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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 e Nov 22. 2024

사진을 잘 안 찍게 된 이유

지금의 의미

오늘아침도 두찌는 첫찌가 학교를 가고 나서 한참있다 깼다.

4살 아이는 어린이집도 일주일에 두 번 그나마 오후반이라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는 세상 편한 노는 게 제일 좋은 뽀로로 같은 삶이다.

두찌가 잠을 잘 때 나는 식탁에서 뭔가를 읽거나 쓰거나 또는 쇼츠 영상도 보곤 한다.

그리고 마침내 아이가 일어나면 “엄마!”하고 큰소리로 불러젖힌다.

그러면 폭닥한 이불을 들쳐 나도 거기에 쏙 들어가 아이를 꼭 끌어안고 아이 정수리에 코를 박고 깊은숨을 들이마시다 내쉬다 한다.

그러면 가슴에 다른 공기가 채워지는 듯 따듯한 숨이 가득 차서 온몸이 따끈따끈해지고 노곤노곤해진다.

그러면 아이는 숨 막혀하면서 두 발로 나를 꾹꾹 누르며 멀리 밀쳐내다 갑자기 발을 내 머리카락에다 비벼댄다.

이상하게 아이는 내 머리카락을 좋아하다 못해 발로 머리카락을 부벼대는걸 좋아한다.

그러면 발이 간지러우면서도 기분이 좋아지나 보다. 그러다가 내배, 허벅지에다가 자기 발을 꼼지락 거리며 부벼댄다 꼭 고양이가 꾹꾹이를 하는 것 같다.

사실 누가 보면 모양새가 매우 빠지는 광경이지만 아이가 눈을 감고 그러고 있는 동안 잠시 당해주다가 다시 몸을 움직여 아이를 안아 얼굴을 맞댄다

그러면 아이가 눈을 천천히 꿈벅거리며 다시 손으로 내 머리칼을 부며댄다.


이런 순간은 얼마나 갈까 아직은 4살이어서 이렇게 엄마랑 부벼대는게 익숙하지만

9살 첫찌는 포옹을 하거나 뽀뽀는 자주 하지만 이렇게 찰싹 안아주는 스킨십은 거의 졸업한 것 같은 느낌이다.

나는 아이가 천천히 자라줬으면 하는 생각은 잘하지 않는다.

그저 ‘아 이렇게 할 수 있는 시간도 곧 지나가겠구나’ 생각할 뿐이다.

아깝고 아쉽지만 묶어두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래서 좋을 때 지금 이 느낌과 기억을 온몸으로 느끼자라고 생각할 뿐이다.


여느 때처럼 라이딩을 하는데

높은 건물이 없는 이곳에서 운전을 하게 되면 하늘의 변화를 그대로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저녁에 라이딩이 많기 때문에 노을 지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매일매일의 구름과 빛깔이 다르고 하늘의 색은 내가 본 물감이나 오일파스텔에서는 찾을 수 없고

심지어 RGB로 된 컬러팔레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빛들이다.


어느 때는 바빠서 심드렁하지만 또 어느 때는 가슴 한가운데가 저릿할 느낌이 들정도로 하늘에 취할 때도 있다.

여기서만 그런 느낌을 받았던 건 아니다.

생각해 보면 마포대교를 건널 때 올림픽대로에서 막힐 때 하늘에 드리운 노을에 흠뻑 취할 때가 셀 수 없이 많았다.

하지만 때마다 다시 나는 처음 보는 하늘의 노을을 맞이하며 이제 곧 사라질 노을을 아쉬워한다.

여러 번 사진을 찍어봤지만 핸드폰 카메라로는 노을을 표현할 수가 없다.

그때의 기억을 더듬는 작은 메모장 같은 역할을 할 뿐이다.


그러다 사진을 찍는 그 순간도 아쉬워 사진도 잘 찍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종종 하늘을 찍는다.

엊그제 사라져 가는 노을을 그려보려고 했지만 잘 되지는 않았다.

노을의 클라이맥스가 끝나서 차를 주차하고 남은 잔상들이 있는 하늘을 보며 잠깐 아이패드를 열어보았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노을을 기억하는 작은 메모의 역할로 두어야겠다.


아이들을 키우면 자주 사진 찍어두는 게 참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때로는

기쁜 순간들이나 아름다운 순간은 그냥 그 순간대로 저장에 강박을 가지지 말고

눈과 마음과 몸으로 느끼고 싶다는 생각

그게 사라져 버릴걸 알지만 그냥 사라지는 것으로도 괜찮을 수 있다는 생각

그래서 그 순간이 그리워지는 슬픔이 오게 된다고 할지라도

그걸로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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