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무슨…?”
놀란 화진은 말을 잊지 못했다. 바늘이 있는 사람이 또 있다니. 예상하지 못한 하늘의 말에 화진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말 그대로에요. 저도 몸속에 바늘이 있어요. 하지만 제 바늘은 위치가 좀 특별해서 바늘이 있는 다른 사람들을 알아 볼 수 있게 된것 뿐 이랍니다.”
하늘은 오늘 저녁으로 떡볶이를 먹었다는 사소한 사실을 말하는 사람처럼 말을 툭 내뱉었다. 오히려 별거아닌 이야기에 왜 이렇게 놀라는지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이었다. 찰나의 순간 정적이 흘렀다.
“저는 눈에 바늘이 있어요.”
“눈이요?”
화진은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도무지 믿을 수 없어 다시 되물었다.
“양쪽은 아니고 왼쪽 눈에 어느날 갑자기 바늘이 생겼어요. 화진씨도 마찬가지 아니었나요?”
“네. 저도 갑자기 가슴 근처에 바늘이 생기긴 했지만 도무지 왜 생겼는지 알수가 없었어요.”
하늘은 우아하게 찻잔을 내려두고 화진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옅은 갈색 눈동자가 화진의 얼굴에 맴돌았다. 화진은 하늘의 눈에 있다는 바늘을 찾아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지 않고 함께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바늘 비슷한 상흔도 보이지 않았다. 하늘의 눈빛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지만 여전히 이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이렇게 봐서는 잘 모르겠죠? 제 바늘은 별로 표시가 나지는 않으니까요. 처음에는 비문증이 심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뭐랄까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다른사람의 몸에 바늘이 있는걸 알아 볼 수 있는건 저 뿐이더라구요. 아무 바늘의 위치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은 추측만 할 뿐이에요.”
화진은 하늘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하늘에게 바늘이 없다고 하더라고 확인 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거짓말로 하늘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있을까. 화진은 혹시 하늘이 자신에게 돈을 얻기 위해 사기를 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저는 하늘씨가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왜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저에게 원하는것이 있기 때문인가요? 저는 드릴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의심이 짙은 화진의 목소리에 하늘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가 원하는건 아무것도 없어요. 제가 뭐하러 시간을 내서 이런 이야기를 하겠어요? 화진씨와 대화하는건 나름 즐겁지만 수상한 사람으로 의심 받을 상황이 뻔한데 말이죠.”
“그럼 왜 저를 여기로 불렀나요.”
“화진씨가 슬픈 사람이기 때문이죠.”
슬픈 사람이라는 말에 화진은 노골적으로 불쾌한 기색을 비쳤다. 처음보는 사람에게 슬퍼보인다는 말을 듣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이다. 하늘의 말은 값싼 동정심 혹은 상대방을 낮잡아 보는 언행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절 부르신건가요? 굉장히 불쾌하군요.”
더이상의 이야기는 시간 낭비라고 판단한 화진은 자신의 짐을 챙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하늘의 한마디가 화진의 옷깃을 잡았다.
“바늘은 슬픔과 관련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