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오래도록 전래된 현재가 있다
광활한 기둥은 박제된 기억을 층층이 빨아들였다
영락한 전설은 말라비틀어진 테두리를 두르고
굽이치는 전승은 가루가 되어 바스러졌다
보이는 것은 지금이 아니다
끊어진 수맥은 차라리 절명을 바랐다
오래된 사멸은 이윽고 믿음이 되었다
그것은 세상에 깊숙이 박힌 거짓이라 해도 좋았다
도무지 놓을 수 없는 것은 뿌리가 아니다
굳게 곧추선 땅의 기록은 누구에게 속하는가
나는 아니다
너도 아니므로 적어도 우리는 아니다
굴러가지 않는 모두가 진실은 아니다
납작하게 말린 밑동 위로
이어지고 연결되지 않는 마디마다 줄을 세웠다
잃어버린 미련을 추종하는 숨바꼭질은
허락도 없이 세계수를 찾아 헤맸다
승낙 없는 경쟁에 승자란 없다
꽃말은 피어날 새도 없이
맺히지 못한 열매가 누렇게 영글었다
경외를 두른 성마른 탐식은 짓무른 결실을 갈라버리고
끝내 메마른 광물의 조합으로 구현되었다
코앞까지 뻗은 줄기는 고동 소리를 베껴냈다
물 먹은 자리에 비치는 뭉툭한 형상만이 진짜가 아닌 사실이다
그 속에 숨은 것은 광합성으로는 작용하지 않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