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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글 쓰는 여성: 9. 내 저작권을 돌려주오

영화 '콜레트'(2018)와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의 저작권

1. 지적재산권


지금이야 흔히 듣는 단어가 되었지만 지적재산권, 그중에서도 저작권이란 개념이 등장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서양 역사를 보면 문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던 성경 필사의 경우 양피지에다가 쓰고 또 덧입혀 썼기 때문에 사본과 원본의 구별을 그리 중시하지 않았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저작물에 대한 권리의식은 15세기에 인쇄술의 발명으로 문서의 대량복제가 가능해지면서 생겨났고, 17세기에는 독일 황제의 칙령에 의하여 권리로서 처음 인정받게 되었다. 18세기에는 세계 최초의 저작권법인 영국 앤여왕법이 생겨났고, 현재에는 각국에서 국내법과 국제법으로 저작권을 보호하고 있다.

    

2. 빼앗긴 저작권

    

키이라 나이틀리가 여주인공을 맡은 ‘콜레트’는 소설가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의 전기영화로, 콜레트는 프랑스 문학계에서 오토픽션(주: 저자가 자신을 주인공으로, 자신의 삶을 소재로 허구를 섞어 써낸 소설로 오토픽션의 전통은 프랑스 여성 문단에서 비올렛 르뒥, 아니 에르노 등으로 이어진다)의 선구자 중 한 명으로 여겨진다.

   

콜레트는 세 번의 결혼, 동성애와 양성애, 작가 겸 배우라는 복잡하고 비관습적인 삶을 산 것으로 유명한데, 이 영화에서 조명하는 것은 그녀가 어떻게 작가로서 정체성을 갖게 되었으며 남편에게 빼앗겼던 자신의 소설의 저작권을 되찾으려고 투쟁하였는가이다.


3. 유령작가가 되기까지     


콜레트는 십 대일 때 ‘윌리’라는 필명을 가진 저널리스트 앙리 고티에 빌라르를 만나서 스무살에 결혼한다. 결혼과 함께 파리로 올라온 콜레트는 처음에는 촌스럽고 순진한 새댁이었지만 파리의 화려한 문물을 접하고 사교계의 여왕으로 변신하기 시작한다. 한편 아내의 글쓰기 재능을 알아본 빌라르는 콜레트에게 자신의 대필자 노릇을 시키며 여러 가지 글을 써내게 한다.


콜레트는 1900년 남편의 필명 ‘윌리’로 ‘학교의 클로딘’을 써내는데 소녀의 학창 시절을 그린 이 소설은 자연에 대한 묘사와 더불어 여성 동성애를 암시하는 표현으로 사회적으로 엄청난 물의를 일으켰다. 그러나 세기말 유럽의 자유주의 사상의 태동과 궤를 같이하는 소설의 관능적 탐미주의는 상업적으로 크게 히트를 쳤는데, ‘학교의 클로딘’으로 큰 성공을 맛본 빌라르는 콜레트에게 계속 글을 쓰라고 강요한다. 이렇게 해서 나온 소설들이 ‘파리의 클로딘’, ‘클로딘의 집’, 그리고 ‘클로딘 떠나가다’인데, 이 시리즈를 위해서 콜레트는 윌리에 의해 방에 몇 시간씩 갇힌 상태에서 글을 썼다고 알려져 있다.     


4. 글쓰기는 배우는 것이다

    

영화 ‘콜레트’는 콜레트의 동성애에 대해서도 다루지만 나에게는 이것이 영화의 핵심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글을 씀에 있어서 타고난 문학성도 중요하지만 조언과 편집 역시 중요하다는 것이다. 콜레트가 가장 생산적으로 글을 썼던 시기는 중 하나는 (나중에 이혼했지만) 남편 윌리와 동업자적인 관계에서 서로 도우며(?) 출판하던 시기이며(윌리가 콜레트에게 저작권을 넘겨주지 않고 그녀가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도록 막은 건 정말로 비겁하고 불법적인 행위지만), 콜레트가 편집장인 남편에게 배운 글쓰기 기술도 없지 않았을 터이기 때문이다.


5. 클로딘 시리즈의 최종 저작권자     


현재 클로딘 시리즈의 최종 저작권자는 콜레트와 더불어 앙리 고티에 빌라르라고 한다. 콜레트가 소송을 벌여 윌리에게서 저작권을 찾아왔지만, 윌리의 (콜레트와의 결혼 이전에 만났던 여성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자끄 고티에 빌라르가 소송을 걸어서 승소하고 아버지의 이름을 복권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을 공동 저작권자로 인정한 이 소송의 결과에 승복할지는 결국 독자의 시각에 달린 문제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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