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인을 모른다
모른다는 답을 내려고
내 몸속 싹을 틔우는 불길을 몽땅
찢어발기고 네 살결을 타고 흐르는 빛을 바짝
말려버리고 우리는
멈춰버린 장면을 잘게 어슷 썰어 허무를 가득 채워 넣었다
거인의 발자국이 저 아래서 녹슬고 있었는데
바다의 그림자를 흠뻑 빨아먹고 분명 시퍼렇게 가라앉았는데
거인의 숨결이 눈앞에서 살랑이는
희미한 날갯짓에 헤매는 깃털이 여기서 휘청거리고 있는데
거인의 나라가 바로 위에 있을 텐데
쪼개진 소문을 사방에서 그러모아 마침내 혀끝에서 튕겨져 나오는 속삭임의 기원을 물어볼 텐데
너와 내가 도달한 끝자락에서는
지극한 미지가 허공에 매달려 꿈틀대고 있었다
분명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웠을 텐데 아무리 높이 뛰어도 도무지 닿지 않았다
닫혀버린 말문을 기어 다니며 틈새를 두드리던 손가락을 하나씩 짚어보니
그 손에는 최초의 땅이 잡혔다
거인을 가장 많이 닮았으면서도 단 한 번의 손길도 받지 못한
우리가 너의 머리를 쳐내고 나의 다리를 삼켜낸
이곳에서 기어코 밟은 것은 거인의 발자국일까
언제고 너와 나는 지독하게 순진한 얼굴로 거인을
보았고 거인을
보고 거인을
볼 것이므로
마지막까지 아무것도 모른다 해도 괜찮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