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 세대들의 동심을 키워 준 TV 애니메이션
요즘 TV 애니메이션을 보는 아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걸음마를 시작한 유아기부터 유치원생까지도 유튜브를 끼고 사는 세상이다. 방송 프로그램도 그래서 거의 자취를 감췄는지, 나도 궁금해졌다. 우리 어린 시절은 학교 끝나고 저녁시간 전 방송되는 TV 만화프로가 최고로 인기였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한국 최고의 극장 애니메이션 ’ 로봇 태권브이‘를 동네 극장에서 이웃집 형들과 보며 환호하던 어린 시절 추억을. 만화는 영화나 TV로 즐기는 아이들의 동심 놀이터였다.
우주소년, 아톰, 마징가Z, 마루치 아라치, 서부 소년 차돌이, 로봇 태권브이, 똘이장군, 짱가, 그랜다이저, 독수리 5형제, 들장미 소녀 캔디,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 프란다스의 개, 은하철도 999, 미래소년 코난, 엄마 찾아 삼만리,.. 아재, 이모 세대가 제일 애청했던 목록들이다.
소년, 소녀대로 저마다 좋아하는 프로그램도 있었지만 기억컨대 가리지 않은 것 같다. 수 십 년이 지난 어린 시절 얘기인데, 지금도 그때 그 시절의 만화프로 제목을 외우다시피 기억한다. 아직도 몇몇 만화영화 주제가는 멜로디, 가사까지 어림 어림 떠오른다.
세월이 흘러도 누구에게나 동심은 마음속에 자리한다. 가물가물 할지언정, 할아버지, 할머니 노년 세대들도 그들만의 어린 시절 아름다운 추억이 존재한다. 대박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실제적인 게임 설계자 노인 ‘001번’도 구슬놀이 게임에서 홀짝을 하며 ”나도 옛날에 이거 하고 놀았어 “라고 파트너 기훈(이정재)에게 회상하듯 얘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린 동심은 항상 이와 같은 거! 어릴적 우리의 골목은 동심이 싹트고 피어나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도시가 발전하고 골목은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인위적이나마 ’ 동심‘을 꽃 피우려는 사례도 많다.
어른, 아이 동심을 사로잡은 마을 골목들
드라마 ’ 응답하라 1988‘이 어른들의 추억을 자극했듯이 쌍문동은 어린 동심의 마음을 일깨우는 곳이다. 한국의 대표 애니메이션 ’ 아기공룡 둘리‘의 마을이다. 왜 쌍문동이냐고? 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갸우뚱해한다.
작품 속에서 아기공룡 둘리는 우주별에서 엄마하고 헤어져 빙하 속에서 지구로 불시착했는데, 이곳이 우이천 계곡을 끼고 있는 쌍문동으로 나온다. 자존심 센 둘리가 신세를 지게 되는 엉뚱하고 고약한 고길동 아저씨의 집이 그래서 또 쌍문동이다.
“요리 보고 저리 봐도 둘리 ~ 둘리 ~ 엄마 찾아 내려와 ~~” 경쾌한 주제가 멜로디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귀염둥이 희동이, 도우너, 고길동, 마이콜이 부른 라면송까지, 아기공룡 둘리의 다른 캐릭터들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하철 4호선 쌍문역은 둘리 테마역이다. 만화 속 캐릭터들을 주제로 지하철 역사가 꾸미어져 오가는 행인들을 동심의 세계로 이끈다. 역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거리에 둘리 뮤지엄이 있고 우이천 코스를 따라 ’ 둘리 테마거리‘가 있는데 버스정류장, 주민센터 외벽, 길바닥, 학교 담장 등이 둘리 천국이다.
물론, 요즘 아이들은 아기공룡 둘리보다는 뽀통령이라 불리는 뽀로로가 더 익숙할지도 모르겠다. 1983년 탄생한 둘리도 38살의 나이를 먹었으니 당시 둘리를 애청하던 아이들이 이제 성장해 학부모가 되었으니.
서울 강동구 성안마을에는 인기 웹툰 작가 강풀의 만화거리가 있다, 조금은 낙후된 예전의 마을과 골목의 모습을 간직한 마을이었지만 여기에 어른들의 ’ 사랑과 마음‘을 담았다. 강풀의 작품은 주로 아이들보단 어른들의 이야기 소재가 많기에 어른들의 순수한 동심이라 하겠다. 작가 강풀은 이 동네 주민이기도 하기에 그의 애정을 듬뿍 담았다.
50여 점의 만화벽화로 구성된 강풀 만화거리는 단박에 인기 관광코스가 되었고 마을을 찾는 방문객이 급증했다. 침체된 지역도 살리고 어른들 동심도 잡고,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는 새로운 동심을 심고. 작가의 작품 ’ 그대를 사랑합니다 ‘에서 리어카 올라가는 장면과 ’ 순정만화‘에서 총각과 여고생이 만나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모두 이 지역을 배경으로 그려졌다고 한다.
평범한 골목이 동심과 스토리를 입으니 더욱 빛이 나는 골목으로 바뀌어 많은 이들에게 힐링을 주고 감동을 주고 있어 참 반갑다.
우리나라 만화 역사의 최고봉이라 할까? 넘사벽이라 할까? 가수로 치면 가왕 조용필(?)과도 비견되는 유명세를 누렸던 이현세 작가의 만화 벽화거리도 있다. 울진군 매화면 매화마을에 가면 인기 캐릭터 ’ 까치와 엄지‘를 만나 볼 수 있다. 골목길 950m에 공포의 외인구단, 떠돌이 까치, 아마겟돈, 남벌, 며느리 밥풀꽃에 대한 보고서, 만화 삼국지 등 작품 400여 점이 그려져 있다. 이 정도면 가히 온 동네 도배(?) 수준이겠다.
살짝 짐작이 간다. 아~하 이곳은 작가의 고향인가? 비슷하다. 작가는 포항 태생이지만 부친의 고향이 이곳 매화면이다. 침체되어 가는 지방의 작은 마을이지만,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만화거리가 생겨나 마을은 곧 활력을 찾았다. 한적한 마을에 청춘남녀 관광객이 찾아오고 마을의 상징인 매화꽃 활짝 필 무렵엔 동심 가득 마을의 만화벽화와 꽃향기 내음이 어우러진 최고의 운치를 자아낸다.
한국관광 1번지. 서울 명동역 3번 출구부터 시작되는 ’ 재미로‘는 국산 대표 캐릭터들을 접할 수 있다. 명동역부터 서울애니메이션센터 구간에는 국산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각종 조형물과 벽화 등이 들어서 있다. 뽀로로, 타요, 로보카 폴리, 달려라 하니 등 2,000년대 캐릭터 간판급 선수들이다.
대한민국 관광 1번지 명동이기에 ’ 재미로‘는 국내외 방문객에게 동심을 전파하고 콘텐츠 명소로 발전할 수 있는 골목의 튼튼한 힘이다. 거리의 다양한 점포, 가게들도 이 거리의 특색을 살려 독특한 간판, 싸인물, 디자인 장식물들로 치장해 이 골목을 한층 더 가꾸고 있더. 애니메이션센터 앞 우뚝 서 있는 대형 ’ 태권브이‘ 조형물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는 인증샷 명소이다.
명작동화는 모든 이에게 꿈과 추억을 선사하는 고마운 존재
인천 송월동에는 유명한 동화마을이 있다. 이곳에 가면 어른들도 아이도 모두 순수한 어린이가 된다. 낙후된 마을이 도시재생으로 재탄생했는데, 이 마을은 내가 지금 외국 테마파크에 왔나? 착각할 정도로 세계 명작동화를 그대로 옮겨온 듯하다. 온 동네를 한 바퀴 쉬엄쉬엄 둘러보면 여러 편의 동화여행을 하고 온 것처럼 온 마음이 동심으로 가득하다. 주변 차이나타운, 자유공원 일대와 어우러져 인천 중구의 훌륭한 관광 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가족이 함께 동심도 챙기고 다양한 길거리 음식으로 입맛도 돋우고.
세계의 유명한 명작동화들은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자연과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탄생한 작품이 많다.
아름다운 스위스의 작은 마을 ’ 마이엔펠트‘를 배경으로 한 ’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 ’ 동물 음악대‘의 무대가 된 독일 브레멘, ’ 피리 부는 사나이‘의 도시 독일 하메른, 늑대와 소녀의 이야기 ’ 빨간 모자‘의 배경이 된 독일 알스펠트이다
네스호에서 팅커벨을...’ 피터팬‘의 고향은 영국 스코틀랜드,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 백설공주‘는 스페인 세고비아가 배경이고 이탈리아 콜로디는 ’ 피노키오‘를 탄생시켰으며 사랑스러운 개 파트라슈와 함께 하는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 ’ 플란더스의 개‘는 벨기에 안트베르펜이 출생지이다.
이 모두 그 지역, 도시와 세대를 넘어 전 세계인들을 영원히 감동시키는 명작으로 거듭났다. 아무리 세상인심이 예전만 못하고 자본주의에 물든 현대 사회의 일면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 추억 한 자락은 어릴 적 ’ 동심‘이 누구나에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 황홀한 골목을 위.하.여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