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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고마워

by 이매송이

오늘 짧은 글 여섯 개를 썼다. 외롭고 괴롭고 혹은 무감정이거나 슬플 때 마구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은 익숙하지만 딱히 행복하지 않다. 나의 웃음이 기쁨을 뜻하지 않는다는 걸 아는 사람은 그도 같은 아픔이 있다는 말이겠지. 끝없는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솔직하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다. 순간순간의 감정을 다 말해버리면 곁에 아무도 없을 것임을 알기에. 생각, 상념, 망상, 상상, 사색, 명상 이 모든 것들을 동시에 하는 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 오지도 않은 미래, 듣지도 않은 말로 가슴이 찢기는 자들이 쓴다. 따뜻하고 사랑이 가득한 이들 곁에서 기생하는 나는 언젠가 들통나 쫓겨날 것이다. 그래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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