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가의 삶> 에필로그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쓰면서, 가장 많이 망설이게 됐던 것은 ‘내가 이걸 좋아한다고 말해도 되나’ 하는 걱정이었다. 뛰어나게 잘 하는 것이 아님에도, 없으면 죽을 정도로 좋아하는 것이 아님에도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결국 여덟 편의 좋아하는 것들을 내보이기로 한 것은, 이렇게 작게 좋아하는 마음도 좋아하는 것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마음이 더 작아지거나, 점점 희미해지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나로서는 내가 기록한 여덟 가지에 대해서만은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나를 소개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다.
매일 비슷한 하루하루, 또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덮쳐올 때에도 나를 견디게 하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현실에 치여 바쁘더라도, 누군가 내게 안좋은 말을 했더라도, 내가 나 자신에게 실망하더라도, 나를 견디게 하는 힘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해보는 일이다. 그것이 직업이 되지 않더라도, 뽐낼 정도의 실력이 아니더라도 상관 없다. 직업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아마추어의 실력으로, 초보자의 마음으로 풍덩 뛰어드는 것이다.
초반에는 더 쓰고 싶은 소재가 많았다. 이를테면 요가나 뜨개질 같은, 1-2년 전에 좋아하던 일들이다. 그러나 지금은 쓸 수 없었다. 그 때와 달리 지금은 요가도 뜨개질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때는 즐거이 몰두하는 일이었지만,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난 요즘에는 거의 하지 않는 일이다.
그러니 지금 써낸 여덟 개의 좋아하는 일도 곧 시들시들해질 지 모른다. 그럼에도 지금 내가 좋아하는 마음을 꼭 기록해두고 싶었다. 고통을 쓰는 것만큼이나 기쁨을 쓰는 것도 유의미한 쓰기라고 믿는다.
일상에서 권태에 빠져 고민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에게 작은 즐거움을 권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그들에게는 별 매력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주 큰 것이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나를 즐겁게하는 무언가를 찾아 아주 가볍게 즐겨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건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