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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나그네 윤순학 Oct 17. 2021

골목을 내비둬 ~


추억의 골목놀이      


“난 말이 아니야, 사람이야! “ 의미심장한 대사가 떠오른다.   

  

넷플릭스 전 세계 94개국 시청 1위! 1억 천만 가구 시청! 그야말로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세계적인 화제다. 어릴 적 추억의 놀이가 어른들의 ‘잔혹 동화‘로, 막대한 우승 상금을 놓고 생사를 넘나드는 죽음의 서바이벌 게임으로 거듭났다. 작품 속 등장하는 우리 놀이는 딱지치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줄다리기, 구슬놀이, 징검다리, 오징어게임등이다.      


실직, 파산, 부도 등으로 빚더미 벼랑 끝에 선 456명의 참가자들이 상금 456억을 놓고 최후의 1인이 될 때까지 벌이는 기상천외한 게임놀이가 옛 추억을 소환하기도 하고, ’ 돈이 최고!‘라는 자본주의 현시대 아픔을 가슴속 깊이 후벼 판다. 오징어게임의 열풍은 세계인들의 열띤 반응을 낳았는데, 각국에서 패러디 영상이 쏟아지고 ‘달고나 세트’가 비싼 가격에 불티나게 팔리는가 하면 참가자의 녹색 운동복과 보안요원의 빨간색 의상을 구하느라 난리가 났다고 한다. 어안이 벙벙할 뿐. 드라마는 그렇다 치자.        


작품에 등장한 놀이는 아재 세대야말로 흔히 집 앞 골목에서, 학교 운동장에서, 동네 공터에서 매일 즐기던 흔한 것이었다. ‘뿅뿅~ 전자오락실’이 등장하기 전까지 아이들에게 유일한 ‘즐거운 놀이’였다. 일단 돈이 안 들어가니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어 좋았다     


너도나도 추억의 옛날 놀이 소환이 시작되었다. ‘오징어게임’ 시즌2 제작 소식까지 흘러나오면서 아직 등장하지 않은 놀이까지 손꼽는다.  


‘고무줄놀이, 망까기, 공기놀이, 말뚝박기, 땅따먹기, 숨바꼭질, 자치기, 삼방치기, 팽이놀이, 윷놀이, 우리 집에 왜 왔니?’ 그렇다 대표적인 다음 놀이들이다. 그러고 보니 가짓수가 정말 많네. ‘한국의 추억놀이 올림픽’을 만들어도 먹힐 듯. 여기에 익숙한 멜로디를 붙이면?      


아침에 눈뜨면 마을 앞 공터에 모여 매일 만나는 그 친구들

비싸고 멋진 장난감 하나 없어도 하루 종일 재미있었어

술래잡기 고무줄 놀이 말뚝박기 망까기 말타기 / 놀다 보면 하루는 너무나 짧아~     


‘자전거 탄 풍경’의 노래 ‘보물’은 아이들의 순수한 옛 모습을 서정적으로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다.    

  

아이들의 ‘골목놀이’가 언제부터 사라졌는가? 


“친구야 놀자”가 사라진 골목, 학원 생활· 학교 숙제, 코로나 이후엔 이마저 비대면 수업으로 바뀐 세상, 놀이가 사라지자 아이들의 ‘골목 문화’도 없어졌다.      


우리 세대들은 가난한 어린 시절을 대부분 경험해 보았지만, 요즘 아이들은 문명의 풍요 속에도 정서적으로 빈궁의 삶을 살고 있지 않나 싶다. 야외 놀이터 대신, 스마트폰, PC게임으로 놀이터는 바뀌었다.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는 모래, 흙 대신 인조 쿠션, 인조 플레이트로 깔리고 요즘 놀이터는 전국 어딜가봐도 이래저래 비슷하다.        


그뿐인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쳐나야 할 동네 골목 자체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오랜 세월을 품고 살아오던 마을, 동네가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 신도시로 탈바꿈하면서 정겨운 골목도 추억 속으로 들어갔다. 골목이 사라지자 아이들도 사라졌다.      


아이들에게 골목을 안 줄 거면 좋은 놀이터라도 만들어주자 ~ 자연의 놀이터, 동화 속 놀이터, 꿈 트는 놀이터, 창의와 사고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놀이터. 그래도 농, 어촌 아이들은 싱싱한 자연과 들판, 숲과 바다, 강과 개천 놀이터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나의 어린 시절 우리들의 아지터는 달동네 마을 공터에 내버려진 폐차(미니버스)였다. 거기서 소소한 놀이도 하고 각자 가져온 군것질 거리를 나눠먹고 어제 본 만화영화롤 소재로 옥신각신 말싸움도 하며 놀았다. 때론 진중하게 어른들 세상을 토론하며 우리의 미래 애기도 했다.  


         



어른들의 골목도 사라졌다     


도심 내 골목이 이 개발, 저개발을 이유로 좁아지고 단절되더니 급기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20여 년 전 서울 시내 사대문 안을 떠오려보자. 조선시대부터 이어오던 정겨운 종로 피맛골이 반쯤은 사라졌다. 종로 1가 대형 빌딩 사이 통로를 그냥 ‘피맛골’로 치자고 하지만 어림도 없다. 


피맛골에서 수십 년간 막걸리 한잔 퇴근길 직장인과 애환을 나누던 노포 대부분이 사라졌고 명맥을 잇던 가게도 모두 제 자리를 옮겨 흩어졌다.      


아직 남은 종로 2~4가 사이 골목도 언젠가 사라질 수 있다. 광화문 사직동 옛 뒷골목은 이미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바뀌어 온 데 간데없고, 감성 뉴트로 열풍을 이어가던 을지로 인쇄골목, 철공 골목도 사라질 위기다. 을지로 곳곳에 있던 전설적인 노포들도 풍전등화 위기다. 자본의 논리 앞에 도시 ‘재생’이 사라지고 ‘재개발’만 남는 형국이다.        


청년들의 힘으로 일군 용산 열정도의 거리도 고층빌딩 재개발이 확정되어 조만간 없어질 것이다. 갈수록 팽창하는 메가시티 서울은 이제 동서남북 할 것 없이 골목은 사라지고 도로만 들어선다. 서울뿐이랴, 지방 대도시의 많은 골목들이 서서히 역사 속으로 잠기고 있다. 골목에서 아이들의 잔잔한 노랫소리, 어른들의 호탕한 웃음소리도 같이 사리 진다.      


국민 드라마로 사랑을 받은 ‘응답하라 1988’의 쌍문동 동네 골목이 문득 생각난다. ‘덕선아 밥 먹어~’ 엄마가 부르자 함께 놀던 친구들이 제 각각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아래층에 사는 덕선 엄마가 오늘 담은 총각김치 한 냄비가 윗집으로, 답례로 잡채 한 접시가 전해지고 곧이어 온 동네가 옆집, 건너집 할 것 없이 저녁밥상의 맛난 음식 가지를 서로 나누는 정겨움이 피어난다. 골목 사이로 시원한 마루 편상을 깔아놓고 옹기종기 모여 수다와 함께 시원한 맥주 한잔 ~ 하던 동네의 훈훈한 인심도 모두 골목이 있어서였다.   

   

도시 발전에 따르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간절한 마음이 든다.    

  

이제 제발 골목을 내비둬       


    

■  황홀한 골목을 위.하.여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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