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 위로 물이 차오를 때마다 나는 자꾸만 낮아진다
문득 내려다본 발끝에 넘실대는 잔물결이
비릿해 심장이 부식되지 않을 자신이 없어서
숨을 한가득 들이켜고 위를 돌아보면
소용돌이치는 물살이 맹렬하게 꽈리를 틀어 꼭대기까지 이어진 나선만이
파도가 그저 파동에 불과했다면 모른 척 휩쓸려 갈 수 있을 텐데
마지못해 머무르던 침잠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굳힌 모래성조차 내 것이 아니다
물살에 씻겨나간 자리에 놓인 껍데기들은 무엇에 속하는가
빛을 반사하는 푸른색에 부서지지 않기 위해
울렁이는 까만 침묵에 녹아내리지 않기 위해
나는 검푸른 경계선을 넘지 않으려 애를 쓴다
대신 선을 길게 긋고 물을
끌어올려 끝나지 않을 오르막을 기어오른다
가장 높은 바다를 딛고서
오늘의 날씨에 맞는 항로를 찾는 여정은 아래를 보지 않도록
해무가 피어 올린 회전은 위험하지 그지없다
무심코 돌린 눈길에 닫힌 잔상은
깊이 파여 흠집이 가득한 방파제를 무참히 쌓아 올린 등대가 파도에 긁힌 뼈대를 드러내고
뭍에 닿고 싶은 이에게 내리쬐는 한 줄기 빛은 열없이 스러질 뿐
잃어버린 소식을 기다리는 나날까지 뿌옇게 바래버리면
바라던 것은 떠오를 시기를 놓친 난파선 조각이었음을
마지못해 거둬들인 손길에 미련이 남아 바닷물을 나르고
가라앉은 조각을 그러쥐다 털썩 주저앉아 버리면
정처 없이 떠도는 등불 하나만이
저 멀리서 일렁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