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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머리 Sep 14. 2022

치매 전조 현상

저녁 늦게 퇴근한 후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늦은 밤 퇴근이라 와이프가 저녁은 먹었는지 물었지만 대답은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몸이 피곤하여 간단히 씻고 바로 잠을 잤다.

다음날 아침 식사를 하고 여느 때처럼 아파트 로비를 나가는데 대체 내가 차를 어디다 주차를 했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지상 주차장 인지 지하 1-2층 어딘가에 주차를 하긴 한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출근은 해야 기에 지상 지하를 헤매다

지하 2층 기둥 구석에 을씨년스럽게 주차되어 있는 차를 다행스럽게 발견하고 바삐 뛰어갔다.

차를 발견했다는 안도감과 출근할 수 있다는 다행스러움에 차문을 열려고 호주머니를 뒤져 차 키를 찾으니 차 키가 나오지 않았다. 아뿔싸 차 키를 집에 두고 나와 버렸다는 것을  알아 체고 짜증스러운 욕을 스스로 내뱉고선 다시 차 키를 가지러 집으로 올라가기가 귀찮아

와이프에게 차 키를 가져다 달라고 전화하려는데 핸드폰이 손에 없다. 이런 제길 핸드폰까지 두고 나온 것이다.

출근 시간은 다가오고 마음이 급하여 집으로 곧장 올라가 현관문을 열려는데 도어록 비번이 또 생각이 나지 않는다. 호흡을 가다듬고 기억을 되살려 보는데 생각이 나지 않아 할 수 없이 초인종을 누르자 와이프가 초인종을 누른 내가 이상한 듯 쳐다보고 왜 다시 왔냐며 물었다.

건성건성 차 키와 핸드폰을 가지러 다시 왔다며 말하고 차 키를 찾을 려는데 어디다 두었는지 모르겠다. 차분히 어젯밤 퇴근 후 집에서 무얼 했는지를 기억해보고 오늘 아침 출근 준비 때 속옷과 셔츠만 갈아입고 어제 입었던 상의와 바지를 그대로 입었고 그 바지에 차 키를 넣어 두었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아뭏튼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아 설거지를 하고 있는 와이프에게 차 키를 보았는지 물어보자 자기가 그걸 어떻게 아냐고 짜증 부리며 정신 좀 차리라고 큰소리쳤다.

시간이 촉박하여 여기저기 급하게 옷장이며 서랍 위 서랍 속을 뒤지는데 와이프가 현관 입구에서 나를 부르며 바보 천치라고 악을 쓰며 이것 좀 보라고 했다. 출근하려고 현관 앞에서 허리를 구부린 채로 구두를 신다가 차 키가 바지 호주머니에서 떨어졌고 그 차키를 와이프가 발견한 것이다. 그것 참 이상한게 차 키가 바지 호주머니 끝에 허술하게 걸려 있었나 보다.

 키를 찾았겠다 이젠 출근하려고 급하게 다시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아직 등교 전인 딸 아이가 큰소리로 아빠 정신 차리라며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아침 식사 중 핸드폰을 식탁에 두고 있었는 모양이다.

조용히 이 모습을 지켜보신 연로하신 어머니가 혀를 끌끌 차시면서 걱정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급히 주차장으로 려가 차를 타고 내 자신을 책망하며 출근을 위해 자동차 시동을 켜려는데 또 차 키가 없다.

이게 웬일인가 하고 다시 바지 호주머니를 뒤지자 차 키는 나오지 않았다. 어이도 없고 머릿속이 하얗게 되고 아무 생각이 없는 채로 차문을 열고 차키를 찾으려고 나가니 차문 키 홈에 차 키는 꽂혀있는 체로 나를 비웃고 있었다. 다시 운전석에 앉아 차분히 심호흡을 하고 있는데 30대 중반의 젊은 남자가 자기 차를 못 찾는 듯  두리번거리며 허둥대고 이리저리 머리를 돌리고 차를 찾고 있는 듯하였다.

그 남자를 보고 방금 내 모습이 그려져 어찌나 서글프던지 두리번거리는 그 남자가 세파에 찌들어 처자식을 위해 먹고살기 위해 하루 하루 근근도생 바쁘게 움직이다 정신줄마저 잃게 되는 나와 다를바 없다는 생각에 고개를 숙였지만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요즘 말로 웃프다고나 할까.

이런 것도 트라우마 인가.

 키로 자동차 문을 열고 들어가 시동을 켜고 차 키가 키 박스에 꽂혀 있음에도 출발을 못하고 자동차 키가 어디 있는지 의자에 앉은 체  바지 호주머니를 뒤척인다. 순간 이런 어처구니없는 행동이 어이없는지 스스로 자신의 손가락을 모아 자신의 머리에 군밤 한 알 때리고 차를 몰고 출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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