으로 꼽았지만 이제는 뭔가 조건은 부족할 수 있지만 나에게 관심과 애정을 줄 수 있는 마음이 따뜻한 남자가 필요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 타이밍에 소개팅 하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동집에서 상대방을 보자마자 눈가 주름이 잡히는 미소가 확 들어왔다. 예전 같으면 무심코 지나쳐버렸을 티가 잘 안 나는 무색상 스타일의 남자였다. 수줍음을 잘 타고, 말도 잘하지도 않고, 시골 장독대 오래 묵은 된장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대화를 조금씩 나눠보니 나에게 필요한 남자, 바로 따뜻한 사람임을 감으로 알아차렸다.
"난 당신에 대해서 50% 정도 알고 있어요."
눈치챘다. 그는 나와 어울리는 에니어그램 6번 유형이라는 걸.
엥~~. 소개팅 남자의 표정이 좀 이상하다.
'처음 만나서 대화를 얼마 안 했는데, 나에 대해서 50% 안다고? 뭐 이상한 여자인가?'
"이거 제 전화번호예요. 전화 꼭! 꼭! 꼭! 주세요."
무식상 남편은 소개팅에서 들이대는 나의 사랑을 받아주었다.
식상 있는 여자의 사랑 표현을.
신혼여행 후 남편은 백수가 되었다. 어떤 언질도 없이 갑자기 회사에 인사이동이 있었다. 허니문을 즐기고 직장으로 출근을 했는데 다른 부서로 가라고. 불만이 생길 수밖에 결국 사표를 냈다. 그렇게 남편은 집돌이가 되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내가 분양받아 이사한 아파트에 남편이 들어와서 신혼살림을 차렸기에 대부분은 내 물건이었다. 책장도 책도 내가 가져온 것이었다.
어느 순간 남편 얼굴이 퀭하니 바싹 말라가는 거 아닌가? 워낙 눈치가 늦기도 하고 매일 야근에 주말도 출근하는 IT 개발자라 정신이 없었다. 여하튼 한참이나 시간이 지난 후에 알아차렸다. 평소에 담배를 피우지 않았는데 왜 몸에서 담배 냄새가 나는 거지? 연애 초창기에 내가 담배 피우는 남자가 별로라고 이야기하자 바로 금연을 했던 멋진 남자였는데. 하루 한 갑씩 피우지는 아니었지만 나를 배려해서 그 어렵다는 담배를 끊었던 사람이다. 그런데 왜 다시 담배를 피우지?
"자기 담배 아직도 못 끊은 거야?"
바로 잔소리 들어간다.
"음, 너무 힘들어서 그래."
"와, 황당하네. 아무 일 없이 지내는 백수가 일상인데 뭐가 힘들어? 진짜 힘든 사람은 나야. 열심히 고생하며 일하는 와이프는 안 보이는 거야?"
회사에서 일하는 내가 더 힘들지 집에서 쉬는 네가 뭐가 힘들다는 건지 어처구니가 없다.
"잠깐 밖으로 나가서 이야기 좀 하자."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벤치에 앉아 있는 남편, 주머니에 담배 한 개비를 꺼내서 불을 붙인다. 그 옆에서 서서 팔짱을 꼬고 남편을 아래로 쳐다보고 있다.
"아주 이제는 대 놓고 담배를 피우시네. 근데 도대체 할 이야기가 뭐야?"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그저 담배만 피우고 있다. 계속 잔소리를 하려고 했지만... 뭔가 낯설다. 평소에 보지 못했던 남편의 얼굴 표정을 읽어버렸다. 뭔가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그전에는 잘 몰랐던 남편 얼굴이 자세히 보인다. 볼살은 홀쭉하게 들어갔고 피부는 너무 건조해 보인다. 어깨는 축 처졌고 눈빛이 왠지 슬퍼 보였다. 지치고 피곤한 안색이 이제야 보인다. 여태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낯선 모습. 어딘가 모를 우리 사이에 거리감도 확 느껴졌다. 뭔가 고민에 깊이 빠져있는지 눈썹사이에 11자 주름이 더 선명하다. 계속 생각에만 골똘하게 잠겨있다.
"자기야, 무슨 일 있어?"
몇 번을 물어봐도 대답을 해주지 않는다. 그렇게 남편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쳐다보면서 가만히 서 있었다.
"어우 답답하네. 아니 말을 해야 알 거 아냐."
다시 담배를 또 물었다. 그의 대답을 기다리는 시간은 고문같이 길었다.
정말 무슨 일이 있긴 있다. 이제는 제발 무슨 말이라도 했으면 하는 심정이다. 도대체 무슨 심각한 고민이길래 사람이 이렇게까지 초췌해졌나 싶다. 나는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그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분명 심상치 않은 주제를 꺼낼 것 같은데 도저히 감이 안 잡힌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전혀 알 수가 없다.
한참을 시멘트 땅바닥을 멍하니 쳐다보더니 드디어 입을 열었다.
"너의 일기장을 봤어."
아뿔싸. 예전에 괴로우면 아주 가끔 가뭄에 콩 나듯 일기장에 글을 짤막하게 적었다. 책장에 어딘가에 꽂아두고 그걸 아주 까맣게 잊고 살아왔는데. 예민하고 꼼꼼한 성격에 상상력과 감성도 풍부한 남편이 그걸 읽었다니. 과거 연애 스토리 하나하나가 섬광처럼 머릿속으로 뚫고 간다.
그제야 그의 아픔과 괴로움이 내 마음속으로 훅- 달려 들어왔다. 왜 그렇게 힘들어하는지 알아버렸다. 마음이 찢어진다. 서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두 시간을 그냥 하늘만 보면서 앉아있었다. 남편이 얼마나 괴로웠을지. 그 괴로움이 온전히 나에게도 흘러온다. 부부는 한마음인가. 너무나도 마음이 아려온다.
야외 벤치에 앉아 서로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듯 아무 말 없이.
과거의 일이 현재에 삶에 영향을 주리라고 단 한 번도 생각을 해 본 적 없었는데. 처음으로 나의 과거 살아온 흔적을 반성해 본다. 남편에게 너무나 큰 상처를 준 것 같아 마음이 너무 괴롭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렇게도 가슴 아파하는 것을 지켜보니 너무 마음이 무겁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해본다. 앞으로 이 사람을 위해서 맘 아픈 짓은 하지 말아야지. 나의 자연스러운 과거가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상처가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남편은 한동안 담배를 피우면서 자신의 괴로움을 견디어 내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가슴 저리며 묵묵히 옆에서 그를 지켜보았다.
"나랑 결혼하기 전, 과거 일은 이제 잊을 거야. 하지만 앞으로 너와 나 사이에 신뢰가 무너지는 일은 결코 만들지 말자. 약속할 수 있지?"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로 일기장은 쓰레기통으로 버려졌다. 우리 둘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살아가고 있다. 그는 다시 금연 생활로 돌아갔다.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무식상 남편 덕분에 우리의 사랑을 지킬 수 있었다고 믿는다. 무식상 남자의 사랑은 말하지 않고도 완성되는 거 아닐까.
다음 편 예고
진중한 남편 염장을 뒤집어 버리는 아내.
말 한마디로 남편을 미쳐버리게 하는 아내.
왜 그럴까요? 그 비밀이 궁금하신가요?
부부싸움의 씨앗도 사주에서 찾아볼게요.
다음 연재 글에서 만나요.
독자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특히 편집자 여러분 눈길 좀 주세요.
편집자님이 최고라고 말해줄 때까지 고고씽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