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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바늘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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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튼튼한 토마토 Oct 23. 2021

바늘 08

골목 어귀에 자리잡고 있는 독립서점 밤하늘은 아담했다. 소박한 목재 간판 그리고 서점 입구에 붙어있는 은하수 포스터가 인상적이었다.  포스터 옆에는 직접 찍은듯이 보이는 풍경 사진들이 몇장 함께 붙어 있었다. 하나같이 이국적이고 묘한 풍경이었다. 


화진은 호기롭게 집에서 나왔지만 좀처럼 서점 안에 들어가지 못한 채 주변을 서성거렸다. 굳이 이 이상한 여자한테 바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커져가는 궁금증을 이기지 못했다. 영업이 한창인 시간에 방문하면 수월하게 이야기 할 수 없을테니 영업이 끝나가는 아슬아슬한 시간에 서점에 들어가 정말 잠깐만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었다. 하지만 도무지 문을 열고 서점으로 들어 갈 수 없었다. 


“여기까지 와서 안들어오고 뭐해요?”


서점 앞에서 우물쭈물 거리는 화진을 봤는지 하늘은 피식 웃으며 화진을 불렀다. 순간 머쓱해진 화진은 애써 담담한척 말을 꺼냈다.


“아니 그냥 문 앞에 사진이랑 포스터 보고 있었어요.”

“그거 정말 예쁘죠? 제가 직접 찍은거에요. 포스터랑 엽서 판매도 하고 있으니 원하면 구매하시면 된답니다. 구매하시면 특별히 서비스로 엽서 몇장 챙겨드릴게요.”


잽싸게 기회를 틈타 영업을 하는 하늘을 보고있자니 이 사람은 정말 어딜 던져놔도 살아남을 사람이구나 싶었다. 화진이었다면 넉살좋게 낯선이에게 물건을 팔지 못했으리라.


서점에는 여행에세이, 시집, 소설책을 포함해서 다양한 종류의 서적이 구비되어 있었다. 서점 어느 곳에도 먼지가 내려앉아 있지 않았고 정갈하고 깨끗했다. 서점 구석에는 짙은 갈색의 의자와 작은 테이블 몇개가 놓여있었다. 그리고 테이블 옆에 포스터와 엽서가 판매 중 이었다. 알록달록한 색감의 엽서들이 귀여웠다. 화진은 사진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하늘이 찍은 사진은 꽤 근사하게 느껴졌다.


“책 구경좀 하실래요?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간인데 인기가 아주 많아요.”


서점을 둘러보던 화진에게 하늘은 책 한권을 들이밀었지만 화진은 정중하게 거절했다. 책을 구경하려고 서점에 온것이 아니었기에 하늘의 태도가 조금 불편했다.


“아니요. 괜찮아요. 그것보다 아까 낮에 말했던 바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그럼요. 그 이야기 하러 오신거잖아요. 커피랑 차 있는데 어느것 드실래요?”

“저는 괜찮습니다.”

“이번에 선물받은 홍차가 있는데 아주 향이 좋아요. 홍차 안 싫어 하시면 한번 맛 봐보세요.”


계속되는 거절에도 굴하지않고 뭔가를 계속 권유하는 하늘이 거북했지만 화진은 못내 고개를 끄덕였다. 몇분 지나지 않아 홍차의 붉은 향이 서점을 가득 채웠다. 


“향기 참 좋죠? 요즘 전 이 홍차에 푹 빠졌어요. 설탕 필요하면 여기있어요.”


화진은 코끝에 울리는 달큰한 향을 맡으며 홀짝홀짝 홍차를 마셨다. 처음 마셔보는 홍차였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놀랐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한가롭게 여기서 차를 마시려고 온것은 아니었는데 하늘에게 자꾸만 휘둘리는 것 같아 당황스러웠다. 


“홍차 감사합니다. 이제 바늘에 대해 알고 있는걸 말씀해 주시겠어요?”

“그전에 우리 서로 이름도 모르는데 통성명부터 해요. 저는 명함에 나와 있는 것 처럼 방하늘이라고 합니다.”

“...저는 박화진 입니다.”

“화진씨 이름 예쁘네요. 꽃화에 별진 이 한자 쓰나요?”


화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이상한 사람이었다. 대뜸 저런 말을 하다니 이해 할 수 없는 사람이다. 일순 화진의 표정이 구겨졌는지 하늘은


“저 그렇게 수상한 사람 아니에요. 이렇게 말해도 믿지 않겠지만.”


하면서 설탕 한스푼을 자신의 홍차에 집어 넣었다.


“저도 바늘이 있으니까 화진씨를 알아 볼 수 있었던 것 뿐이에요.”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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