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러

by 하이민

며칠 전 주문한

택배에 고이 싸여 있던 텀블러 하나

시린 스테인리스를 에워싼 푸른 물결이 굽이치는 그런

민망할 정도로 커다란 물동이를


미적지근한 건 싫다며

차갑거나 뜨거운 하루같이

갖고 싶은 걸 가지려

물속에 빠질 각오를 하고


허우적대기에 적당한 1리터짜리를 구했지

물색을 두른 물통을 마시면

나도 그렇게 흘러갈 수 있을지도 몰라


몸속에 녹아드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처음의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면

텀블러 무게쯤은

얼마든지 이고 갈 수 있는데


똑같은 시작과 끝을 가질 수만 있다면

깊이 잠겨버려도 괜찮은데

물색에 손끝이 물들어 푸르게 익사할 때까지


을 가득 담아

온종일 지겹도록

마셔야지 그래야지

keyword
이전 08화오늘의 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