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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h Gray May 15. 2018

너무 가까워서 가장 먼 사이

사랑해서 멀어진 기억들......


서로 예쁜 말을 주고 받고, 따뜻한 어투과 예의바른 태도로 적절히, 딱!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적당히' 친한 사람들.

너무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그 사람들과 제일 평화롭고 안정적으로 지내는 것 같다.


특별히 뜨겁지도, 그렇다고 차가울 것도 없는 미적지근한 사이.

이들에게 기쁠 때 기쁨을 고하거나, 슬플 때 위로를 청하긴 어려우나, 오히려 가까운 사이에게 고하고 청하는 것이 더 어려울 때도 많다.


왜 그리 적극적으로 나를 드러냈을까......

왜 그리 가시돋힌 말들을 내뱉었을까......

왜 그리 내 속의 것들을 다 쏟아냈을까......


더 잘 해보려는 마음, 괜히 속 터지고 답답한 마음, 버럭 화가 나거나 왈칵 서러운 마음, 분하고 미운 마음......


모두 다, 한때나마, 우리 서로 사랑했기 때문에 오고갔던 감정들 아니었겠는가......





돌아보니 뜨겁게 사랑했던 사람 중 지금까지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몇 없더라. 한결같이 사랑했던 사람 중 쉼없이 내 곁을 지킨 사람도 몇 없더라.


몇 발짝이나마 떨어져있던 사람, 잠시 나를 떠났다 다시 돌아온 사람, 시시때때로 나말고 다른 사람 곁을 오고간 사람들이 지금도 내 곁을 지키고 있다.




나이 들수록 열정이 사라져가는 게 아니라, 온정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듯 하다.


사람 사이의 적당한 거리감에 불안해하거나 외로워하지 않고, 그 사람에게 노여워하거나 슬퍼하지 않으려 한다.


그 정도는 떨어져 있어야 진정 오래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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