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온 후 제법 썰렁해진 저녁, 냉동실에 얼려둔 잡채를 해동한 후 볶다가 밥과 김치를 넣고 볶음밥을 했다.
“잡채도 아니고 김치볶음밥도 아니고, 이건 뭐야?”
(매우 용감한) 남편이 말했다.
“잡채도 밥도 양이 애매해서…….”
내가 대답했다.
“볶음밥엔 달걀 프라이지. 달걀 프라이 먹을 사람?”
둘째가 물었다.
모두 손을 들었다.
“김 가루도 뿌리자.”
첫째가 냉동실을 열고 김 가루를 찾았다. 가족이 모두 모여 소박한 저녁을 먹었다. 어쩌다 맛도 괜찮았다.
혼자면 대충 때우겠는데 가족이 다 있으면 뭘 먹어야 할지 고민도 되고, 음식 만드는 게 귀찮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게 유한하다는 걸 아는 나이가 되고 보니, 특별할 것 없는 이런 저녁이 조금은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