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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슨금 Jan 26. 2024

진저비어, 생강과 설탕 그리고 물

분다버그보다 맛있게 자연 발효 음료 만들기

생강의 알싸한 맛과 어우러진 탄산감을 좋아한다. 칵테일을 마실 때도 토닉워터보다는 진저에일 베이스로 타는 걸 선호한다. 분다버그의 진저비어 괜찮지만, 영국에서는 올드 자메이카의 진저비어(진짜 자메이카산!)를 마트에서 고작 0.5 파운드면 살 수 있는데 맛도 좋아 한두 번 생각날 때 마시고 있다. 이렇게 저렇게 즐기다보니 이제는 상업적으로 대량생산되어 획일화된 음료 말고, 홈메이드 진저비어를 내 멋대로 만들어 마셔보고 싶다.


그 첫 단추는 유기농 생강과 백설탕을 구매해 오는 거다. 일단 생강을 사놓으면 아깝게 냉장고에서 썩힐 순 없으니 시작할 명분이 생긴다. 만들기 시작하면 최소 2주에서 1달은 지나야 맛볼 수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시작하는 게 다.


진저버그(진저비어 스타터) 만들기

< 재료들 >

- 껍질까지 않은 유기농 생강 1조각(조각당 2.5cm 약 한 큰 술)

- 설탕 2큰술

- 생수 250ml

-> 5일간 먹이를 주는 데 추가로 생강 5조각과 설탕 5큰술, 생수 10큰술이 필요함


생강은 채 썰어서 쓰기도 하는데, 표면적이 넓으면 더 발효에 도움이 될 것 같아 갈아서 사용했다. 생강은 유기농으로 구매해 씻지 않고 껍질도 까지 않아야 그 껍질에 붙은 효모들이 활발하게 작용할 수 있다. 


생강 1큰술과 설탕 2큰술을 생수 250ml에 넣고 힘차게 저어준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24시간이 지난 후 매일 생강 1큰술과 설탕 1큰술, 생수 2큰술을 넣어 또 저어주는 걸 5일간 반복한다.


매일 먹이 주는 걸 반복하다 보면 이렇게 뽀글뽀글 기포가 생기기 시작하는 걸 볼 수 있다. 가만히 귀를 대고 들어보면 쏴아아, 탄산 기포가 올라와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시간이 더 지나니 청량하고 기분 좋은 소리가 나고 탄산이 좀 더 미세해지며 자주 올라온다.


진저비어 만들기

진저버그를 만들기 시작한 지 8일 차에 진저비어를 만들었다. 이제 결과물을 맛보고 나니 아무래도 탄산감이 부족한 게 타이밍이 좀 문제였다는 생각이 든다. 겨울이라 실온 온도가 낮은 편인걸 감안하지 않았다. 빨리 만들어 먹어보고 싶은 마음에 진저버그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음에도 이 정도면 괜찮을 거라고 믿었다. 더 오래도록 최대 3주까지도 진저버그를 돌보며 훨씬 활발해지면 이 단계로 넘어갔어야 했다 싶다. 역시 발효는 레시피북대로 따라 한다고 되는 게 아니란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 맡고 손으로 촉감을 느끼면서 타이밍을 감으로 알아야 한다. 즉, 발효를 잘하려면 오감이 열려있어야 된다. 나는 정해진 대로 매뉴얼을 따라 하는 덴 능하지만 스스로 알아서 터득하는 건 참 어려워하는 편인데, 어쩔 수 없다. 발효를 하려면 오감을 열려고 노력해 보는 수밖에!

< 재료들 >

생수 2리터

생강 400g(너무 매운맛이 강한 걸 선호하지 않으면 적게 조절 가능)

레몬즙 4개 분량(선택사항)

진저버그 125ml


중 약불에 생강을 넣고 은근하게 20분간 끓인다. 레몬이 있다면 이 단계에 즙을 함께 넣고 끓여주면 되는데 나는 생략했다.

끓인 생강물을 상온이 되도록 식혀준 뒤 생강을 걸러내고 진저버그를 125ml 넣어준다. 진저버그가 활동성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좀 더 넣어줘도 된다.

그렇게 만든 약 2리터의 진저비어는 잘 보이는 데에 두고 매일 뚜껑을 한 번씩 열어준다.

진저비어를 만든 지 1주일이 지나 먹어보니 쇼킹한 맛이다. 생강의 매운맛이 예상보다 강렬했다. 탄산감도 좀 부족해 원하는 느낌의 진저비어는 아니었다. 그래도 토닉워터와 타먹으니 무알코올 칵테일 마냥 잘 어울렸다. 이번 배치의 개선점을 찾아 다시 해보면 되니까, 다음 배치를 만들기 위해 얼른 마셔줘야지. 오늘부터 1일 1잔 진저비어다.


(<wild drinks>, sharon flynn ginger beer mother 레시피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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