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대머리 Nov 12. 2022

나는 스토커였다.

카테고리 남자

단도직입적으로 나는 스토커였다.

최근 가끔 일어나는 스토커 범죄에 관한 뉴스를 보면 그 스토커가 과거의 나 자신과 약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를지언정 별로  다름이 없다는 사실에 나 스스로 머랄까 온갖 수많은 잡다한 생각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든다.

직장 동료들 혹은 지인들과 어쩌다 그 스토커에 관한 화젯거리가 생겨 대화를 나누면서 그를 증오하고 미친놈이라고 하며 어찌 그렇게 인생을 조져먹는지 한탄하기도 하고 그 스토커에게 당한 피해자에 관하여 안타까움과 슬픔을 표출하며 깊은 한숨을 쉬는데  한편으로는 내가 과거 어떤 여성에게 했던  그 패륜적 스토커 짓이 아무 일 없이 조용히 끝난 것에 대한 다행스러운 보상 심리인지 유별나게 그런 일들에 관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분노하고 슬퍼하는 일에  동참하여 광분하는  나 자신이 가증스럽다.

참으로 인간은

아니 남자는

아니 나는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진 놈이다.

10여 년 전에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다. 너무 좋아해서 하루라도 안 보면 궁금하고 답답할 지경이었다. 지인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고 서로 호감을 가지고 사귀었으나 남녀 관계가 그렇듯 자주 만나면서 나의 언행이나 성격 따위가 미세하게 표출되고 그런 가시적 표현들이 누적되다 보니 그게 상당한 스트레스였는지 어느 날 조용히 나에게 헤어질 것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오히려 나는 그녀가 더욱 좋아지고 있었기에 절대로 응해줄 수가 없을뿐더러 그녀와의 행복한 경험들은 오로지 그녀가 아니면 내 인생에 어떤 누구도 채워줄 수 없다고 느꼈기에 절대로 헤어질 수 없었다. 그녀는 이런 나의 마음도 아량곳 하지 않고 냉정하게 이별을 요구하였고 그 후부터 나를 전혀 만나주지 않았다. 그런 그녀에 대해 절망감과 분노는 하루 이틀이 아니라 거의 매일매일 마음속 깊은 곳에서 들끓어 그녀를 잃은 고통 감이 가득한 나날을 보냈으며 하루하루가 그녀에 대한 관심과 근심으로 시작되고 끝났으며 무엇보다도 나 자신의 삶이 엉망이 되어 갈수록 그 엉망이 되어가는 나를 살릴 사람은 오로지 그녀뿐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히게 되는데 이건 그녀가 오로지 나의 행복이나 불행한 인생의 그림을 완성시켜주는 유일한 매개체로 완전한 내 삶의 지배자이자 소유물이라고  느끼는 말도 안 되는 믿음을 가지게 되고 내 주변의 관심사 따위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런 그녀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거니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극단적인 범죄를 저지른 스토커들의 마음속은 아마 그때 내가 가지고 있었던 망상에 네가 나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네가 다른 인생을 사는 것도 받아주지 않을 거며 혹여 네가 내가 없는 삶을 살게 된다면  난 지옥 같은 인생이 될 것 이기에 차라리 널 죽이는 것이 낫다는 극히 이기적이고 극단적인 자기 중심적 자기 위안적 착각을 하는데 당시 나 역시 마찬가지로 미쳐 있었다. 한마디로 모든 게 그녀를 중심으로 돌아갔고 모든 집중을 그녀에게 다 했다고 보면 될듯하다. 이러니 나는 점차 그녀의 생활 속으로 빠져들어 그녀가 다니는 직장과 그녀가 잘 다니는 헬스클럽. 미장원. 그녀의 집까지 파악하게 되고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내 두 눈으로 확인해야 만족할 수 있었다. 나의 하루 일상 속에서 그녀가 없이는 어떤 만족감을 줄 어떤 것도 없기에 그녀의 그림자가 됨으로써 그녀와 함께 하고 있다는 만족을 느껴아만 했다. 또 그래야만 나의 불안과 걱정 근심이 해소되기 때문이다.

나의 일상과 나의 모든 것을 잃어가고 간혹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라는 물음을 스스로 해보지만 그녀라는 매개체는 나의 이러한 우려들을 뒷전에 미루어 버렸고 점점 나의 정신은 피폐 해져가고 있음을 느꼈다.                 

아침 6시쯤에 알람이 울리면 부스스 일어나서 화장실로 들어가서 일을 본 후 아침은 가볍게 사과나 토마토 한

조각에 우유 한잔 마시고 바로 양치질하고 세안 후 화장대에 앉아 예쁜 얼굴에 화장을 하고 머리는 홈쇼핑에서 산 고대기로 정성스레 다듬는다. 잠옷을 벗고 옷장을 열어 오늘 입을 원피스나 정장을 바라보며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하다 날도 좋으니 가벼운 청바지에 셔츠 하나만을 산뜻하게 입는다. 구색을 맞추려고 청바지와 어울릴듯한 백화점에서 비싸게 산 핸드백을 들고 시계를 차고 바삐 나오는데 출근하려고 문을 열려다 멈칫하더니 핸드폰을 찾는 것 같다. 아마 어제 잠들기 전까지 핸드폰으로 친구들과 카톡을 하다 베개 밑에 두고 잠들었을 거다. 침대 이불을 들추어 베개 밑 핸드폰을 들고 출근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와 모퉁이를 돌아 10분 정도 걸어 지하철역에 도착하여 출근할 것이다.

이 정도로 그녀의 간단한 오전 일과를 파악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집착이 망상을 만들고 그 망상이 머릿속에 축적돼 병이 되어 삶을 나락으로 빠뜨릴 수 있는 비 이성적 사고 속에서 정말 다행이랄까 기적적으로 이성이라는 것이 나에게 빨리 찾아왔다.

95프로의 망상과 집착 속에서도 5프로의 왜 내가 이래야만 하는가 라는 물음을 수시로 물으며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바지 호주머니 속 스위스제 만능 칼을 한 손으로 움켜쥐고 도대체 왜 내가 이 물건을 들고 있어야 하는지 이 칼은 그녀와 무슨 관계이며 이 칼이 나의 삶 속에 어떤 의미 인지를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물었다.

그 해답은 그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 물을 수도 없다.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해답을 찾는 시간이 길어지면 파멸이고 찾았다면 그 해답 속에 얻은 결론은

지극히  아주 단순한  난 정말 미친 짓을 하고있다. 이 정도뿐이다.

더 이상도 이하도 없다. 정말 허무하게 그것뿐이다.

그 결론에 도달하는 순간부터 오히려 내 자신에 대한 수치스러움과 어리석음 그리고 말로 형용 할수없는 스스로의 창피함에 자기 머리를 홀로 때리거나 쥐어뜯는 후회감이 온 피부로 전달된다.

평생 이렇게  남 모르게 살아야한다.

두얼굴을 가진 야누스가 바로 내 자신이다.

거울을 볼수가 없다.

거울에 비친 저 얼굴이 내 얼굴인가 아니면 뒷 모습의 피폐해진 내 얼굴이  진정한 내 얼굴인가?

아무튼 그 후 이성과 감정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며 남녀 관계란 동일한 인격과 동일한 자존감을 가진 존재다.라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를 가지고 살고 있는듯 하지만 마음 한편에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나의 검은 히스토리가 차츰 완성되어 가는 나의 인생  화폭  한편에 자리 잡은 체 영원히 나를 괴롭힐 것이다.                   

이전 06화 의사 친구의 진실한 조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