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에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저녁 준비를 해야 한다
주린 배는 서둘러 달래주어야 다음 날 탈이 없다
냄비가 보글보글 끓어오르면
구두와 정장과 세트인 가방을 푹 고아낸다
때가 탄 가죽과 천이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두어야 진한 맛이 우러난다
소금 간은 한 꼬집 이상 넣으면 너무 씁쓸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땀 한 방울이나 눈물 한 줄기는 감칠맛을 더해주므로 정량만 지킨다면 깊은 풍미를 더할 수 있다
미간까지 찰랑이는 오늘치 흰소리만큼이나 새하얀 쌀을 담아
물을 자작하게 부어 취사 버튼을 누르면 포슬포슬한 알갱이가 익어간다
은은한 광택이 도는 파스텔톤 식기를 꺼내 들면
시끄러운 속을 부드러운 색으로 덮을 수 있다
연해진 입맛이 피어오르면
뜨끈하게 익은 밥과 국을 퍼 한 끼를 차리고 편하게 앉아 수저를 든다
식탁에 차려진 상을 한 술 크게 떠 꼭꼭
씹다가 꿀꺽
삼켜내면 드디어
끝이 난다