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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머리 Mar 19. 2022

고향 만두

카테고리  부부


일요일 오후 철없는 어린 아들이 놀이터에서 놀다 흙을 잔뜩 묻힌 체로 집에 들어오더니 거실에서 러닝머신을 열심히 하고 있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지영이 엄마에게 우리 아빠는 김치찌개를 잘 만드시고 할머니는 김치를 잘 만드신다고 자랑했어요."

예쁜 몸매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땀을 주룩주룩 흘리며 휙휙 돌아가는 러닝 머신 발판을 열심히 밟으며 뛰던

엄마가 아들 말을 듣고 한 손으로 손잡이에 걸쳐진 수건으로 이마에 맺힘 땀을 닦으며 재미있는 듯 어린 아들에게 말했다.

"그럼 아빠가 끓여준 김치찌개가 맛있는데 엄마는 뭘 잘한다고 말했어요?"

"응. 우리 엄마는 만두를 잘 만드시는데 엄마 고향에서 만들어 오는 고향만두라 진짜 맛있다고 자랑했어요."

한창 이것저것 물어보는 어린 아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하는 것이 귀찮은 데다 혹 모르는 걸 질문하면 대충 답하고 넘어갔던 모양이다.

그날도 마침 간식으로 프라이 펜에 만두를 튀기고 있는데 어린 아들이 엄마가 튀기는 만두 봉지 겉 포장이 고향만두라고 쓰여 있어서 호기심 어린 질문을 하였다.

"엄마 이거 엄마 고향에서 만든 만두야??"

어린 아들이 비닐봉지에 적힌 고향만두라는 상표의 글을 읽고 궁금한 마음에 엄마에게  질문하였는데 엄마는 어린 아들이 방금 생각했던 고향만두라는 상표의 의미를 부정하며 그건 단지 상표 일뿐이고 엄마 고향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고 말하려니 귀찮아질 것 같거니와 상표에 관하여 어린 아들에게 설명을 해야 하고 아직 상표

개념도 모르는 아이가 또 이것저것 물어보면 귀찮을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스무고개 넘는 게임을 할 것

같은 생각에

"그래 이거 엄마 고향에서 만든 최고로 맛있는 만두야 손 씻고 식탁에 앉아 기다리세요."

한창 이것저것 호기심 많고 신기할 것도 많은 어린 아들은 엄마의 친절하고 상냥한 대답도 좋아 거니와 엄마

고향에서 보내준 고향만두가 얼마나 맛있던지 기억 속에 꼭 집어둔 모양이다.

엄마가 어린 아들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어서 한숨을 쉬더니 당장 러닝 머신을 끄고 내려와 어린 아들의 얼굴을 보고선 대체 무슨 말로 설명을 해줘야 이 호기심 많은 아이를 이해시킬까 생각하다가

"아빠가 잘 드시는 너구리 라면에 너구리 있니?"

"아니."

"그럼 네가 밥에 싸 먹는 광천 김은 엄마 아빠하고 상관있을까?"

"몰라. 근데 광천이 머야??"

"광천은 충청도에 있는 지역 이름이고 너도 할머니 댁에 간 적이 있는 아빠 고향 이잖아. 새우깡 과자 이름처럼 자기 이름을 붙여서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하는 것인데 그걸 상표라고 한단다."

"상표가 머야?"

엄마가 웃으며 한숨을 푹 쉬더니 아이가 귀여운 듯 머리를 쓰다듬으며

"니 이름이 머야?"

"수영이지"

"그래 맞아 엄마나 친구들이 수영아 하면 우리 아들이 바로 너를 부른다는 것을 알지?"

"응."

"그래 니 이름도 상표라고 생각하면 돼. 수영이라는 상표 그렇지?"

"응."

자기 말을 이해한 어린 아들이 흐뭇한 듯 식탁 위에 있는 고래밥을 어린 아들에게 건네주자  함박웃음을 지으며 어린 아들이 큰소리로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이건 고래가 먹는 밥이 아니고 고래밥이라는 이름의 과자여요."

소파에서 이 사태를 흥미롭게 바라보던 남편이 아이 엄마를 보며 짓궂게 말했다

"오늘 저녁엔  참이슬 좀 둘이 맞으며 쫄깃하고 맛있는 조개구이 먹고 파라다이스에 가볼까나.."

아이 엄마는 어처구니없는지 남편 얼굴을 보고 피식 웃으며

"참이슬은 밤에 추워서 싫고 시원한 비엔나 라거에 굵고 기다란 독일 소시지를 입에 넣어 먹으면 그게 파라다이스지"

라고 살짝 홍조 띤 얼굴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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