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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슨금 Feb 09. 2024

[에필로그] 어디에서나 발효는 계속됩니다

효모 돌보기 - 일상 속 습관, 루틴으로 자리 잡다

'24년 2월 첫 주차 발효일기


라이스타터 사워도우(호밀)

사워도우 만드는 과정은 아리송하고 헷갈림의 연속이다. 정말 망쳐버린 것만 같다가도 예상보다 휴지 과정에서 기포가 뽀글뽀글 잘 생기면 기분이 좋다. 중간중간에 폴딩(접어주기)하고 모양 잡는 게 어려워서 그 단계는 남편에게 부탁했다. 사실 나보다 훨씬 사워도우 빵 만들기에 진심이다. 이제는 잘된 반죽의 촉감과 수분감을 느낌으로 알아차리기 시작다.


사워도우 빵은 마트에서 파는 빵보다 오래 두고 먹어도 약간 딱딱해지기만 할 뿐 곰팡이가 생길 염려가 거의 없다. 먼저 살짝 감도는 신맛이 입맛을 돋우고 씹을수록 복합적인 단맛이 올라오는 사워도우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중간중간 도우의 상태를 살펴야 해서 어찌 보면 시간과 노력 대비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결과물을 맛보는 순간 이 빵 한 덩이를 만드는 데 내 시간을 쏟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느껴진다.


락토발효 토마토

요즘 <노마 발효 가이드(The Noma Guide to Fermentation)>를 Kindle e-book 앱에서 다운로드하여 읽고 있다. 이 책에서 나온 흥미로운 레시피인 '락토발효 토마토'를 그대로 따라서 만들었다. 유기농 토마토 그리고 그 중량의 2퍼센트에 해당하는 바다소금을 넣어 녹을 때까지 잘 젓고 으깨주면 끝이다. 액체 위로 떠오르면 곰팡이가 생길 수 있으니 도자기 그릇으로 눌러두었다. 일주일쯤 지나 발효가 다 되면 과육과 액체를 분리해 여러 가지 용도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 액체는 또 다른 채소 피클을 만들 때 사용하고 과육은 토마토 파스타 만들 때 써보려고 한다.



김치 : 배추 + 무 + 케일줄기

저번에 남은 김치 속이 있어 한번 더 김치를 했다. 샐러드로 먹고 남은 케일 줄기도 버리지 않고 함께 절다. 이번에는 1시간 30분이 아니라 2시간을 방치했더니 무가 너무 짜졌다. 채소를 적절하게 절이고 헹궈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런 크고 작은 시행착오들을 겪고 수정해 나기면서 다음더 맛있게 발효된 겉절이를 만들어보고 싶다.

 떡갈비, 김치, 곱창김 - 이렇 3가지 반찬만으로도 든든한 한 끼 식사다. 짠 김치로는 쫑쫑 썰어서 김치전을 하니까 간이 잘 맞는다. 소금을 넣을 필요가 없다. 김치볶음밥, 김치찌개도 조만간 시도해 봐야.


(좌) 뮬드사이다 블랙 콤부차

(우) 레몬밤 우롱 콤부차

각종 향신료를 넣 뮬드사이다 맛홍차 베이스 콤부차와 레몬밤 티를 우려낸 우롱 베이스의 콤부차를 만들었다. 베이스가 되는 차 종류를 다르게 쓰니 색상 차이도 극명하다. 매번 할 때마다 다른 맛을 시도해 보는 재미가 있다.


여기까지 지난 일주일 동안 발효한 것들을 정리해 보았다. 자주 그랬듯 잠깐 지나가는 취미처럼 흥미가 금방 꺼져버릴 수도 있었을 텐데. <발효하는 타지생활> 브런치 연재를 4달 가까이 이어왔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뭐든 습관이 되려면 100일 이상 해보라던데 그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다행히도 매주 돌아오는 연재일이 숙제처럼 느껴지지 않고 즐겁게 적어 내려 갈 수 있었다. 한국에 돌아갈 때도 여기서 만든 사워도우 스타터와 콤부차 스코비 등을 바리바리 챙겨가서 이 루틴을 이어가고 싶다. 어디에서 살건 발효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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