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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by 김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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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입동이 지났다. 찬란한 가을빛은 사라졌고 아직 단풍이 다 들지 않은 은행나무에도 겨울빛이 감돌았다.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친구들을 만났다. 거의 일 년 만에 간 커피숍은 업종이 바뀌어 있었다. 종종걸음으로 근처의 커피숍을 찾아갔다. 커피는 맛있었지만 의자는 딱딱하고 편하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남편 이야기도 시댁 이야기도 아이들 이야기도 전처럼 많이 하지 않았다. 그런 시시콜콜한 것에서 조금 벗어난 나이가 되기도 했다.


“지나고 보니 짐작했던 것들이 대부분 틀렸더라고.”

“이를테면?”

“첫인상 같은 거 말이야. 나 예전엔 정말 사람 볼 줄 몰랐거든. 나이가 드니까 조금 보이더라.”

“거의 그렇지.”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그것도 아니야. ……이제는 그냥 다 조심조심 대해.”

“알아 알아. 에너지가 줄어드니까, 몸 사리는 거지.”

“그래, 얘 원래 강아지 스타일이었잖아. 앞뒤 안 가리고 사람 좋아하고.”

“사실은 지금도 그렇지만 최대한 고양이처럼 굴려고 노력하는 중이야.”


우리는 조금도 약삭빨라지지 않았다. 적확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스무고개를 했고, 의견이 달라도 빠르게 수긍할 수 있었다.


“돌아갈 수 있는데 지름길은 왜 가?”

“맞아, 지름길이 다 좋은 게 아냐.”


따위의 말을 하며 벌써 11월인 것을 대놓고 아쉬워했다.

문장 하나 제대로 본 적이 없는데 누군가 책갈피를 후루룩 넘기듯이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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