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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데로샤 May 25. 2020

아버지에게 간이식했던 RCY 여고생

나의 적십자 다이어리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매년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만 40세를 넘어가니 회사에서 받게 되는 건강검진 종류도 늘어났다. 검사를 많이 받으면 그만큼 이상소견도 더 나온다. 몸에서 칼슘이 쭉쭉 빠져나가는지 잴 때마다 키는 줄어들고 있다. 시력이 좋다고 자부했는데 이제 노안이 올까 봐 걱정하고 있다. 작년에는 갑상선에 1센티가량 결절이 있다며 6개월 후에 경과를 다시 보자는 새로운 진단도 나왔다. 그럼에도 거의 매년 건강검진에 나오는 고질적인 항목이 있다. 바로 지방간이다.


얼마 전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는데, 아픈 딸을 위해 간이식을 하고 싶다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나왔다. 환자의 아버지는 의사에게 간이식을 빨리 하자고 했지만, 의사는 아버지가 연령이 높고 지방간이 많아 몸상태가 안 좋다며 만류했다. 몇 주간 나타나지 않았던 아버지는 식단관리와 강도 높은 운동을 했고, 살을 뺀 뒤 달라진 모습으로 의사를 찾아왔다. 결국 의사는 이 수술을 진행하기로 결심했다. 자식이 아프다는데 어느 부모가 주저하겠는가.


오래전이지만 내 주변에서 있었던 간이식 수술이 떠올랐다. 다른 점이라면 아버지가 자식을 위해 간이식을 한 게 아니라 청소년적십자(RCY) 여고생 단원이 아버지를 위해 간이식을 하였다는 거다.


2007년 청주 한 여자고등학교 3학년에 다니던 청소년적십자(RCY) 단원 J는 간질환을 앓고 있던 아버지에게 자신의 간 70%를 이식해 주는 대수술을 받았다. 이 학생의 아버지는 몇 년 전부터 간경화를 앓고 있다가 말기 판정을 받았고, 간 이식밖에는 방법이 없는 상태였다. J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삶의 의미가 없다"라며 고3이라는 시기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결심했다.


J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충북도내에서 RCY 활동을 왕성하게 하기로 손꼽히는 학교였다. 이 학교에서 RCY 단원이었던 J는 응급처치법 경연대회 우수상과 사회봉사 표창을 수상하는 등 평소에도 남을 배려하고 봉사활동에 앞장서는 학생이었다고 한다.


큰 수술은 잘 끝났지만,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수술비가 남은 문제였다. 5천만 원에 달하는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학교가 나서고, 적십자도 나섰다. J의 갸륵한 사연이 전해지면서 청소년적십자(RCY) 뿐만 아니라 본지사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회도 성금모금에 동참했다. 나는 기부금 담당자로서 본지사 자문위원 4명과 함께 서울의 S종합병원을 방문했고, 가족에게 성금을 전달하고 청주로 내려왔었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들 하는데 가끔은 이런 친구들의 효행이 세상을 훈훈하게 만든다. 마음 착한 친구들이 청소년적십자(RCY) 활동을 하는 것인지, 청소년적십자(RCY) 활동을 해서 착한 마음이 더 생겨난 것인지... 나는 둘 다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에는 나도 지방간을 없애야 하는데, 맥주의 그 맛을 멀리 하는 게 쉽지 않네.

좀 더 노력해 볼 수밖에.




<사진 출처 :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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