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침묵하는 두 가지 이유
카테고리 - 남자
다니는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 별 말이 없이 스쳐 지나간 후 곧장 안방으로 들어갔다.
차분히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시청하던 남자는 늘 일어나는 일이라 익숙한 듯 별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방 바닥과 싱크대 쪽으로 무언가 확인이나 한 듯 살짝 쳐다본 후 태연히 보던 TV를 계속 보았다. 이내 여자가 옷을 갈아입고 거실로 나와 성큼성큼 화장실로 들어가 볼일을 보고 나오면서 남자에게 큰소리쳤다. "화장실에서 냄새가 많이 나는데 청소 좀 하라고 했잖아?"
반드시 해야 할 세 가지중 바닥 청소와 설거지만 하고 화장실 청소를 하지않은 남자는 " 지금 재미있는 프로를 시청 중이라 이것만 마저 보고 하려고 했어" 라며 어색한 변명을 하였다. 하지만 그러든가 말든가 여자는 왜 미리 하지 않고 미적미적 거리다 꼭 자기가 한소리를 하게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근엄하게 말한 후 안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소리를 듣던 남자는 일말의 남자로서의 자존심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어 급히 일어나지 않고 천천히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 전등을 켜고 들어가자 방금 전까지 여자가 씻고 나와 지저분한 세면대와 꾸깃꾸깃 걸려져 있는 수건보다 바로 앞 거울에 비친 본인 얼굴을 보노라니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손에 쥐고 있는 샤워기를 가장 세게 틀고 화장실 바닥과 벽에 물을 뿌려 댄 후 수세미를 들고 세면대와 변기 그리고 바닥과 벽 타일 순으로 쪼그려 앉은 체 화풀이라도 하는 듯 박박 닦아 나갔다.
얼추 다 끝나가고 샤워기로 다시 세차게 뿌려주면 끝날 때쯤 학원을 마치고 돌아온 중학생 딸이 남자를 보더니 "아빠 엄마가 시켰지? " 라며 간단히 말한 후 급히 안방으로 들어가 자기가 학원에 다녀왔고 학원 끝나고 친구들과 편의점에서 군것질 좀 하고 오느라 늦었고 이번주까지 학원비를 내야 한다며 여자에게 재잘댔다.
청소가 끝나고 거울에 비친 어색한 본인의 모습을 바라보는 남자는 여자의 잔소리에도 침묵하는 첫 번째 이유를 알고 있다. 능력과 실력이 출중하지 못해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하였고 어쭙잖은 자존심 때문에 시덥지 않은 이유 하나로 분을 참지 못해 그나마 간신히 다니고 있던 회사를 그만두었으며 또 저런 모양이라 아무리 재 취업을 하려고 해도 원하는 직장은 구할 수가 없거니와 그렇다고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일을 하자니 그건 또 싫어 백수가 된 지 거의 6개월이 다 되어 가기에 자신감과 자존감이 사라졌고 그것 때문에 이렇다 할 반박이나 화를 낼 수가 없다.
화장실 청소를 끝내고 조용히 밖으로 나와 물 한 컵을 들이마신 후 또 여자가 듣지 않을 정도로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쉬는데 그건 자신의 능력치에 대한 한계가 가정에서도 그대로 투영되는 처절한 결과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물론 정치 경제 사회가 발전되고 변화되었다는 큰 시대적 변화를 주재 넘게 말하고 싶지 않다.
어머니가 아파트 노인정에서 시간을 보내시고 집으로 돌아와 여자가 안 보이면 남자를 보시고선 가끔 하시는 말씀이 요즘 여자 눈치 보고 사느라 노인정 할머니들이 이구동성 힘들다고 하셨고 이왕 당신들은 그 시절을 보냈기에 괜찮지만 지금 당신들이 살던 시대와 완전히 달라져버린 삶을 살아가는 남자를 걱정해 주셨다. 지아비를 섬기고 지아비 말을 따르는 게 미덕이었던 세상에서 젊은 날을 보냈던 어머니는 시어머니와 함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큰소리치고 다그치고 화내는 여자에게 침묵하는 남자를 보노라니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지만 선뜻 여자를 나무랄 수 없는 노릇이 그래봐야 여자보다 남자가 먼저 당신에게 왜 쓸 때 없이 끼어들어 더 시끄럽게 만드냐며 화를 내기 때문이다. 어머니 역시 깨어있는 분이라 세상이 어떻게 변하였고 여자들이 남성들과 비슷하게 인정받는다 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똑똑하고 유능한 당신 아들이 너무 여자를 위하거나 여자의 눈치를 보는 것을 안타까워하셨다.
그러나 어머니는 요즘 여자들이 여자로서의 사회적 지위와 권리에 비례해서 한 가정 안에서도 남자의 성(sex) 요구에 대하여 여자의 감성에 따라 거절할 수 있는 막대한 권리를 가졌다는 엄청난 시대적 변화는 당신이 여자임에도 결코 알지 못하였다.
남자는 남자라 생리적 본능적 욕구가 항상 충만하여 일정 시간 내에 해소를 시켜줘야 하기에 여자의 성적 감성과 권리에 대해 남자는 전전 긍긍하며 여자의 비위를 맞춰 줘야 하고 기분 상하게 하지 않으며 여자가 어떤 소리를 해도 웬만해서 침묵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아무리 하고 싶어도 길거리 수캐들이 암캐의 사정을 전혀 고려치 않고 암캐등에 올라타려다 심하게 물리는 야만적 동물적 행위 같은 것을 한 이불속에서 한다는 것은 결코 남자 스스로도 용납이 안되기 때문에 여자의 성적 감성이 충만하도록 피나는 노력을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않을 여자의 권리가 망각될 수 있도록 곁에서 재롱 아닌 재롱을 떨어야 겨우 성취하거나 남자의 그런 처절한 노력이 가상하여 여자가 허락해야 할수있는 비참한 현실이 남자가 여자에게 침묵해야 할 두 번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