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바늘 06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튼튼한 토마토 Oct 23. 2021

바늘 06

“저기요. 잠시만요”


편의점 도시락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 낯선 목소리가 화진의 등을 멈춰세웠다. 처음에는 잘못들었을 것 이라고 생각했는데 화진이 입고있는 회색 후드를 꼭 찝어서 말을거는 집요한 목소리에 걸음을 잠시 멈췄다. 모르는 이의 발검을을 막는건 열에 아홉은 종교권유거나 도를 아냐고 물어보는 질문일것이 뻔했기에 화진은 조금 짜증이 났다. 이 좋은 날씨에 할일이 그렇게 없을까. 지나가는 사람 붙잡아서 시덥지않은 이야기를 할 바에는 조금더 건설적인 활동을 하는게 서로를 위해 좋지 않았을까. 사실 집에 돌아가서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일이 생산적인 일은 아니지만 그걸 낯선이에게 설명해줄 이유는 없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좀 바빠서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탐탁지않은 목소리로 대답을 뱉은 후 화진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상대방에게 여지를 주지 않고 자리를 피하는게 상책이었다. 괜히 눈이라도 마주치면 이야기가 길어질것이 뻔했다. 노골적으로 자리를 피하는 화진에게 낯선 목소리가 다시한번 말을 건냈다.


“몸에 바늘이 있죠?

바늘이란 말에 화진은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저 사람이 어떻게 바늘에 대해서 알고 있는거지. 당환한 화진의 눈앞에 백금발을 한 앳된 얼굴의 여자가 생글거리며 다가왔다. 그녀의 귀에 화려하게 달려있는 피어싱들이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였다. 밝은 머리카락과 잘 어울리는 붉은색 원피스 끝자락이 나풀거렸다.


“무슨소리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놀란 표정을 순간적으로 숨기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화진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순순히 그렇다고 대답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았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이 대뜸 화진에게 다가와 길 한복판에서 바늘이 있냐고 물어볼 확률이 얼마나 될까. 


“이상하다 내가 잘못 볼리 없는데. 이쯤에 바늘 있지 않아요?”


수상한 여자는 손가락으로 화진의 상반신을 가르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긴 모를수도 있겠네요. 평생 바늘의 존재를 모르고 이 세상을 떠나는 사람도 있으니까. 근데 표정을 보니까 알고있는것 같은데. 정말 몰라요?”


화진은 도시락이 든 봉투를 꽉 잡으며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때로는 침묵이 대답이 되는 법 이었다.


“이해해요. 나라도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불쑥 말을 걸면서 바늘이 어쩌구 저쩌구 이러면 무시할것 같아요. 미친여자라고 생각하거나 신종 사기 수법이라고 생각하겠죠. 근데 그쪽 표정을 보아하니 내가 무슨말을 하는지 흥미있어 보이는데 내가 이대로 가던길 가도 상관 없겠어요?”


금빛 머리를 한 여자가 가방을 뒤적이더니 불쑥 명함 한장을 내밀었다. 화진은 자리에 우두커니서서 말없이 여자를 바라봤다.


“명함 받는건 어려운일 아니잖아요? 혹시 나랑 이야기하고 싶으면 가게로 와요. 내가 자리를 오래 못 비우거든요. 이상한 가게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는 말구요.”


머뭇거리며 받은 명함을 바라보는 사이 수상한 여자는 서로가 오래된 친구인 마냥 활기차게 인사하며 자리를 떠났다. 

이전 05화 바늘 05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