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의 지피지기보다 이순신의 지기지피

[퍼플 스완 005] 인생의 북극성을 찾기 전에 내 안의 별부터 찾아라

by 허두영 Mar 10. 2025

자신을 알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현인이다.
_제프리 초서Geoffrey Chaucer, 중세 잉글랜드 작가

기원전 6세기경 춘추시대 오나라 24대 임금인 합려(闔閭) 아래에서 군사를 총괄하며 명장으로 이름을 떨친 제나라 출신의 천재적인 병법가가 있다. 그는 무패의 전적에 자기 군사를 한 명도 죽이지 않아 오기(傲氣), 이순신과 함께 명장으로 일컬어지는 인물이다. 바로 손무(孫武)라고도 불리는 ‘손자(孫子)’다.

그의 책 《손자병법》은 병법서 중에 가장 오래되고 뛰어난 병서로 뽑힌다. 이 책 모공편(謀攻篇)에는 “싸우지 않고 굴복시키는 것이 최상이다(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전쟁에서 이기기 보다 전쟁하지 않고 이기는 것을 최선으로 강조한다. 병서(兵書)로서는 다소 모순이라고 느껴질 만큼 비호전적인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 점이 단연 병서 중의 병서로 일컬어지는 이유다.

모공편 마지막에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라는 유명한 문장이 있다. “적을 알고 자신을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을 것이다.”라는 뜻이다. 이어지는 문장은 이렇다. “적을 알지 못하고 나 만 알면 한 번은 이기고 한 번은 지게 될 것이며, 적을 알지 못하고 나도 알지 못하면 싸울 때마다 반드시 위태롭게 될 것이다(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不知彼不知己, 每戰必殆).”

*사진 출처: '난중일기' 위키백과

전쟁하기 전에 상대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상대와 싸우기 전에 나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 를 간파한 이가 있다. 손자 이후 2,000년이 흘러 조선 선조 때 지금의 해군참모총장 격인 수군통제사를 지낸 충무공 이순신이 바로 그다. 1592~1598년에 쓴 《난중일기》에 《손자병법》을 인용한 부분이 나온다. 충무공이 갑오년 11월 28일 맑은 날에 쓴 일기에서다.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 번 싸움에 백 번 이기고, 나를 알고 적을 모르면 한 번 이기고 한 번 질 것이다. 나를 모르고 적도 모르면 매번 싸울 때마다 반드시 패할 것이다. 이는 만고불변의 이론이다
(知己知彼百戰百勝知己不知彼一勝一負不知己不知彼每戰必敗此萬古不易之論也).”

내가 자아 성찰에 관심을 두고 나의 정체성을 인식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계기는 이러했다. 박사과정 때 〈리더십 개발〉이라는 과목을 수강했는데, 당시 과제로 셀프 리더십 관련 자료를 모아 ‘인생 포트폴리오(Life Portfolio)’를 만들어야 했다. 또 자기 이해와 자기 개발을 위해 떠오르는 단상을 특별한 형식 없이 쓴 ‘에고 저널(Ego Journal)’을 기록해야 했다. 이 과제를 하면서부터 진지하게 나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다.

학기를 마칠 무렵에는 3공 바인더로 만든 포트폴리오를 제법 많은 자료로 채웠다. 포트폴리오에는 과제와 에고 저널을 포함해 에니어그램, MMPI, MBTI, 다중지능, 사상체질, 팀 역할 모형 등 나에 대 한 모든 진단 결과를 죄다 스크랩했다. 그뿐 아니다. 버킷 리스트, 건 강검진 결과, 신문 기사, 소논문 등 나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깡그리 모았다.

학기 중 과제로 만들기 시작한 인생 포트폴리오와 에고 저널은 객관적으로 나를 이해하는 훌륭한 도구가 되었다. 버킷 리스트의 하 나였던 ‘내 책 쓰기’의 소중한 자료로도 활용하였다. 그렇게 출간한 《요즘 것들》이라는 책은 2년 넘게 리더십 분야 베스트셀러였다. 덕분에 컨설턴트의 삶에서 작가, 강사 등 다양한 타이틀이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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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트렌드를 주도하는 밀레니얼세대의 DNA를 분석한 최초의 책1980년부터 2000년 사이에 주로 베이비붐세대에게서 태어난 대한민국 밀레니얼세대,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핵심세력인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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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포트폴리오와 에고 저널은 삶의 변화를 일으킨 티핑 포인트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자신을 파악하기 위한 도구로 인생 포트폴리오와 에고 저널을 만들어볼 것을 자신 있게 권한다. 특별한 내용이나 형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과 관련된 모든 자료와 단상들을 바인더에 몽땅 정리하는 것이다. 가상공간이라도 좋다. 다음의 몇 가지를 적용하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인생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

첫째, 자기 생각과 감정을 기록한다.

하루 동안 일어난 일, 자신이 느낀 감정, 생각, 고민 등을 자유롭 게 기록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게 아니기 때문에 생각과 감정을 솔 직하게 있는 그대로 쏟아내면 된다. 그러면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고유한 자료를 누적할 수 있다.

둘째, 자신의 경험과 가치관을 정리한다.

자신이 살아온 삶,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자신이 추구하 는 것 등을 정리한다. 이를 통해 삶의 방향과 가치관을 점점 더 명확 히 벼릴 수 있다.

셋째, 자신의 목표와 계획을 세운다.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을 구체적으로 기록한다. 자신감도 생기 고 삶을 주도적으로 사는데 동기부여가 된다.

넷째, 자신의 성장과 변화를 기록한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라는 피터 드러커의 격언처럼, 이루고 싶은 목표를 향해 얼마나 나아갔는지 어떤 사람으로 성장했는지 목표 진행 상황을 구체적 으로 기록한다. 독서목록, 버킷리스트 등을 작성해야 하는 이유다. 이를 통해 자기 성장과 변화의 과정을 객관적으로 수시로 확인할 수 도 있다.

다섯째, 자신의 규칙적인 루틴을 만들어 기록하고 관리한다.

매일 생각과 감정, 경험, 가치관, 목표, 계획 등을 정기적으로 점검 하면 실행력을 높일 수 있다. 목표를 이루는 데 강력한 기폭제(Trigger)가 된다.

사진첩에 자신의 추억을 남기듯, 나의 정체성과 삶의 노정을 담은 포트폴리오와 에고 저널을 만들어 내가 누구인지 객관화해 보면 어떨까? 인생의 북극성을 찾기 전에 내 안의 별부터 찾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 누구를 만나든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예컨대 이상적인 이성을 찾기 전에 내가 어떤 존재인지 부터 성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내게 맞는 이상형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지 않겠는가.

허두영 작가

e-mail: davidstoneheo@gmail.com

※ '퍼플 스완'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위 내용은 책 <퍼플 스완>의 일부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퍼플 스완>은 <데일리 루틴>의 후속편입니다. <데일리 루틴>이 하루 루틴을 통해 하루를 지혜롭게 사는 법을 다뤘다면, <퍼플 스완>은 후회 없는 인생을 살기 위해 필요한 라이프 루틴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법을 다뤘습니다. '미운 오리 새끼'가 아니라 멋진 '퍼플 스완'으로 화려한 비상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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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두영(작가, 강연자, 컨설턴트, 코치, 컬럼니스트)

2016년 직장 생활을 마친 후, 하고 싶은 일만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면서 자유롭게 살고 있다. 책 읽고 글 쓰고 강의하고 컨설팅하는 것이 주업이다. 1년에 1권씩 책을 출간했고, 해외 출간, TV와 라디오 출연 등으로 삶이 다채로워졌다. 대한민국 밀레니얼 세대를 분석한 최초의 책 《요즘 것들》 출간을 계기로 세대 전문가로 다양하게 활동해 오고 있다. KBS 스페셜 〈어른들은 모르는 Z세대의 삶〉, SBS 일요특선 다큐멘터리, 국회방송 〈TV 도서관에 가다〉,〈대한민국 미래 100년 길을 묻다〉, KCTV 제주방송 〈JDC 글로벌 아카데미〉, 경인방송 〈사람과 책〉, 아리랑TV 〈아리랑 프라임〉, 채널A 뉴스, KTV, 성남TV, CJ그룹 사내 방송 등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엑스퍼트컨설팅, IGM세계경영연구원 등 인재 개발(HRD) 전문 컨설팅 기관에서 컨설턴트와 교수로 직장 생활을 했다. 교육 체계 수립 및 프로그램 개발, HRD 전략 수립, 조직 문화 개선, 비전 수립 및 핵심 가치 전파, 일하는 방식 개선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 개발로 경기도지사 표장을 받기도 했다. 지금은 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요즘것들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삼성전자, SK, 현대차그룹, LG, 롯데, 포스코, 한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한국전력, 한국은행 등 매년 100여 개 주요 조직, 1만여 명의 리더와 직원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컨설팅하고 있다. 삼성전자 DS부문 ‘리더십 아카데미’에서 <세대 공감과 다양성 포용>을 주제로 한 강의는 높은 평점과 함께 최고 인기 강좌로 주목받았다. 성균관대에서 행정학을, 연세대에서 정치학을 공부했고, 성균관대에서 행정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저서로는 『요즘 것들』(2018), 『첫 출근하는 딸에게』(2019), 『세대 공존의 기술』(2019), 『 데일리 루틴 』(2021),『이젠 2000년생이다.』,『퍼플 스완(2025)』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