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를 사는 사람들을 보면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고 정 씨가 나를 보고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확률도 확률이지만 행운이나 요행은 애초에 없으며 혹여 있다면 그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에게나 있는 것이지 아무 에게나 찾아오는 게 아니라고 했다.
자신은 새벽 6시에 기상하여 저녁 7시까지 쉴 새없이 일을 하고 있으며 반드시 결실이 돌아오기에 행복 하다고 자기 입술 아래턱에 붉은 김치 국물 자국이 선명하게 묻어 있는지도 모른 체 으쓱 거리며 로또 당첨을 꿈꾸는 나를 한심한듯 처다보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하긴 800만 분의 1 확률이니 나도 정 씨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로또를 사는 사람들은 게으르고 요행이나 바라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정 씨에게 왜 해야 되는지 모를 변명을 했다.
1주일에 만원씩 매주 월요일 사는 나는 그 로또 때문에 오는 1주일 간의 행복과 기대는 정 씨가 땀으로 얻은 행복 못지않게 느끼기에 돈 만원이 결코 아깝다고 느끼지 않았다.
당첨번호가 귀신처럼 내가 찍은 번호를 수년동안 피하는 것에 대한 짜증은 이미 해탈한지 오래고 나의 육감적 숫자 선택은 왜 매번 당첨 번호를 찍지 못하는가 에대한 자신의 저질 육감을 매주 일요일 오전에 확인하는게 약간의 실망이었다. 이번주 로또 추첨 역시 5등도 되지 않았고 고작 한 두 개 듬성 듬성 당첨 번호와 맞는 숫자만 보일뿐이었지만 결코 실망하지 않는다.
매주 로또 상점을 방문하여 의자에 앉아 숫자에 색을 칠하는 게 귀찮아 아예 번호를 정하여 두장씩 매주 구매 한지가 수년이고 3년 전 이맘때 4등에 당첨된 게 최고 기록이다.
이번 주도 월요일 예정대로 로또를 사야 했지만 아들 녀석의 알레르기 비염 증세가 심하여 퇴근 후 병원에 함께 가야 하는 관계로 화요일로 미루었다.
회사일을 일찍 마치고 동네 로또 상점에 들어가는데 낯익은 뒤통수가 보였다. 흙 묻은 운동화에 찢어진 밤색 면바지 그리고 허름한 티셔츠를 입었으나 모자만큼은 깨끗한 걸 썼던 정 씨가 책상 모서리 끝에서 검정 컴퓨터 사인펜으로 로또 용지를 잡고 자신만의 숫자를 색칠하고 있었다. 정성스레 색칠하는 정 씨의 총총한 두 눈은 일에 찌들어 피곤하여 충혈된 두 눈이 아니라 희망으로 가득 찬 눈이었다.
로또 당첨은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돌아간다는 자신의 신념을 믿기에 아마 자신에게도 그런 행운이 올 거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난 굳이 정 씨를 불러 아는 체를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조용히 로또 판매점 주인에게 만원을 주고 최소 20억짜리 공수표 두장을 받아 밖으로 나왔다.
길 건너 집으로 가는 횡단보도 앞 신호등이 파란색으로 변하기를 기다리는 아주 잠시 동안에도 의외로 돈 걱정은 추호도 없이 보이는 사람이타는 외제 고급 승용차나 고물로 가득 찬 1톤 트럭이 판매점 주차장에 들어가거나 허리가 구부정하고 얼굴에 주름 가득한 할아버지나 아주머니가 나름 희망을 가지고 로또 판매점으로 총총히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들과 하나도 다름이 없고 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반드시 1등이 될 거라는 불가능에 가까운 행운을 기다린다는 생각을 하니 참 우습기도 하였다.
문득 매일 보는 직장 동료의 말이 생각난다.
이런저런 생각을 아무리 해도 무슨 일을 해도 가난을 벗어날 희망이 없어서 하는 말이거나
지금보다 더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거나 또 다른 나름의 수많은 이유의 해답이 되는 말인지도 모를
“우리 한테는 로또가 답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