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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byell Feb 16. 2023

꿈을 기억하는 법 | 딸기타르트

입춘 - 눈 아래로 피어나는 봄

봄 한정메뉴로는 이게 딱이다.


추리소설에 빠져 살았던 학창 시절에 요네자와 호노부의 『봄철 딸기타르트 사건』을 읽으며 생각했다. 놀랍게도 그때는 이렇게까지 베이킹에 진심이 된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다. 본격적으로 베이킹의 즐거움에 눈을 떴을 때, 여중생 '감딸기'도 딸기타르트에 반해 파티시엘의 꿈을 갖게 된다. 그 당시 애청한 애니메이션 "꿈빛 파티시엘"의 첫 장면이다.


쇼트케이크의 정수는 생딸기 쇼트케이크라 할 수 있고, 딸기의 단면이 드러나는 프레지에는 요리책의 표지를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처럼 딸기는 그야말로 베이킹을 대표하는 재료 중 하나가 되었다. 거기에 크림을 더하면 빨간색과 흰색이 대비를 이루며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래서인지, 요리책을 넘기다 보면 딸기를 활용한 레시피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리고 놓치지 않고 그 페이지에 빠져들게 된다. 요리책 한 장이 넘어가면 그만큼 빵집을 차리겠다는 꿈은 한층 더 견고해졌다. 비록 그 꿈을 아직도 이루지 못했지만, 제철의 생딸기가 올라간 화려한 디저트를 볼 때면 다시금 마음을 다잡는다.


꼭 내가 운영하게 될 빵집에서는 봄 한정메뉴로 딸기타르트를 내리라.


물론 그 꿈이 아니더라도 향긋하고 상큼한, 빨간색의 딸기를 보고 있자면 베이커의 마음은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올해는 무엇을 만들면 좋을까? 잠깐사이 떠오르는 수많은 선택지 사이에서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쇼트케이크도, 프레지에도 좋다. 하지만, 그래도 결국 타르트를 선택하고 만다. 나의 시작점이자 종착점인 셈이다.


딸기는 엄밀히 따지면 과일이 아니라고 한다. 무화과를 뒤집어 놓은 셈이라나? 아무렴 상관없다. 봄내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산뜻하고 맑은 향과,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새콤달콤함은 누구라도 좋아할 테니. 오늘은 봄과 사랑의 색을 닮은 딸기를 잔뜩 올린 궁극의 딸기타르트를 만들어보자.




타르트는 스냅쿠키와 비슷한, 버터가 많이 들어가는 박력분 반죽을 베이스로 한다. 달콤한 맛을 바탕으로, 다양한 재료를 담아낼 수 있다. 생긴 모습은 파이와 비슷하지만, 층이 없이 잘 부서지며 달콤한 맛을 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보통은 아몬드 크림을 가득 채워 고소하고 묵직한 맛을 내지만, 이번에는 주인공인 딸기에 맞춰 산뜻하고 가벼운 느낌으로 만들어보자.



딸기는 종류가 꽤나 많다. 마트에만 가더라도, 장희/설향/죽향 등 다양한 품종을 판매한다. 보통은 가격을 보고 사 먹는 편이지만, 취향에 따라 고를 수도 있다. 단맛과 신맛의 비율이 차이가 나고, 향에도 조금씩 차이가 있어 비교하며 먹는 재미가 있다.

이번에는 봄내음을 그대로 담은, 상큼하고 산뜻한 향의 설향딸기를 준비했다. 적당히 달고, 적당히 새콤한 딸기 그대로의 맛을 담은 느낌이다. 약간의 풀냄새와 가벼운 딸기향은 맡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딸기를 손질하기 전, 타르트 반죽을 미리 준비한다. 보슬보슬한 상태로 뭉쳐진 반죽은 틀에 담아 꾹꾹 눌러가며 모양을 잡는다. 쉽게 부스러져 모양을 잡기 쉽지 않지만, 그만큼 완성된 타르트지가 맛있어진다. 입안에서 저항감 없이 부서지게 하기 위해서는 감내해야 할 부분인 것이다.

바닥이 부풀지 않게 구멍을 내고 오븐에 넣자. 오래 지나지 않아 달콤한 향을 내며 타르트지가 완성된다.


구워낸 타르트지를 식히는 동안 속 재료를 준비한다. 조금 귀찮지만 커스터드 크림을 직접 만들고, 휘핑한 생크림과 섞어준다. 그럼 설탕만으로는 낼 수 없는 고급스러운 단 맛을 낼 수 있다. 딸기는 작게 다져 설탕과 섞어준다. 모든 재료는 딸기의 맛을 해치지 않도록 가벼운 느낌으로 준비하자. 밀도를 낮추려는 작은 노력이 모여 더욱 완벽한 딸기타르트를 만든다.

딸기 필링의 설탕은 정말 조금만, 원한다면 생크림에는 색소를 조금 넣어 색을 낸다. 장식용으로 남은 딸기를 마저 자르고 나면 이제 쌓아낼 차례이다.


딸기 꽃이 있다면 좋겠지만, 구하기 여간 힘든 게 아닌지라 캐모마일 꽃을 준비했다. 장식용으로 블루베리도 조금 준비했다면, 이제 최선을 다해 예쁜 모양으로 담아내자.

딸기의 위치를 바꿔보았다가 깍지도 바꿔 끼우고, 꽃은 어디에 두어야 더 예쁠지 고민한다. 약간 부족한 미적 감각은 딸기와 생크림이 자연스럽게 메꾸어준다.


빼꼼한 틈 하나 없이, 준비한 재료를 잔뜩 올리고 나면 이제 자랑할 차례이다. 온 동네방네 내가 만든 완벽한 딸기타르트를 자랑하자.


"어때, 팔아도 되겠지?"

만드느라 고생한 타르트지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입안에서 부스러지고, 크림의 달콤함이 그 사이사이를 부드럽게 채운다. 아낌없이 올라간 딸기는 입안을 가득 채워 벌써 봄이 왔음을 대신 알려준다. 눈으로 한번, 입으로 두 번 즐기는 사이 딸기타르트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베이커의 두근거리는 마음을 닮은 붉은 그 모습으로 오랜 꿈을 기억하며, 딸기타르트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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